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그레이스> 행복한 마약(?) 같은 영화

vincent 2001.06.27 16:13:14

평촌 킴스씨네마에서 중년 부부 한 쌍과 잠깐 나갔다 올테니 자기 팝콘을 지켜달라던 아줌마 한 분과 오붓하게 봄. 내가 맨 앞에 앉았음.
영화가 시작되고 얼마 안됐을 때, 낄낄대다가 내 웃음소리에 내가 놀람.
중반쯤 됐을 땐 내 뒤에 세 사람이 있다는 걸 잊고 혼자 있는 양 깔깔댐. 이 때부턴 "정말 두려울 것이 없었다"
모두가 해피해진 마무리, 그저 다 덮어두고 접어주고 봐주고 싶은 너그러운 마음이 되어, 미소를 지으며 극장문을 나섬.

드라마 <아줌마>의 원미경보다 우아하게 푼수스러운 브렌다 블레씬의 연기와 그녀를 사랑하는 마을 사람들의 순박한 이웃애와 콘웰 해변의 경치와 수상한 금기의 화초(?)가 피워대는 아슬아슬한 연기가 담백하게 버무려진 영화에 취해 아직까지 기분이 좋다.

한 발만 물러서도 다른 사람한테 밀리고 손해볼 것 같은 불안감에 젖어 있는 사람,
그런 인간관계에 지쳐 있는 사람,
이 영화를 보는 동안만이라도 다 덮어두고 행복에 살짝 전염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에게 권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