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 여전하구만..."의 글을 쓴 이우진입니다.

stonepc 2011.08.03 22:24:42
먼저 사과의 말씀 드립니다. 

본의 아니게 많은 분들에게 불쾌감을 드렸네요... 누가 보더라도 일반화의 오류로 비춰질 수 있는 글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그런 걸 의도하고 쓴 것은 아닙니다)

필커에서 활동한지는 이제 5년차 되어 가는데, 자유게시판은 말 그대로 자유게시판으로 생각나는대로 두어줄씩 쓰고 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2년전부터는 일이 많아지게 되어 한달에 두번 정도 들려서 구인 공고 게시판을 보고 가는 정도가 되었습니다만... '장편영화 주연 뽑습니다. 출연료 3만원' 이라는 글이 보여서, 그냥 저도 모르게 그렇게 글을 썼네요.

특별히 의도한 것도 없고 감정이 폭발해서 쓴 것도 아닌데, 조회수가 많이 올라가고, 덧글도 많이 달려 있어서 당혹스러웠습니다. 덧글이 그렇게 달려 있다는 것도 사실 어느 분이 메일 보내 줘서 알았습니다. 그래서 지금 글을 쓰는 것이구요...

출연료,ㅡ 안줘도 되고, 진짜 돈이 없으면 연기자 입장에서 투자라도 할 생각이 있습니다. 중요한 건 얼마를 주느냐가 아니라, 연출하는 사람의 정신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제 말 못믿겠으면, 몇년전에 제가 쓴글 검색해서 찾아 보세요... (오히려 독립영화계에서 페이를 바라는 게 온당치 않다고 쓴 글 있을 겁니다)

그냥 사과글만 올리고 사라질까, 아니 그것도 올리지 말고 그냥 잊어버릴까 하다가 펜을 들어 봅니다.

조금 길어질 것 같아 나눠서 말씀 드리겠습니다.


5년동안 20여편 출연에 결과물 받은 건 10편도 안돼

저는 원래 이쪽 계통 사람이 아니고, 게임 쪽에서 기획일이랑 경영일을 하다가, 어떤 '계기'가 있어서 연기를 해보고자 뛰어든 사람입니다. 그 때 마침 UCC 붐이 일어서 연출쪽으로 더 많이 일을 하게 되고 공부도 겸해서 하다보니 영상연출과 연기에 대해 많은 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공부한 지식을 바탕으로 방송, 영화, 전분야에서 조금씩은 일을 다 해본 것 같습니다. 카메라도 잡아 봤고 조명도 치고, 때로는 붐도 들고, 재연은 주연거리도 해보고, 영화, 드라마 등에서 대사 있는 단역도 심심치 않게 했으니, 현장 경험도 꽤 있는 편이 되었고, 무엇보다도 현장 돌아가는 걸 잘 알게 되었죠. 나이 들어서 뛰어 든것 치고는 빨리 습득한 편이랄까요.

상업용 쪽의 돌아가는 섭리를 알기 때문에 독립영화를 할 때는 상업적인 잣대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연기자로 가더라도 전체 완성도를 높이는데 주안을 두고 이야기를 하지, 그냥 나는 몇시부터 몇시까지 이것만 하고 간다? 이런 생각 가져 본적도 없구요,. 독립은 말 그대로 없는 사람들이 모여서 뭔가를 만들어 보고자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런 자세로 항상 임했습니다만...

5년 동안 얼추 20여편 출연했는데 결과물 받은 건 10편도 안됩니다.

페이 이야기는 굳이 하지 않겠습니다. 필커를 보면 결과물에 상관 없이 약속한 시간에 약속한 페이만 받고, 또 다른 페이에 일을 하시는 배우 분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만, 연기자라면, 자기가 연기한 작품이 어떻게 나오는지 정도는 궁금해 하는 것이 상식 아닐까 합니다.

또한 이것이 독립인 경우는 더더욱 그러하겠지요. 상업용이라면 어쨌든 페이도 넉넉히 나가는 편이고, 상업용 목적이므로 스크린에 걸리든, TV에 걸리든 걸리긴 걸리거든요. 독립의 경우 페이도 넉넉히 나가는 것이 아니고 스크린이나 TV에 걸리지도 않습니다. 연기자에게 있어서는 언젠가 안정적으로 일을 하게 될 그 날을 꿈꾸며, 마찬가지로 언젠가 안정적으로 연출하게 될 날을 꿈꾸는 감독과 스탭들과 함께 일을 하는 것에 당위성이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일을 해본 결과 끝까지 찍는 경우가 적을 뿐더러, 끝까지 찍더라도 연기자에게 그걸 보여주는 프로세스 자체를 굉장히 귀찮아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마치,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른 케이스랄까요. 다른 사정이 있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잠수 타거나 "그까이꺼 졸업만 했으면 됐지 뭐하러 찾나요?" 등등... 이건 아니지요..

당장 캐스팅 해놓은 배우가 당일에 나타나지 않으면 발을 동동 구르면서 쌍욕을 하는게 연출자죠. 배우도 마찬가지입니다. 힘들게 시간내서 밤새고 찍었는데 뭐가 어떻게 됐는지 알 수도 없을 뿐더러, 연락도 되지 않는다? 다시 독립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까요?

좀 더 죄송한 말씀 드리자면 너무 이런 경우가 많다 보니 미팅을 하러가면 이쪽에서도 간을 보게 됩니다. 나이는 몇인지(나이가 적을수록 엎어질 가능성 상승) 무슨 의도로 찍는지, 영상 찍는데 지식은 충분한지, 사람을 대하는 태도 등등.

연기자 주제에 건방지다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별 도리가 없지요,. 경우 없는 케이스를 한두번 겪었어야지? 시나리오 맞춤법 어떻게 썼는지만 봐도 솔직이 이 사람이 영화를 끝까지 만들어 낼 의지와 능력이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 나옵니다.

배우도 마찬가지죠? 오디션장 들어올 때 걸음걸이, "안녕하세요" 하는 인사 한마디 들으면 대부분 다 알지 않나요?

이거는 연출쪽도 마찬가지라는 겁니다.

3만원이 싸보여서 실소가 난게 아니라, 3만원이라고 출연료를 적는 것 자체에서 여러가지 정황파악이 되기에, 어이없다고 쓰게 된겁니다.

저도 솔직이 가끔 연출 일을 하기 때문에 연기자를 씁니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상식에 어긋나는 페이를 지급했다거나, 안줬다거나, 결과물에 대한 설명이 없었다거나, 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언제나, 일이 크던 작던, 연출자로서 연기자에 대한 최대의 예우를 갖고 대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일할 수 있었던 바탕은 언제나 내가 같이 일할 사람들에 대한 예의, 그리고 배려, 그것에 대한 책임감입니다.


영화를 한다, 예술을 한다를 떠나서 기본적인 책임감을 가져야 

그냥 버라이어티나 짧은 홍보물 등도 연출을 하고, 배우를 캐스팅하고 포스트 프로덕션 과정을 거칩니다만, 영화라는 장르에서 주는 매력하고는 그 무엇도 비교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시나리오, 좋은 시나리오를 훌륭히 소화하는 배우, 그 배우들을 마치 클래식 지휘하듯이 부드럽게 끌고가는 감독, 그 모든 것들을 받쳐 주는 스탭들... 이 얼마나 보람 있고 훌륭한 일입니까?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하고 싶어하고 어떻게든 만들려고 하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만들기 전에 기본적인 책임감 등은 갖추고 시작을 했으면 합니다.

어쨌든 사람을 쓰는 일이니까요. 예술을 떠나, 내가 부를 사람들이고 내가 생각한 작품을 표현해 줄 사람들인데, 당연히 존중하는 마음이 생기고, 배려하는 마음이 생겨야 하는 것 아닐까요?

그런데 실제 현장에서 하는 품새를 보면 그렇지 않은 마인드가 많다는 겁니다. 그냥 어떻게든 한탕 해야지, 지금은 단지 과도기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부터, 어차피 니들은 삼류들이까 적당히 굴려줄게, 생각하는 사람부터...

영화가 뭐 있겠어? 그냥 찍다보면 완성되겠지(십중팔구 엎어짐)

하여간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대체 이런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은지 모르겠네요.

최소한 크랭크인하기 전에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봅시다. 내가 감독으로 준비는 다 되어 있는 건지, 또 지금 기획과 예산, 일정으로 영화를 끝까지 완성할 수 있을지, 또 이 영화가 나옴으로 해서 여기에 참여한 사람들이 어떤 것을 가져갈 수 있을지 (돈은 아니죠?)

최소한의 책임감, 배려, 예의 이런것들이 너무 아쉬운 바닥이라고 생각합니다.

안그러신 분들이 더 많겠지만, 많은 분들이 한번 정도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제가 길게 글을 이어 나간 시간이 헛되지 만은 않겠지요.

두서 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지금 이 시간에도 좋은 작품 만들기 위해 고생하시는 많은 분들의 건승을 기원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