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막히는 일....

삶은오렌지 2001.06.19 08:47:07
전 요즈음 진행되는 영화의 미술스탭입니다.

미술스탭... 이 말을 써 놓고도 한숨이 나오는 거 같습니다.

전 요즈음 과연 미술스탭이라는 것이 필요한 가에 대해 계속되는 의문을

품고 있거든요..

촬영에 들어가기 전 헌팅 쫓아가 다니면서 열심히 해 두었던 공간 스케치며

감독과 미술감독이 합의 본 사항들도 현장에서는 모든게 너무 쉽게 변해 버립니다.

감독이 좋아하는 취향에 따라서..

그리고 그날 그 날 나누어 주는 콘티에 따라서...

영화에서의 사전작업에 대한 무의미함까지 느낍니다.

제본까지 해 두었던 스토리보드 북도 영화사 구석에서 먼지만 쌓여 가니까요..

현장에서 카메라며 조명이 세팅할때는 아무말 없는데

미술팀 세팅에서는 촬영감독이며 조감독님이 와서 빨리 하라고 소리 지르고..

모니터 앞에는 미술감독의 자리조차 없습니다.

촬영이 포커스가 맞지 않아 재촬영 해야 하는 것들이 속출해도

연출부의 아무도 촬영팀에게 직접적으로 화내지 못하는 것을 보고

솔직히 너무 화가 났습니다.

그전 날 저녁8시에 갑자기 소품이 추가되고 그것에 맞추어

헐레벌떡 준비해 온 소품팀에게 조감독님과 촬영감독님의

늘 짜증섞인 서두름.. 현장에서 늘 불리는 소품~ 미술~ 분장~ 의상~

하루 건너 짜지는 스케줄 때문에 세팅하고 철거하는것도 너무 시간이 없고

또 영화사에서도 왜이리 미술쪽에 돈 쓰는것을 아까워 하는지..

얼마전 조감독님이 그러더군요..

너희 없어도 촬영 할 수 있다고 이제 필요없다고.

물론 저는 무지하게 감정적으로 반응했구.. 말싸움에서 지고 말았죠..

그리곤 조감독님이 묻더군요...

뭐가 불만이냐고???

저는 정말 침묵이 그립습니다.

현장에서 다른 팀에 대한 이해와 애정 없이 무작위로 행해지는 비난과 뒷담화..

스탭들을 꼭 권력구조와 힘의 피라미드로 나누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

너무 이성적이고 냉철하기만 한 사람들에 숨이 막힙니다

말속에서 서로의 비논리를 끄집어 내려고 애쓰는 사람들..

말은 그저 말일 뿐이고 진실은 하나 담겨 있는거 같지 않습니다. ...

휴~ 다들 이렇게 영화 찍고 계시나요??

제가 영화가 처음이니 알 수 도 없고

조감독님 말대로 제가 영화가 처음이면 입다물고 있어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