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타인의 취향>

vincent 2001.11.14 01:18:44

어떤 사람에 대해 조금만 깊이 생각하면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란 사실 없잖아요.
나와 다른거지 그 사람이 틀린 건 아니라는 거... 가끔 잊고 사는데
이 영화, 명쾌한 해법을 내리는건 아니지만
강요하지 말고 이해해보자고 참, 편안하게 얘기를 건내는군요.
가끔 어느 영화 보고 나와서
착한 사람만 나온다면서 밋밋하다는둥, 하잖아요.
따지고 보면, 사실 세상에 나쁜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
나랑 다른 사람들이 많을 뿐이죠.
하다 못해 영화 하나를 보고 나서도
사람들마다 좋고 싫고가 다르고 왜 좋은지, 이유가 저마다 다르고
왜 싫은지도 아주 사소한 사적인 경험까지 끼어들어
이유가 다양해지는데....
정말 세상엔 얼마나 많은 '다름'이 공존하는지.

'차이에 대한 존중'이라는거 참 어려운 일이죠.
요즘 같은 때, 특히...
아주 거대한 충돌처럼 보이는 요즘의 세계 정세도
기실 파고 들어보면, '차이에 대한 존중'의 문제일텐데요.

'차이'에 대한 문제를 무조건 '취향'의 탓으로 돌리려는건 아니지만
사소한 것 같아 보여도 기실 삶의 자잘한 선택에 기로에서
잣대가 되는건 사상이나 이념보다는 가벼워 보이는 '취향'이
되기가 일쑤죠.
<유브 갓 메일>에서 편의점에서 커피 하나를 주문할 때도
사람들은 존재론적 고민에 빠진다는 내용의 대사가 있잖아요.
(정확하진 않지만)
중자 대자 소자인지, 카페인이 들어가 있는지 빠져 있는지,
프림은 넣을건지 말건지 등등... 선택에 따라 최소한 열몇가지는
되는 커피 중에 하나를 선택한다는거... 정말 대단한 일인거 같애요.
게다가 그 커피 하나에 그 사람의 건강상태나 식사량, 오늘의 기분 등등 많은 정보가 담겨 있잖아요.
그런 '취향'의 다름을, 그 공존의 가능성을 이야기 하면서
이 영화 '고급스런 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은연중에 비꼬면서
'높낮이'라는거, 그거 다 우스운거라고
참, 건강하게 할 말 다 하네요.
기분 정말 좋네요, 영화가.
등장인물 모두에게 행복한,이 아니라
적절한 결말이 기다리고 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