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의 본질적인 암울함

kp9999 2004.03.24 02:00:39
최근 한국영화계에 나타나는 새로운 경향중 비록 작은 부분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또한 과거부터
그런 선례는 많았다고 애기할 수도 있겠지만 주목할 만한 것은 재능있는 인력(기준은 주관적임)들이
감독의 길보다는 제작자나 프로듀서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데뷰감독의 페이 평균 3000만원......
평균 작품기간 2년에 하나.....
현존하는 영화감독중 5편 이상 상업영화를 감독한 현역은
임권택, 김기덕, 장선우, 홍상수, 박찬욱, 여균동, 강우석, 김상진, 곽재용, 박광수, 박철수, 김성수, 김태균, 양윤호, 곽경택등 십사오명에 불과하고 (몇분 더 계신 것 같긴 한데) 또한 이중 얼마는 최근 2-3년간 작품활동이 뜸하다.
그럼 90년대 중후반부터 현재까지 10년간 영화편수 대략 5-600편... 그중 반수는 신인감독.....
데뷰감독되기도 어려운 현실에서 차기작까지 갖는 행운을 갖는다 해도 5편까지 간다는 건 정말 1년에 2-3명 나올까 말까다.
기본적인 경제구조상 평균 8년동안 5편의 영화를 찍은 감독의 총수익은
3천+5천+5천+8천+1억으로 볼 때 8년간 3억 1천만원이다.
34세에 데뷰를 한다고 쳐도 42까지 3억 천만원.... 평균연봉 4천이 아리까리하다.
물론 이상은 시나리오료와 흥행보너스등을 고려하자 않았지만 감독의 1년 품위유지비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감안할 때
도대체 뭘 먹고 사는지...
보통들은 다들 수많은 영화학교의 교수를 주업으로 하면서 살고 있는 걸로 아는데 이제 그 자리도 다차서 앞으로 TO가 나올려면 10년에서 15년.....
그럼 앞으로의 데뷰감독들은 다들 뭘 먹고 사나.... 나이 40넘으면 영화판에서 거의 노땅취급당하는 판국에 교수도 이젠 못하고 벌어놓은 돈도 없고... 영화준비만 준비만 하면서 그냥 희망을 밥삼아 살아야하나....
예전의 모 감독은 처참한 데뷰작을 찍고 잔뜩 술에 취해 종로 네거리에서 '내가 ****영화의 감독이야'라고 울부짖었다는데 그 분은 지금 뭐하실려나......

제작쪽은 뭐 다른 거 있을까 하고 좀 알아보니 자세히 알아보진 않았지만 일단 앞서 애기한 현존 5편이상 감독보다 최소 3-4배는 많은 분들이 아직도 현역으로 뛰고 계시고 40이 넘어도 오라는데 많다는 단편적인 현실을 알게 됬다.

물론 감독은 영화의 왕인데.. 하는 마음이 아직 사람들의 마음에 없어진 것도 아니고 분명히 영화는 감독에 따라 색깔이 나오지만 점점 치열함이나 끈기가 사람들 사이에 없어져가고 있는 이 현실에서 어떤 부분으로 분명히 힘이 더 켜져가고 있는 제작파트의 현실에서 감독지망생들은 시나브로 사라져가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답이 없다. 점차 감독은 상호텍스트적인 측면으로 여러군데서 수혈될 거고 감독을 꿈꾸는 영화판의 젊은이들, 좀 늙은 젊은이들은 단 한번의 기회를 노리는 인생의 루저 되어 늙어갈 것이다.

- 스케쥴짜다가 우울해진 비관적인 인생관을 가진 한 조감독의 넋두리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