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비를 타고" 뮤지컬은 이런 것?

cinema 2002.02.02 15:10:03
Singing In The Rain, 사랑은 비를 타고

헐리우드엔 일찍이 뮤지컬영화가 성행했다.
최초의 토키영화인 "The Jazz Singer(1927.10.06)"가 뮤지컬이었으니, 유성영화의 시작을 알린 장르가 바로 뮤지컬인 셈이다.

생각해보라.
과장된 액션, 어눌한 몸동작, 밋밋한 자막 등 시각에만 의존하여 즐기던 영화를 대사와 음악이 어우러진 입체적 감각으로 경험하게 된 그 순간의 놀라움은 오늘날 추측해 보아도 '경악'의 수준이었을 것이다. ^^;

경악할만한 영화, "재즈싱어"의 성공으로 헐리우드 각 영화사들은 "All Talking, All Singing, All Dancing"이라는 문구를 앞세워 뮤지컬영화 만들기에 혈안이 된다.
예나 지금이나 관객의 기호를 읽어 돈을 벌어들이려는 제작자들의 노력엔 과히 감탄을 금할 수가 없다.
춤과 노래를 좋아하는(혹은 신기해하는) 관객의 기호와 '돈이 된다'는 제작자들의 계산이 맞아 떨어져 30~50년대까지 수많은 뮤지컬영화가 제작되기에 이른다.
초창기에는 춤꾼의 부족으로 노래하는 뮤지컬이 주를 이루며 제작되었지만, 곧이어 춤과 노래를 겸비한 배우들이 등장하며 그야말로 뮤지컬다운 뮤지컬들이 제작되었다.

한마디로 뮤지컬은 사운드 시대의 도래로 가장 큰 번영을 누렸던 장르였다.  

"Singing In The Rain(1952)"은 그 자신이 유명한 뮤지컬 배우이기도 한 진 켈리( Gene Kelly)가 도날드 오코너(Donald O'Connor), 데비 레이놀즈(Debbie Reynolds) 등과 함께 출연하며 직접 연출한 뮤지컬 작품으로, "재즈싱어"가 제작될 즈음의 헐리우드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 관한 영화이다.

지금보면, 단순하고 직접적인 인물들 사이의 사랑과 갈등-초창기 영화의 다듬어지지 않은 투박한 감정선이 순수하고 순진한 느낌이 든다.
영화속 인물들은 사랑하는 이에겐 우아한 찬사와 달콤함의 운율을 선사하고, 미워하는 이에겐 증오와 조롱의 말들을 내뱉는다. 그들의 일차적인 감정표현이 복잡다단하고 때론 무미건조한 현대인들의 감성과는 맞지 않지만, 순진한 과거인과 대면하는 것처럼 밉지 않고 귀엽게 느껴졌다.

이 영화에서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감독과 주연을 겸한 진 켈리라는 배우의 재능이다.(짐 캐리만큼 놀랍다. ^^;)
진 켈리의 연기를 보고 있으려니 '배우란 저런 것이구나!'라는 감탄사가 절로 쏟아져 나온다.
춤과 노래, 연기의 삼박자를 골구루 갖춘 그의 모습이 바로 탤런트의 참모습 아닐까?

사실 한 배우가 이 영화에서와 같은 춤과 노래실력을 겸비하려면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  
이 영화를 보면 느껴지는 출연진들의 피땀어린 노력은 그야말로 '생짜배기'이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신나고 재미있다.
경쾌한 음악에 신기에 가까운 춤, 코믹한 상황전개가 보는 이를 즐겁게 만든다.
결말 역시 깔끔한 해피엔딩이다.

오늘날, 배우들은 엄청난 시간과 노력, 다양한 재능이 요구된다는 이유로 뮤지컬의 출연을 꺼려 한다.  
또다시 '프레드 아스테어'나 '진 켈리'와 같은 배우들의 출연을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일까?
우리 나라에도 그들과 같은 재능을 지닌 배우의 탄생이 있길 바라지만...

나라면 말도 안되는 영화들을 보며 시간을 죽일 바엔 차라리 이 영화 한 편을 찬찬히 보고 또 보겠다.
나란 놈이 워낙 가무(歌舞)를 좋아하는 놈이라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보는 내내 신나고 경쾌했던 영화로 남아 있다.

춤과 노래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사람일지라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수준의 영화라고 생각한다.
초창기 헐리우드의 제작환경을 바라보는 즐거움도 만만치 않은 영화이다.

다만 영화를 보며 씁쓸했던 것은 우리 나라가 6.25전쟁으로 한창 괴로워하고 있었던 1952년에, 6.25의 주요 참전국이기도 했던 나라(6.25의 원인이기도 했던 나라다), 미국에서는 이처럼 신나고 유쾌한 영화가 제작되고 또 흥행했다는 사실이다.
또한 1952년에 이미 '영화산업'을 완성한 그들의 원숙한 영화제작환경과 빼어난 기술력에도 부러움을 금할 수 없었다.

참고로 이 영화의 컷수는 288(+-30)컷이었다.
컷이 매우 적었다.
한번 실수하면 음악에 맞춰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찍어야 하는 고난위도의 댄싱 장면이 많았지만, 의외로 롱테이크로 찍은 것이 많아서 컷이 적었다.
정말이지 얼마나 많은 연습을 하고 촬영에 들어갔을까?
아님, 그들만의 노하우가 따로 있는 것일까?
이러나 저러나 배우들의 재능이 큰 힘을 발휘한 작품임에는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