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나는대로 적는 영화 몇 편의 기억

vincent 2001.06.29 17:34:11
1. <스페이스 카우보이>
    영화가 끝나고 나면,
    '신라의 달밤'이 아니라 'fly me to the moon'이 귓가에서 떠나질 않는다.
    '친구 아이가~'라는 말이 없어도 진짜 의리는 이런 것.    
     클린트 이스트우드, 제임스 가너, 도널드 서덜랜드, 그리고 할아버지라고 하면
     서러워할지도 모를 토미 리 존스까지.... 누가 이들을 한 물 갔다 하는가.

2. <웨이 오브 더 건>
    베네치오 델 토로는 업그레이드 된 브래드 피트 같다.
    게다가 금발에다 뽀사시한 피부를 가진 미소년에서 벗어나려는 라이언 필립의
    시도는 또 얼마나 대견(?)한지.
    <유주얼 서스펙트>의 시나리오작가의 야심찬(?) 데뷔작.
    뒤통수를 치는 반전 대신 제목에 걸맞는 멋진 총격전이 라스트를 장식한다.
    (그러나 그 총격전의 주인공은 젊은 두 배우가 아니라 제임스 칸이다)
    오우삼식 현란한 총싸움(!)에 질린 사람이라면 매혹될 듯.(나처럼)

3. <십이야>
    섬세한 시나리오의 정점. 시나리오 작가가 자기 시나리오를 연출한다면
    이 정돈 되야지... 뭐 이런 건방진 생각까지 해 봄.
    헐리우드에 노라 에이프런이 있다면, 홍콩엔 임애화가 있구나.
    우리에겐 누가 있나.... --;;
    장백지의 팬들에겐 더없이 훌륭한 선물.
    사랑이 뭘까가 아니라 연애가 뭘까, 연애하는 동안 남자와 여자는 어떻게
    다른가를 탐구(?)해주는 영화.

4. <죽음보다 무서운 비밀>
    <유주얼 서스펙트>이후 브라이언 싱어의 세번째 작품이라지.
    대체 두번째 작품은 뭘까. --;;
    <엑스 맨>에서 악당팀(?)을 이끄는 이언 맥컬런이 유태인 수용소에서
    나치에 의해 학살당할 뻔 했던 아픈 과거를 가진 인물로 나오는데,
    재미있게도 전작인 이 영화에서는 나치 전범으로 나온다.
    <의뢰인>과 <굿바이 마이 프렌드>로 영민한 연기를 펼쳐보였던 꼬마
    브래드 랜포드가 섬뜩한 심리 연기를 펼쳐보인다. 이언 맥컬런과 탱탱하게
    맞선다. 우리에게도 이런 어린 연기자가 필요 하다.(아역 연기자가 아니라)
    천재 소년과 숨어 사는 노인(혹은 현자)이라는,  
    <굿 윌 헌팅>이나 <파인딩 포레스터>의 구도를 차용해놓고
   꽤나 암울하고 섬뜩한 이야기로 채워간다. 그게 맛이다.

5. <웨이킹 네드>와 <사랑 계엄령>, <아일랜드 연풍>
   <오! 그레이스>를 보고 생각났던 아일랜드 영화들.
   (<오! 그레이스>는 영국영환데도 꼭 아일랜드 영화 같다)
    <웨이킹 네드>를 보고나서 노인들만 나오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다소 무모한(!)
    환상에 빠진 적이 있다. 미워할 수 없는 복권 사기극. 아, 그들이 그립다.
   <사랑 계엄령>은 원제가 생각 안난다. 요런 이상한 제목을 달다니, 볼 때 당시
   잠깐 분노했었다. 아일랜드 어촌 마을의 노총각들이 여자 구인광고를 내면서
   벌어지는 소동극. 여기 나오는 사람들도 귀엽다.
    <아일랜드 연풍>엔 거의 여자들만 나온다. 청교도들처럼 칙칙한 옷을 입은 과부들이
    모여 사는 곳에 한 미모의 여성이 나타나면서 일대 파란(?)이 일어나는데,
    사실 재미는 없었다. 왕따 과부로 미아 패로가 나온다.
     공통점은 모두 해안가 마을을 배경으로 한 동네영화(?)라는 점이다.
    보고 나면 정말 "그 섬에 가고 싶다"고 믿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