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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노 영화를 식별하는 방법 ^^;

sandman sandman
2001년 06월 18일 12시 54분 12초 9491 6 2
포르노 영화를 식별하는 방법///

여러분이 포르노 영화를 본 적이 있는지 나로서는 잘 모르겠다.
여기에서 말하는 포르노는 다소 에로틱한 장면이 나오는 영화,
즉 역겨움을 느꼈던 사람이 많을 걸로 알고 있지만
어쨌든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Last Tango in Paris)」
같은 영화를 말하는 게 아니다. 진짜배기 포르노,
시종일관 관객의 욕정을 자극하기 위한 목적 하나를 위해 만들어진
영화에 대한 얘기이다.
이런 영화에서는 다양한 방식의 교접이 등장하는 장면을 통해
관객의 욕정을 자극할 뿐, 영화의 줄거리는 사실상 볼 게 없다.

사법부 판검사들은  종종 포르노인지 예술적인 가치를 지닌 영화인지를
판정 내리는 일에 동원된다. 내가 보기에 예술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으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주장하는 부류는 아니다.
때때로 진짜배기 예술 작품이 예술적인 가치가 덜 한 작품에
비해서 한결 위험한 경우를 보아왔다. 작품에 따라서 신앙이나 행동 방식, 당대의
사회 풍조에 악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있다는 얘기이다.
나는 법적으로 동성 연애가 허용되는 21세 이상의 남자는 포르노를 즐길 권리가 있다고
믿는다. 달리 볼 만한 게 없을 경우에 말이다. 그러나 때때로 법정이 한 작품을 놓고
(기존의 도덕관을 공격하는 장면을 담고 있을지라도) 어떤 관념이나 미학적인 이상을
표현하려는 목적에서 만들어진 작품인지, 아니면 오로지 관객의 본능을 자극하려는
목적에서 만들어진 작품인지를 판정 내려야 할 경우가 있음을 인정한다.

포르노 영화의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하나 있다.
이 기준은 영화 속에서 별 내용 없이 늘어지는 시간이 얼마나 되느냐에 기초를 둔다.
전세계적으로 호평 받은 걸작 「역마차(stagecoach)」는 도입부와 중간중간,
그리고 끝 부분은 예외지만 전체적으로 역마차 위에서 줄거리가 진행된다.
그런데 이런 역마차 여행이 없다면 이 영화는 아무런 의미도 지니지 못한다.

안토니오니의 「모험」은 순전히 낭비되는 시간만으로 짜여진 작품이다.
사람들이 이리저리 오가고 잡담을 나누고 어디론가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는 장면의 연속인데 특별한 일이 전혀 벌어지지 않는다.
이런 식의 시간 낭비는 관객의 입장에서 즐길 만한 대상일 수도 잇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그 영화가 얘기하고자 하는 건 바로 그 시간 낭비이다.

이와 달리 포르노 영화는 입장권과 비디오 테이프를 판매할 구실로
사람들이 성교하는 장면, 남자와 여자가, 남자와 남자가, 여자와 여자가, 여자와 개나
숫말(남자가 암말이나 암캐와 성교하는 포르노 영화는 왜 없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든다)이 교접하는 장면을 보여주겠노라고 선언한다. 여기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업다.
정작 문제가 되는 건 그런 영화는 중간에 일없이 허비되는 시간이 엄청나다는 데 있다.

예를 들어보자. 길버트라는 사내가 길버티나를 강간하기 위해서 링컨 센터로부터
쉐리단 광장으로 가야 한다고 할 때, 그 영화는 길버트가 차를 타고 일일이 신호등
신호를 받으면서 이동하는 모든 과정을 그대로 보여 준다. 포르노 영화에는 다음과 같은 행위를 하는 사람이 득실거린다. 차에 올라서 먼 거리를 생각 없이 이동하는 사람,
호텔 접수대 앞에서 서명을 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허비하는 커플,
엘리베이터를 타고 방으로 올라가기까지 많은 시간을 보내는 신사,
서로에게 자신은 돈주앙보다 사포를 더 좋아한다는 고백을 하기에 앞서
온갖 술을 천천히 홀짝거리며 마시거나 레이스와 블라우스를 하염없이
만지적거리는 처녀들. 포르노 영화에서 거친 대로 간략하고 힘이 넘치는
성교 장면을 보기 위해서는 교통국에서 후워금을 내도 됨직한 다큐멘터리를
꾹 참고 봐줘야 한다.

그런 식으로 영화를 만드는 데는 다 그럴 만한 분명한 이유가 있어 보인다.
길버트가 시종일관 길버티나를 정면과 뒤쪽과 옆쪽으로 강간하는 장면만을 보여 주는
영화를 만든다는 건 무리가 있다. 배우들의 입장에서는 육체적으로 무리가 따르고
제작자로서는 경비가 많이 든다. 게다가 관객들 역시 정신적인 측면에서
교접 장면만 연속되는 영화는 견뎌 내기 힘들 것이다.
강간이라는 위법 행위가 제대로 기능하려면 정상적인 배경 속에서 연기가 행해져야 한다. 어떤 예술가의 경우에서 정상적인 상태를 묘사한다는 건 아주 쉬운 일이다. 자연히
포르노 영화는 일탈 행위가 흥미를 끌게 만들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모든 관객이
쉽게 알아차릴 수 있는 정상 상태를 표현해야 한다. 따라서 만일 길버트가 버스를 타고
A에서 B지점으로 갈 경우, 관객들은 그가 버스를 잡아타고
뒤이어 버스가 A에서 B지점을 향해 이동하는 장면을 보게 된다.
종종 이런 장면은 관객들을 짜증나게 만든다. 입에 담기 어려운 끔찍한 장면들이
계속 이어지는 쪽이 더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바람은 오판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 시간 반 동안 계속 끔찍한 장면만 이어진다면 아무도 견뎌 내지 못할 것이다.
시간을 일없이 허비하는 장면이 이어진다면 아무도 견뎌 내지 못할 것이다.
시간을 일없이 허비하는 장면이 반드시 등장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시 한 번 얘기하겠다. 영화가 들어가라. 만일 A지점에서 B지점으로 갈 경우에
등장 인물이 여러분이 원하는 것 이상으로 많은 시간을 거리에서 낭비한다면,
지금 당신이 보는 영화는 포르노 영화이다.

이상입니다.
그런데 이 글 제가 썼을 까요?
혹시 있을 지도 모르는 선입견들을 이유로 하나의 힌트를 제공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쓴글이라면 담담히 많은 생각을 하겠지만...
대단한 사람이 쓴글이라면 반론의 여지가 없어진다는 것이지요.

마치 한국의 어떤 영화가 성공(흥행적인 면)하면...
제대로 된 비평은 영화 관련 언론 매체에서는 하나도 찾을 수 없듯이 말입니다.

(전 컴퓨터 잡지나 패션 혹은 남성 전문잡지들의
비평들이 더 재밌더군요. 영화인들 눈치 안보고 해대는 비평들...)

1989  - 움베르토 에코
움베르토 에코...
영화화된 작품도 있죠?
수도원 내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을 다룬..
장미.. 뭔데...

[연어와 여행하는 방법]에서 발취한 것입니다.
에세이 부분에 올리는 것이 낳을 지도 모르지만...

(그런데 연어인지 언어인지...
몇개의 챕터가 인터넷에 올려진 것을 보고 유추 해보면
언어와 여행하는 법이 맞을 듯도 하고...
전 에코의 책중 <푸코의 진자> 라는 책을
잠이 안올 때 수면제 용으로 읽습니다.
수면제 용 책이 다 읽어 지면..
또 수면제용 책 찾느라 고민이답니다.
누구 수면제용 책 리플 좀 달아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또 한권 더 있네요 율리시즈가 수면제 용인데
그건 뜻을 넘 몰라서...  아예 잠이 달아 나버리죠 쩝))

흠.. 이글을 어디에 올릴까 고민하다가...
두고두고 볼만한 글 인듯 하여
게시판 성격과 맞지는 않을 수 있겠지만...
여기에 올립니다.

가끔씩 농담으로 포르노와 안포르노의 구별법에 대해서
술자리 안주 삼기도 하지요.

이 비유는 혹시 여러분들이 제작할 혹은 관여하게될 영화들이
이와 같은 장면이 있다면...
그것은 저급이라고 몰아버리는 포르노보다도 못하다고
할 수 있겠지요?

추신: 시사회를 통한 미팅이 즐거이 진행된 것 같더군요.
        갤러리 사진 보고 미소가 가득 지어지더군요.
        ^^; 저도 그 시간에 장소와 삶은 틀리지만
        밤새 술 먹었으니까.. 세상은 참 재미가 있습니다.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revo89
2001.06.21 01:02
추가 정보하나...! 연어와 여행하는 방법 이후 24편의 글을 추가 하고 전체를 새롭게 변역한 개역 증보판도 나와있지요. 책 이름은 "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입니다. *^-^*
Profile
sandman
글쓴이
2001.06.28 19:39
아~~ 감삽니다. 살 책이 또 하나 늘었네요 ^^;
dejavu73
2001.07.16 01:29
장미의 이름...숀코너리, 크리스찬 슬레이터...
희극론이라는 책을 둘러싼 수도사들의 의문의 죽음...^^
papa72
2001.08.24 18:24
"등장 인물이 여러분이 원하는 것 이상으로 많은 시간을 거리에서 낭비한다면,
지금 당신이 보는 영화는 포르노 영화이다"

TV, 라디오도 마찬가지일것 같군요... 불필요한 잡담으로 일관하는...
정작 중요한 코너의 진행을 방해하는. 말장난, 편집장난, 자막장난등...
제가 너무 오버해서 확대해석 하는 거겠죠?... 그러길 바래요. 설마, 대한민국이 포르노 시티도 아니고...^^
Profile
sandman
글쓴이
2001.10.23 14:54
꽤 지난 날이지만... 어느 미국 코메디 프로에서 '포르노와 예술 영화를 구별하는 것이 뭔지 알아?' 라고 해서 귀가 번쩍 띄었습니다. 분명 코메디라 한단어로 끝 낼 건데... 답이 뭘까?,,,,,
....
답은 바로.... '정부' 였습니다.
크크 한국으로 말하면 '공연윤리 위원회' 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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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ansud
2005.11.24 12:04
좋은글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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