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학하는 친구들이 가장 많이 하는 생각
'왜 내가 생각한 대로 연기가 안 나오지?'
이 글을 쓰면서도
연기 독학은 초보 배우들에게 독이기 때문에
우려스러운 건 사실이나,
연기 배울 여력이 없는 분들도 계실 테니
찬찬히 보시고 잘 적용해 보시기 바랍니다.
생각한 대로 연기가 안 나오는 이유는 다양해요.
분석의 문제일 수도, 표현력의 문제일 수도 있어요.
혹은 자의식이 너무 심해서 일 수도 있고요.
그중 오늘은 '표현력'에 대해 다룰게요.
아무리 인물 분석을 잘 해도 표현력이 약하면,
남이 봤을 때 연기가 이해되지 않습니다.
카메라 연기는 표현력,
특히 '표정'에 대해
더 섬세하고 디테일하게 쓸 수 있어야 합니다.
- 연습 방향성/목표 -
① 속생각 끊기지 않기.
② 생각과 감정의 변화가(= 내가 분석한 것이)
밖에서 봤을 때도 표현이 되는지 확인
(= 카메라에 담기는지 모니터링)
③ 보완 연습
아래는 한지민, 이희준 배우 주연 영화
'미쓰백' 시나리오입니다.
연기 공부를 할 때 좋은 건,
이렇게 작품 전체 시나리오를 여러 번 읽고
'신과 등장인물'을 디테일하게 분석한 뒤,
주요 신을 발췌해 직접 연기해 보는 겁니다.
짧은 독백과는 비교가 안 되는
분석력과 표현력을 갖출 수 있어요.
동시에 지문 연기가
얼마나 중요한지도 알 수 있습니다.
이 대본을 보면 지문이 굉장히 디테일합니다.
감정선이 아주 자세하게 나와있어서
배우들이 훈련하기 좋은 대본이에요.
대사뿐 아니라
지문도 퉁 치지 말고
한 줄 한 줄 쪼개서 분석한 후 표현해 보세요.
상아 역(한지민)을 연기한다면
엄마 시신을 처음 봤을 때,
그 시신의 부위 부위를 봤을 때,
돌아설 때,
장섭(이희준)이 말을 걸 때
상처를 건드렸을 때 등..
무엇 하나 그냥 넘어가지 말고
다 나눠보세요.
실제 촬영본은 대본과 조금 다르게 찍혔고
표정도 굉장히 절제되어 있습니다.
속은 꽉 차있지만 그걸 드러내지 않아요.
여기서 초보 배우들이 많이 실수합니다.
출연한 배우가 감정 절제한 걸 보고
처음부터 감정 누를 준비부터 하는 거죠.
출연 배우는 인물 분석이 철저하고
감정은 안에 소용돌이치고 있지만
감춰야 할 때를 알고 설계한 겁니다.
근데 카메라 연기 처음인 배우가
그걸 따라 하게 되면
'진짜 아무것도 없는 연기'가 됩니다.
절제가 아닌 '무(無)'인 거죠.
그래서 연습할 때는
감정 절제를 요구하는 대본이어도
섬세하게 일단 다 표현해 보고,
그게 충분히 잘 되면,
절제해야 할 때 누르면 됩니다.
지문뿐 아니라, 표정 관련하여
초보 배우들이 어려워하는 게
'리액션'입니다.
리액션을 정확히 해준 다음
액션을 해줘야 하는데,
둘 다 흐지부지 해버리는 거죠.
혹은 본인은 표현했는데
보는 사람은 안 보일 수도 있고요.
그러니 처음에는 한 줄 한 줄,
리액션을 먼저 받고, 그다음 내 액션을 하고..
이렇게 천천히 하나씩 연습하는 게 좋아요.
그게 편해지면
실제 사람처럼 속도를 당겨주면 됩니다.
절대 급해지지 마세요.
충분한 연습이 되었으면
영화 촬영본과 비슷한 구도로 찍어보세요.
대신 표정 연습의 목적이 있으니
이마부터 가슴 정도.
굉장히 타이트한 얼굴 클로즈업을 잡아주세요.
그래야 연습할 때 내 표정 확인하기 좋아요.
더 좋은 건
핸드폰 말고 TV 화면에 크게 틀어놓는 겁니다.
위 대본을 다룰 때,
매체 현장 경험이 없는 친구들이
표정 관련 어려워했던 부분은
'시선 처리' 였어요.
장섭의 "화장할까?"라는 말에
상아는 카메라와 약속된 위치에
정확히 서줘야 했고,
멈춰 선 후 시선처리를 잘 해야 했어요.
'생각하는 시선'을 해줘야 하는 지점에서,
대부분 어딘가를 명확하게 보고 있거나
카메라 쪽을 보는 경우가 많았어요.
배우들은 당연히 분석대로,
인물로서 생각을 했고
시선도 그에 맞춰서 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 화면엔 다르게 나오는 것을 확인하고
다들 놀라워했어요.
특히나 이 대사에선
카메라가 정면에 있기 때문에
더 어려워했던 것 같아요.
카메라 연기 테크닉을 반드시 배워야 하는 이유는
카메라에 내가 어떻게 담기고 있는지,
내가 표현한 것을
실제와 더 가깝게 표현하기 위해서
어떤 호흡과 표정, 움직임을 써줘야 하는지
알아야 하기 때문이죠.
코치가 있다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시범을 보이면서 알려줄 수 있는데,
독학을 해야 하는 경우라면
영화를 보면서 따라 해보세요.
봐도 모르겠다면 슬로우를 걸고
배우의 호흡+표정 변화가
어떻게 미세하게 바뀌는지 파악해 보세요.
(넷플릭스 속도 조절: 0.5x, 0.75x)
방금 표정 외에도 호흡이라는 말을 했는데,
사실 표정이 바뀐다는 것은
호흡이 바뀐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생각 변화 → 호흡 변화 → 표정 변화]는
다 연결되어 있으니까요.
<카메라 연기 독학 연습법 TIP (표정)>
① 전체 시나리오를 여러 번 읽는다.
② '신과 등장인물'을 디테일하게 분석한다.
(한 줄 한 줄 디테일하게)
③ 신 하나를 발췌해서 연습한다.
④ 실제 영화 구도로 찍어본다.
(얼굴 클로즈업)
⑤ 표정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면,
연습할 때 지문 하나하나,
리액션 → 액션 하나하나
슬로모션처럼 천천히 연습한다.
(절대 급하지 않게)
⑥ 변화가 보이는지 모니터링한다.
⑦ 어렵다면,
출연한 배우의 연기에
슬로우를 걸고 관찰한 후
배우의 호흡+표정을 따라가본다.
⑧ 익숙해질 때까지 반복 연습한다.
⑨ 맨 처음 찍은 영상과 훈련 후 영상을 비교한다.
<연기 공부 - 기실 칼럼 글>
https://blog.naver.com/rmrdptnf/223471278750
2. '배우를 위한' 촬영 현장/카메라 필수 용어 정리
https://blog.naver.com/rmrdptnf/223477513173
3.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연기 공부 (기실 대기 중인 배우를 위한 글)
https://blog.naver.com/rmrdptnf/2232732613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