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의 추억"
hermes
2003.04.30 12:41:06
이 글을 읽어볼 많은 초짜 프로듀서들에게.
영화를 보는 내내 영화에 참 많은 공을 들인 흔적들이 발견되더군요.
촬영. 현상. 미술. 콘티. 편집. 그리고 연기...
그리고 물론 시나리오.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는건 아닌지 싶습니다 (이 생각은 사람들의 반응을 듣고 보고 난 후 이지만)
너무도 쉽게 생각하고 쉽게 말하더군요.
좋다고 .. 눈물을 흘렸다는둥... 일반 관객들이라면 이해하고 반기고 하겠지만..
영화를 만들어갈 사람들이 그런 말을 하는걸 보니까 왜 그렇게 한심스러운지.
감독의 생각을 듣고 30초만에 결정을 내린 제작자의 마음.
그리고 2년 8개월 동안 쏟아부었던 많은 감독과 주변 사람들의 노력.
그것을 바라보며 힘을 모아 주었던 회사 ..
그런것들이 모여 .. 하나의 영화가 만들어 집니다. 2년 8개월이래봐야.. 그렇게 긴 시간도 아닙니다.
그보다 더 많은 시간을 들였던 영화들도 엎어지는 경우가 있으니까요.
이번건 좀 다른것 같긴 합니다. 감독을 믿고 흔들리지 않았을거란 생각이 드네요.
프로듀서 당신들은 좋은 감독을 볼 줄 아는 눈을 지녀야 합니다.
혹은 좋은 만듬새의 영화가 나올지 모를 시나리오를 보는 눈이 있어야 합니다.
수많은 전봇대를 갈아치우며 고만한 높이로 이리 저리 날아 다니다 방앗간 있다고 쪼르르 달려들어 콩알 몇개 주워먹는 그런 참새가 아니라 .. 유유이 하늘 높이 떠서 먹잇감을 찾는 그런 새가 되야지요.
남 잘만든 영화 보고 이리 저리 분위기에 휩싸여 방아찟지 말고. 그런 영화 어떻게 만들어 졌는지를 생각해 보세요. 기획되는 영화가 가진 한계점을 좀 넓게 바라보는 시야가 필요합니다.
감독과 많은 얘기를 하고, 이건 안된다 저건 안된다 .. 제동을 걸기보다 이런건 어떨까 저런건 어떨까 무언가 보탤 줄 아는 그런 프로듀서가 되야겠지요.
필커분들 각자의 몫에 충실하세요. 프로듀서의 몫이 무엇일까요.
장나라가 잘 나간다고 장나라 잡아오는 일이 아니듯이.. 남의 잘만든 영화놓고 한숨만 짓고 있는 것도 프로듀서로서 꼴불견입니다. 당신도 좋은 영화 그리고 공들여 잘 만든 영화 만드세요.
그런데 저는 이번에 생각을 좀 고치기로 했습니다.
어떤 소재이든 좀 공들여 잘 만든 영화를 보기를 소망했던 생각이 조금 바뀌네요
물론 공들여 아주 잘 만든 영화가 되어야 하는건 기본중에 기본이 되어야 겠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살인의 추억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요
아마 저랑 비슷한 생각을 하시는 분들도 있을거라 생각됩니다.
무언가가 없다는 생각 안드셨나요 ?
시대와 두 형사를 가지고 만든 소재주의 영화같다는 의심도 들기도 하구요..
소재주의니 머니 하는 말 저도 싫어합니다만, 그 말이 싫다면 ..
저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건 3시간 짜리로 만들었어야 하는 영화구나 " 하구요...
나머지 한시간 동안 보여주었어야할 것들이 빠져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촬영을 99회를 나갔다고 합니다. 이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는 사실 그런 부분도 일종의 거품으로 생각됩니다.
다른부분이 너무 좋아서.. 너무 좋다기 보다 이제야 이런 식의 영화가 한국에도 나왔다는 기쁨에 칭찬하느라 정신없는 것은 좋지만 .. 인물들에 대한 느낌. 그 공기에 대한 느낌. 패배감에 대한 느낌..도 좋지만 .. 뭔가가 배제된 영화를 보는 허전함이 느껴졌습니다. 저만 그런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