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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더 홀>

vincent
2001년 10월 10일 03시 35분 03초 3188 1 19

요즘 비디오샵에 가셔서 <더 홀>을 물으신다면 백중 구십구는
도라 버치가 소름 끼치는 십대 소녀를 연기한 <더 홀>을 찾아줄 겁니다. 예, 사실 진짜 <더 홀>은 그 영화가 맞아요. 그런데, 제가 추천해드리고 싶은 영화는 둔갑한 제목의 <더 홀>이랍니다. --;;

사실 저도 아무런 정보 없이 이 영화를 스릴러인줄 알고 빌려 보게 되었어요.
일단, 제목이 그런데다가...
껍데기에 적힌 스토리가 대충 이랬답니다.
알콜중독자인 남자가 임신한 부인이 이웃남자에게 겁탈당한걸 알고는 복수를 하려다 출동한 경찰을 쏘고는 수용소에 갖히고..
10년 뒤 출소해보니 아내는 다른 남자의 여자가 되어있다는..
그리고, 출연진이 숀펜과 존 트라볼타...
이쯤 되면 한 남자의 복수극인데다가 두 남자의 대결구도가 아닐까, 뭐 이런 짐작을 할만하지 않나요?
그런데, 짐작하셨다시피 아니올시다에요.
덕분에 <에어 콘트롤>을 액션영화로 착각하고 본 이후 정말 오래간만에 신선한 발견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죠. ^^
아, 이게 그... 닉 카사베츠가 깐느에 들고 나왔던 그 영화구나!

이 영화의 원제는 <She's so lovely>래요. 순전히 숀펜의 시점에서만 그러한... 제목이죠. 그 남자의 그 생각이 이 영화를 끌고 가는 힘이에요.
숀펜이 연기한 남자는 이런 사람이에요. 10년만에 배신한 여자를 만나서도 남자는 오로지 여자가 자신과 같이 가주면 그만인... 그런 남자랍니다. 배신한 여자의 집 앞에서 도저히 떨려서 못들어가겠다고 선물로 준비해간 술병을 깨서 술을 반쯤 마셔버리고 들어가는.. 그런 남자. 여자가 새 남편과 만나 아이를 낳았던 말았던 그런건 이 사내에게 어떤 문제거리도 아니죠. 그저 한 가지... 그녀가 아직도 자신을 사랑한다는걸 확신하고 있다는 것. 그래서 그녀를 데리고 나오면 모든게 해결된다는 것. 그거 하나 밖에 생각 못하는 그런 남자.
이 영화에서 숀 펜은 제가 이제껏 본 숀 펜 중에 최고였어요. 앞뒤 안맞는 말만 해대고 분노를 통제 못해서 아슬아슬한데도 도저히 연민을 거둘 수 없는 순수한 남자. 숀 펜은 이 영화로 깐느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답니다.
숀 펜의 아내 로빈 라이트 펜(여배우를 누구의 아내라는 식으로 소개하는건 실례지만 그래도 숀 펜이 좋아서...)이 무책김하고 무절제하지만 사랑스러운, 바로 그녀로 나와요. 어쩐지 숀펜과 로빈 라이트 팬은 실제로도 이런 부부가 아닐까... 그런 의심마저 들 정도로 자연스럽습니다. 정말 어쩔 땐 저런 부부가 내 주변에 있었다면.. 하는 끔찍한(?) 상상마저 해봤다니까요. 그리고 tv시리즈 <소프라노스>로 한참 뜨고 있는 제임스 갠돌피니가 그 몹쓸 이웃남자로 잠깐 나오는데... 정말 적역이에요. 후반부에는 드디어 존 트라볼타가 나옵니다. 새 남편으로. 그렇다고 그가 단정하고 좋은 사람이냐 하면 그것도 아니에요. 이 배우들의 연기는 정말이지... 환상입니다. ^^
감독은 닉 카사베츠... 짐작하신대로 존 카사베츠의 아들이에요. 이 영화를 깐느에 들고 나왔을 때 꽤나 시끄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죽은 아버지의 각본으로, 아버지처럼 배우로 출발한 아들이 감독이 되어 깐느에 입성했다니.. 대단한 뉴스거리였겠죠? 게다가 아버지처럼 아들도 배우의 연기에 집중하는 연출 스타일을 보여줬으니, 이래저래 부전자전인 셈입니다.

왜일까요. 이 과격하기짝이 없는 커플의 사랑얘기가 전 진짜 사랑 같으니 말이죠. 쩝.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yyjjss10
2001.10.13 03:15
한번 더 봐야겠네요...시간이 지나면 기억이 희미해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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