조감독 아내의 비애
dream
2000.05.01 11:59:44
어렸을 적에 엄마가 내게 자주 했던말
"돈이 있어야 사랑도 생기는 법이야"
...
난 그말끝에 늘 어이가 없다는듯 웃곤했다.
내겐 진짜 말도 안되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며 또 일어나서도 안되는 일이었다.
결혼 2주년을 한달도 채 안남긴 지금, 나는 전세 융자금 걱정을 하며
작년부터 미뤄온 남편과의 여행을 또 내년으로 미룰 걱정을 하고 있다.
2년전,
내가 사랑하는 "영화"를 업으로 하는 남자랑 결혼한다는 것은
내게 꿈같은 일이었다.
나의 미래는 너무도 밝으며 사랑으로 온통 가득했고
영화의 주인공처럼 프랑스 칸을 그리기도 했다.
그는 나에게 꿈을 꿀수 있게 해 주었고,
그 꿈속에 그는 늘 내곁에 함께 있었다.
며칠전,
남편이 2년 넘게 준비해온 영화가 말그대로 엎어졌다
(영화하는 사람들은 "엎어졌다"는 말에 지레 질려버리기도 하겠다)
돈 댈 사람이 없어서 란다.
영화는 엎어지면 그만이지만,
쳐진 내남편의 어깨를 보는건 그냥 지나칠수 있는 잠깐의 슬픔이 아니다.
그의 미래와 꿈과 열정이 ... 모두 그 곳에 있었다.
...
나는 이제 더이상 영화를 조건 없는 애정의 눈으로 보지 않는다.
"돈이 있어야 사랑도 생겨" 라는 엄마의 말이
아직도 내겐 말도 안 되는 얘기고,
있을 수도 없는 얘기지만...
... 혹,
그때문에 내 옥같은 사랑에 작은 상처라도 날까
나는 오늘도 자꾸 닦는다
...
...
돈 못버는 가장이라고 매번 자책하는 남편..
그래도 그는 이세상에 내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단 한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