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부터 영화감독이 되고 싶었어요
공모전이 열리면 굵직굵직한 상도 많이 받고 상금 받아다 드리면 부모님도 기뻐하셨죠
20세가 되서 모 대학 영화과에 차석으로 입학을 했어요
이때도 상 많이받고 교수님들께 우리 학교 유망주다 꼭 입봉할거다 얘기 듣고요
근데 너무 힘들더라구요
우리 집은 잘사는 집이 아닌 평범한 집인데
우리 엄마 아빠는 예술보다 당장 오늘 먹을 밥이 중요한 분들인데(비하의 의도 절대 아님)
영화 한 편 연출할 때마다 들어가는 돈
대주실 수 있을 턱이 없었죠
알바로 버는 돈은 등록금 막는데에 다 들어가고
알음알음 연출부로 불러주는 현장은 고강도 노동에 무한한 체력을 요구하지만
엄청난 박봉이거나 그마저도 없거나 둘 중 하나더군요
결국 21살 2학년을 마치고 휴학해서 취업을 나갑니다
처음 취업한 곳은 광고대행을 하는 모 회사
제가 순진했어요 취업해서 일해서 월급 받으면 그 돈을 모아서
다큐멘터리든 영화든 찍을 수 있을 줄 알았죠
내 기획력을 요구하지 않는 100만원짜리 300만원짜리 혹은 500만원짜리
홍보영상 기획하고 바이럴 마케팅을 배우고
일주일에 7일을 일시키고 그 중 이틀 삼일은 집에 못가고
그러는 와중에 조금이라도 피로한 기색이 보이면 체력관리 못한다 꾸지람 듣고
성희롱도 심심찮게 당했죠
대표가 술먹고 강제로 키스하려고 했거든요
그 이후 몇 주 일 못하고 간신히 1년 2개월을 채우고 퇴직
몇 개월 쉬다가 이직한 직장에서도 하는 일은 비슷했습니다
다큐멘터리 작업과 광고 작업을 하는 회사
다시 시나리오를 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말이예요
다만 주말에 쉴 수 있었고 성희롱도 없어서 이전 직장보다는 낫다고 스스로 안도하고
영화는 나같은 약한 사람이 할 수 있는게 아니구나
마음에서 떠나보냈죠
26살 저는 프리랜서입니다
일을 시작한 후로 영화나 드라마 시나리오 외주를 받은적은 단 한번도 없네요
당장 배가 고프고 잘곳이 없어 한달에 60만원도 못준다는 막내작가 생활은 꿈도 꿀 수 없더라구요
저의 반반한 수상이력은 그들에게 실무적 능력이 아니라
우리 회사에 이런 사람도 있다
대외적으로 자랑하는 용도더라구요
필름 메이커스에는 17살에 처음 가입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9년이 지났네요
영화를 꼭 하겠다며 시나리오 평가를 부탁드리던 제가 9년만에 와서 이런 글을 쓰고있네요
잘못 산걸까요
고졸소리 듣고 멸시당하기 싫어서 다시 복학한 학교에는
제 20살때 눈동자를 꼭 닮은 아이들이 지나다닙니다
돈은 벌어야겠죠
꿈보다 중요한 목숨을 위해서
한예종의 유망주였지만 쌀과 김치를 살 돈이 없어 옆집 문을 두드리던 여자가
결국 병을 얻어 골방에서 쓸쓸히 죽고 말았다는 작가의 기사가 생각나네요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 돈을 벌어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