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생각하는 거지만 쉬운 인생은 없는 것 같아요.

언젠가 2020.04.20 23:13:19

  저는 어릴 때부터 글 쓰는 걸 좋아했어요. 그림도 좋아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글 쓰는 걸 가장 좋아했던 것 같아요.

백일장 글짓기에 나가서도 상 여럿 탔어요. 심지어 대학을 가서도요. 영화나 문학과를 가고 싶었는데 그러질 못했어요. 집안 사정 때문에. 못사는 편은 아니었지만, 집안이 막 휘청거릴 때라 타이밍이 좋지 않았죠.

 

  그렇게 광고를 전공하고, 졸업 후 딜레이 없이 바로 취업했어요. 조그만 광고 회사였는데, 기본 새벽 4시가 넘어가는 야근이 이어졌어요. 보고서를 작성하고, 마케팅 분석하는 일은 따분하고 가끔 절 미치게 만들었지만... 그래도 딱 한 가지 그곳에서 제 가슴을 뛰게 했던 건 바이럴 광고 촬영날이었네요. 저는 대본을 쓰고, 촬영장에서 촬영 감독님들과 현장을 이끄는 조연출 일을 했거든요. 지금 생각해 보면, 페이도 적고 업무량도 압도적이었지만, 그래도 그나마 그 일이 좋아서 계속 회사를 다녔던 것 같아요. 

 

  회사를 다니면 다닐수록 영화를 하고 싶다는 열망이 너무 커졌어요. 주변 사람들과 닮은, 혹은 아예 다른 인물들을 창작하고 그 사람들의 인생을 이야기를 영화라는 이름으로 풀어나가는 게 참 매력적이라고 느껴졌거든요. 너무 멋진 일이잖아요. 그렇죠? 그래서 혼자 시나리오를 끄적이다가, 직장인 클래스도 들어보고... 단편 영화용 시나리오를 완성해 작년 말엔 소규모지만 낭독회도 했었어요. 사람들 평가가 좋은 편이라 잠시나마 두근거리고 행복했어요. 제가 진짜 영화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제대로 현장에서 배워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직접 밑에서 글 쓰는 법을 배우고, 또 보고... 가르쳐 줄 누군가가 있으면 좋겠단 마음에 멘토링 시스템에 지원해볼까 했지만 경력을 적는 란에서 막혀버리고 말았네요. 물론 경력이 없더라도 지원은 할 수 있겠지만요. 주변에서 제 안의 잠재력을 믿으라고 응원해주시는데, 저는 그 응원이 너무나도 미안할 정도로 위축돼요. 전공자도 아닌 제가 그들 사이에 끼어 있으면 개밥의 도토리처럼 생각되진 않을까, 하는 그 불안감. 

 

  어제 새벽부터 그냥저냥 여러 생각들이 떠나질 않네요.

영화를 너무 사랑하고 또 하고 싶은데 저 혼자만의 지독한 짝사랑이라 답장조차 받지 못한 채로 구겨질까 겁이 나요.

그냥... 지방에서 서울 올라와 다니던 회사도 관두고 혼자 뭐 하는건가 싶어서 여기에 넋두리 한 번 하고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