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running3 2002.09.10 14: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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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심순덕-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찬밥 한 덩이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겨울 냇물에서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배부르다, 생각 없다, 식두들 다 먹이고 굶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발 뒤꿈치 다 헤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손톱이 깎을 수조차 없이 닳고 문드러져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화내고 자식들이 속썩여도 끄떡없는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그것이 그냥 넋두리인 줄만


한밤중 자다 깨어 방구석에서 한없이 소리 죽여 울던 엄마를 본 후론
아!
엄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
어느 책에선가 어미 거미에 대해 읽은 적이 있습니다.
어미 거미는 자신이 낳은 알들을 자신의 등에 짊어지고 살아간다고 합니다.
아마도..
다른 곤충이나 동물들로 부터 그 알들을 보호하기 위해서겠지요..
그렇기에 모르긴 몰라도..
다른 동물로부터 셀 수 없을 만큼의 공격을 당했을 것입니다.
몇 번의 죽을 고비를 넘겼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러면서도 어미 거미는 끝까지 알들을 지켜낸다고 합니다.
그러다 어느때가 되면 알들은 부화하기 시작합니다. 하나 둘..
그렇게 태어난 새끼들은..
제일 먼저 자신의 주위에 있는 것들을 먹어치운다고 합니다.
그것이 제 어미의 몸인줄도 모르고 말입니다.

그러나...
어미 거미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자신이 자식들의 먹이가 된 것을 뿌듯해하며 죽는다고 합니다.
이처럼 비극적인 것이 있을까요..

어미 거미는 알고 있습니다.
이제 갓 부화한
아무런 능력없는 새끼들이 얻을 수 있는 먹이란 없다는 것을...
그러하기에..
결국, 자신의 몸을 먹이로 준다고 합니다.



어미,
어머니란 존재는 그런 존재인가봅니다.

남편을 위해,
자식들을 위해,
자신을 한 없이 양보하고, 한 없이 주시는 분..


마음이 아파옵니다.
어머니란 존재에 대해서..


여지껏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당신의 밥을 자식에게 더 얹어주시는 사랑..
당신의 쓸 돈을 조금씩 모아,
남편을 위해, 자식을 위해 선물하는 것이..
오히려 당신을 위해 쓰는 것 보다 더 기뻐하고 즐거워 하시는 사랑..

그 어머니라는 존재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오직 남편과 자식들만이..
당신의 꿈이고 희망이고,
정작 당신 스스로 당신을 위한 꿈은 없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늘 그렇게..
우리 앞에서 주눅들어 사시는 분인 줄 알았습니다.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허나 그런게 아니었습니다.
어머니도 꿈이 계셨고,
어머니도 자신을 위해 원하고, 바라는 것이 있으셨습니다.

다만..
남편을 위해..
자식들을 위해..
마음 속 깊은 곳에 숨겨두고,
참고 참았을 뿐......


이제...
좀 더 어머니를 사랑하기 원합니다.
조금만 더 어머니를 이해하고,
어머니에게 양보하는....
그 깊은 사랑을 잴 수 없고,
그 넓은 사랑을 알 수 없고,
그 많은 사랑을 셀 수 없겠지만...
최선을 다해 어머니의 얼굴에 웃음이 늘 머물도록 노력하는 님들이 되기를 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