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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독립영화에서 CG 예산 잡을 때 알아두면 좋은 상식 3가지

최빛나
2024년 08월 12일 14시 15분 08초 10840

 

제가 독립영화 감독님과 PD님들께 도움이 되고자 작성했던

"Tip) 독립영화 CG를 생각중이신 감독님이 알아야 할 기본 상식 5가지" 도 어느덧 작성한지 4년이나 지났네요.

4년 만에 후속 칼럼을 들고 왔습니다. 이번에도 재밌게 읽어주세요.

 

 

조감독 혹은 미술 같은 경우는 "요즘엔 보통 1Day에 얼마 준다더라"하는 정보가 많습니다.

하지만 CG는 도통 견적을 알 수 없기 어렵죠. 알아냈다고 해도 이게 저렴한건지 바가지 쓴 건지 알아볼데도 없고요.

항상 돈이 부족한 독립영화에서 CG를 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돈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이 글을 다 읽으실 때 쯤이면 CG 예산 잡는 기준을 세워보실 수 있으실 겁니다.

 

 

 

1. 어떤 작품이던지 반드시 CG 예산을 조금이라도 잡아두세요.

CG가 전혀 필요할 것 같지 않은 시나리오들이 있습니다.  SF 장르도 아니고, 특별한 그래픽 효과가 필요하지도 않은 일상을 배경으로 한 시나리오 말이죠. 그렇다 하더라도 CG 예산을 잡아 두셔야 합니다. 예상치 못하게 CG를 해야 하는 상황이 반드시 생깁니다. 

 

실제 제가 작업해 본 독립영화에서 예상치 않게 CG하게 된 케이스들을 말씀드려보겠습니다.

 

1) 배우 연기가 너무 좋아서 OK인데  갑자기 뒤에 행인이 지나갑니다.  → 그래서 행인 지웠습니다.

2) 건물 유리문 열고 들어가는 장면인데 조명 반사가 일어나네요. → 이것도 지워줍니다.

3) 찍을 때도 편집할 때도 몰랐는데 한 쪽 구석에 미처 몸을 다 숨기지 못한 조연출이 찍혔네요. → 역시 지워줍니다.

4) 폰 클로즈업에서 시계 CG 안하려고 시나리오상 시간에 맞춰 촬영했는데 편집으로 해당 컷 시간 순서가 바뀝니다.  → 시간 숫자 바꿔줍니다.

5) 하늘이 그냥 희어멀건한게 자꾸만 거슬립니다. → 구름 넣어줍니다.

6) 파리, 모기, 나방, 개미가 찍혔습니다. → 지워줍니다.

7) 건물 샷 찍는 날인데 하필 건물 외벽 청소하는 날이라 작업 인부들이 줄 메고 청소 중이네요. → 지워줍니다.

8) 두 캐릭터가 한 샷 안에 나오는데 연기를 A가 잘하면  B가 못하고 B가 못하면 A가 잘합니다. → 각자 잘 한 컷을 골라 합쳐줍니다.

 

...대충 떠오르는 것만 해도 이정도네요. 정말 예상치 못한 사유로 CG하게 됩니다. CG 컷이 없어도 일종의 보험료라고 생각하고 반드시 예산 책정 항목에 CG를 넣으세요. 만약 운이 좋아서 정말로 CG를 전혀 안 해도 된다면? 회식하세요 :)

 

 

 

 

2. 구현할 컷을 명확하게 설계해 두세요.

자, 이제 본격적으로 CG가 필요한 컷이 들어가는 시나리오의 경우를 봅시다.

알음알음 CG 작업자를 찾아서 촬영 전에 미리 견적 문의를 해봅니다.  "그건 컷을 봐야 아는데요"라는 별소득없는 답변만 돌아오네요. 하지만 그게 사실인걸요. 컷을 봐야 정확한 가격을 책정할 수 있습니다.  애초에 CG의 적정가를 알기 어려운 이유는 컷의 길이, 난이도, 일정, 화면 사이즈, 프레임레이트 등에 따라 달라지기에 일반화 하여 말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아니...예산이란 촬영 전에 확보하는 것인데, 아직 찍지도 않은 컷들을 어떻게 보여주고 견적을 받을 수 있을까요?

 

이럴 때 꼭 필요한 것이 레퍼런스와 콘티입니다.

어떤 비주얼을 / 어떤 상황에서 / 어떤 구도에서 / 얼마나 길게 보여줄 것인지 상세히 설명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생각외로 많은 감독님들이 '그냥.. 약간.. 아니, 왜 그런거 있잖아요, 막 이렇게 되는 느낌?' 같은 설명을 하십니다.

감독님 머릿속에 명확히 그려지지 않은 이미지를 작업자가 어떻게 예상하겠습니까. 최대한 생생하게 표현해주세요.

 

자, '서서히 낡아가는 벽지'를 CG로 구현하려고 한다고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서서히'라는 것은 어느 정도 속도인가요?

'낡아가는'이란 변색을 의미하나요? 아니면 뜯기거나 헤지는 것을 말하나요? 곰팡이가 피어야하나요? 얼마나 낡아야하나요?

'벽지'는 촬영된 벽지(원본)를 소스로 사용해야하나요? 아니면 디자인이 새로 필요한가요?

'서서히 낡아가는 벽지'는 몇 초나 보여지나요? 카메라 구도는요? 카메라 무빙이 있나요? 벽지 앞에 사물이나 인물이 있나요?

이러한 세세한 부분이 감독 머릿속에 있어야 작업자도 작업할 내용을 상상할 수 있다는 점! 기억해주세요!

 

 

 

 

3. 작업료가 올라가는 기준을 알아두세요.

CG 작업자가 말한 견적이 저렴한건지 바가지인지 모르는 이유는 기준이 없기 때문입니다.

앞서 설명 드린대로 '1컷당 얼마'라는 금액 기준은 정할 수가 없지만 '비싸지는 기준'은 어느 작업자나 똑같이 정해져 있습니다. 이 기준을 알면 '아, 이래서 비싼거군' 혹은 '이 작업 어렵다고 알고 있는데 저렴하게 해주셨네, 감사하다'같이 판단할 수 있습니다.

자, 살펴보겠습니다.

 

1) 화면 사이즈가 클 수록 비싸집니다. 
HD 사이즈를 작업하는 것과 8K를 작업하는 것은 디테일의 정도가 다르기에 더 신경써서 작업해야합니다.
 

2) 화면이 느릴 수록 비싸집니다.
화면이 느리다는 건 고속 촬영을 말씀드리는 겁니다. 고속인데 CG가 들어가면 CG 퀄리티가 조금만 떨어져도 확 티가 나기에 작업이 어렵습니다.
 

3) 컷 길이가 길 수록 비싸집니다.
작업할 양이 많아지는 것이니 당연하겠죠? 근데 그 컷이 고속이다...? 죽음....
 

4) 작업 난이도가 올라갈 수록 비싸집니다.

작업 난이도는 카메라가 360도 회전을 한다거나 물, 불, 모래, 안개를 구현해야하거나 3D 작업이 필요하거나 하는 경우입니다.  

 

5) 그래픽이 들어가면 비싸집니다.

CG는 크게 두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요. '아트'와 '합성'입니다.

아트는 흔히 '그래픽'이라고 하는 부분입니다. 간판을 바꿔야해서 간판을 다시 디자인해야 한다거나 화면 속에 로딩중...이라고 돌아가는 모션 같은 것들이요. 쉽게 말하면 그래픽으로 만든 소스입니다.  소스도 제작하고 합성도 작업해야하니 작업료가 올라가는 것은 당연하겠죠.

 

위의 조건을 알아둔다면 'CG 견적이 높아질테니 다른 방법으로 연출해보자'같은 방향을 잡을 수도 있겠지요!

 

 

 

 

 

 

 

여기까지 독립 영화 CG 예산 잡을 때 알아두면 좋은 정보를 전달드렸는데요.

이번에도 많은 분들께 도움이 되면 좋겠네요.

CG.... 비싸지요. 하지만 여느 독립영화가 그렇듯, 다들 독립영화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일정부분 감내하며 작품을 만들어 가지 않습니까?

CG 작업자도 마찬가지입니다. 너무 비용 걱정 마시고, 일단 문의하고 상의해보세요. 답을 찾으실 수 있으실 겁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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