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 간다.

junelee74 2001.10.03 23:47:06
두번 봤는데요.
한번은 친구들이랑. 또한번은 혼자서.
혼자서 보다가 은수가 '우리 한달만 헤어져있을까' 대사한 직후에
극장을 빠져나왔어요.

처음 봤을땐 상우가 보였고
두번째로 봤을땐 은수가 보이더군요.
앞으로 한번 더 볼 예정인데 그때 되면 카메라나 빛이 보일까요?
(더불어 포커스도)

흠...
상우를 이해하긴 그닥 힘들지않고.
왜냐면 우리 모두 처음 사랑할땐 그렇게 하니까.
자신이 그 인간 침대발치의 슬리퍼처럼 느껴질때라도
한없이 관대하게 웃고있는 자기 얼굴을 날려버리고 싶을지언정
연인에게 결정타를 날리지않고 멍청하다 싶을정도로 계속 버티게되니까.

은수캐릭터가 감독에게 약간 이해받지 못한것 같단 생각이 들었지만
두번째로 보니, 은수 이 여자도 이해가 되더군요.
다만 마지막에 화분 주러올때,
아무말없이 화분 돌려주는 상우의 행동에 모든걸 다 짐작했으면서도
다시한번 다가와 옷을 여며주는 게...그 행동이
처음으로 그 여자가 역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끝까지 자기 감정에만 충실하고
이 남자 지금 맘이 어떨까 하나도 생각하지 않을수가 있을까.
나라면 안 그랬을텐데.
화분 돌려받고 웃으면서 '미안했어' 말하고 다시 돌아오지 않았을텐데.

허나.
나는 나고, 은수는 은수니까.

'8월의 크리스마스'에는 너무나 압도적인, 죽음이라는 명제를 첫판부터 깔고 시작했기에
서정성과 시한부가 조화롭게 관객을 만족으로 몰고갔겠지만,
'봄날은 간다'에서는 아무것도 대수로울게 없는 명제로
이렇게나 손에 닿을듯 고통스럽게 화면을 응시하게 만든
그 힘에 다시한번 허진호감독, 대단한 사람이구나 싶었습니다.

내 눈에 옥의 티도 있어요.
할머니 발성이 너무 멀쩡해요.
그리구 할머니 얼굴이 너무 연기에요.
(음...컨트롤하기 힘드셨을수도...그 맘 내가 알지)
그리구 처음에 상우에게 은수가 소화기 사용법 얘기할때
두드러기 나서 죽는줄 알았어요.
그 부분만 유일하게 이영애 cf 극장판으로 보는줄 알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