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삐딱하게 되돌아보기.

sadsong 2008.06.15 03:44:33
촛불여학생.jpg

순서 없이 내뱉습니다.
마구 내뱉습니다.
뒷북이어도 이해해주세요.


## 촛불소녀 이미지.

미국 소고기 수입 관련 집회의 각종 인쇄물들에 등장하는
'똘망똘망한 눈으로 촛불 들고 선 교복입은 단발머리 여학생' 그림 말입니다.
(지금보니 '촛불소녀'라는 이름이 있군요.)

언제부터 그 그림이 이번 집회의 대표 이미지가 됐는지 모르겠지만,
그 그림을 처음 기획-제작-이용한 주체가 당사자들인 여중생, 여고생들이라면 모를까,
적어도 그것은 아닌 것으로 생각되고... (혹시 맞다면 이하 내용들은 무시하십시오. 제가 몰랐습니다.)

그 것을 생산해 낸 ‘어른들’, 그들은 꽤나 사려깊지 못한 겉멋이 든 분들 같습니다.


'여학생들이 먼저 앞장섰던 것에 대해 미안함과 부끄러움을 갖게 된다.'고 말하는 분들이 있는 반면
전 개인적으로 그에 대한 부끄러움은 '전혀' 없습니다만,
그렇다고 그 것을 부끄러워하는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것도 아니고
그러한 집회 초기의 학생들 노력을 높이 사는 것에도 큰 거부감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감정들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혹시나, 여학생들 스스로가 자신들의 이미지가 이용되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해도,
그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입니다.)

'여학생 그림'을 사용하게 된 이면에 불순한 의도가 숨어있을 거란 얘기까진 아닙니다.
당연히 순수한 마음으로 시작되었겠죠.
하지만, 적어도 성인들에 비해서는 '순수하고 맑은' 이미지로 인식되는 어린 여학생들,
그들의 모습을 대표이미지로 삼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
적어도 옳은 행동이라고 생각되진 않습니다.

잘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어떤 큰 착각 속에 탄생한 빗나간 이미지는 아닌지.



## '쥐박이'

이것도 제가 그 시작을 정확히는 모르기에 좀 조심스럽습니다만.
언제부터, 왜, '쥐'에 빗대지기 시작한 것이죠?

- 하는 짓이 그와 같아서
- 생김새가 그와 같아서

제가 알기로는 이정도인데요. (다른 확실한 기원이 있다면 알려주시고.)

자, 위의 두 가지 중 '적어도' 후자의 경우라면
그러한 표현 사용에 반대(라는 표현이 좀 웃기지만)하고 싶습니다.

다른 방식의 비난과 욕 다 괜찮은데, 최소한 생긴 것 가지고는 욕하지 말죠.
그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쪽팔립니다. 비겁합니다. 치사해 보입니다.

다른 걸로도 욕할 것 얼마든지 많잖습니까.
나라 위한 큰 뜻 품고 행동하는 마당에
굳이 인격을 모독하는 방법까지 동원해 싸우진 말잔 얘깁니다.
'인격'이란 낱말에서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는데,
"인간 같지도 않은데 인격이 어디 있냐?"라고 물으신다면
그런 면에서의 '인격'을 말하는 것은 아니라고 답하고 싶고,
그러니까...

그냥 쉽게, 사람 생긴 것 가지고 욕하진 말자는 말이죠. 애들 싸움도 아니고.
어쩌란 말입니까. 부모님이 그렇게 낳아주신 것을.
(대통령의 부모님이 어떤 분들인지 저는 알지 못하지만
한사람의 어리석음 때문에 그 부모의 가슴까지 짓밟아도 된다고는 생각해본 적 없습니다.)



## 정운천 장관.

글쎄, 내각 총사퇴라는 것이
야당(이라 불리우는 이들)의 일관된 입장인 것은 확실한데,
정확히 '다수의 민심'과도 연결되는지는 확신 못하겠습니다.
내각 일괄사퇴 표명 이후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고요.

어쨌든,
총리나 다른 장관들은 모르겠고
정운천 장관. 솔직히 불쌍해 보입니다.


아니 썅...(자, 이렇게 갑자기 흥분한 척 하면서 자연스럽게 존대는 사라집니다),
감독, 피디, 지들이 소고기 소재 시나리오 다 완성해놓고 나서(심지어 전임 감독과 피디때부터),
말 잘 들을 것 같은 연출부 한 명 뒤늦게 뽑아놓고는,
시나리오 파악할 시간도 안 줘 놓고,
당장 가서 제본을 해오라 그런 거지.

어쩌겠어, 일단 해와야지.

그런데 그제야 시나리오의 저급한 내용들이 하나 둘 밝혀진 거지.
도저히 영화화 할 수 없는, 쓰레기 수준의 지문과 대사들.
아무도 모를 줄 알고 '포스트잇'으로 가려놓았던 부분들이 제본 과정에서 떨어져 나간거야.

이 상황에서,
감독과 피디에게 책임을 묻고 주먹을 날리면 됐지,
그 연출부원에게까지 때려치라며 욕을 해대는게 옳은건지 난 모르겠네.

게다가 그 연출부는 이제껏 소고기 영화는 만든적도 본적도 없고
한평생 참다래 소재의 영화만 만들던 사람인데, 어쩌라고.

아무튼, 제본 심부름 시키기 전에 시나리오 검토할 시간이라도 충분히 줬냔 말이야.


그리고 좀 지난 얘기인데,
청문회 때 쩔쩔매던 정운천 장관의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지.
이제껏 여러 종류의 청문회를 봐왔지만 그렇게까지 '폭력적으로' 질책당하는 증인은 처음이었어.

그런데 말이야, 아무리 청문회라지만
그렇게까지 싸가지 없는 말투로 증인들한테 윽박지르는 건 아니다.
인간 대 인간으로 그렇게 하는 건 아니란 말이다.
논거에 자신 있으면 나지막한 어조로도 충분히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거야.
솔직히 가끔씩은 통쾌하기도 했지만,
그 붉어진 얼굴로 쩔쩔매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참 안쓰럽더라. 잘잘못을 떠나서.
적절한 비유는 아니지만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한국식 사회분위기가 짜증나기도 하고.

그리고, 왜 힘없는 연출부한테만 소리 지르고 지랄이야.
대통령 앞에 가서나 제발 그렇게 해봐라 새끼들아. 할 수나 있나 보자.
그 땐 안 말릴 테니까.



## 방송인 정선희.

결국 방송에서 하차를 했고
그렇게 되기까지 '일부' 네티즌들은 해당 프로그램의 광고주들한테까지
전화를 해서 압력을 행사했고 하니, 참 대단들 하지.

집회 참여자들을 폄하하는 발언이었기 때문이라고들 하는데...
좋아, 극단적으로 쉽게 풀어보자.

"구국의 결단으로 큰 일을 하는 것도 좋지만
그 이전에 길거리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사람부터 됩시다." 뭐 이런 것쯤 아니었겠어?

그 말이 뭐가 어떻게 잘못된 건지 도무지 모르겠네.
해당되는 이들은 오히려 부끄러워하거나 반성하면 되는 것이고.
아니면 그냥 넘기고 말면 되는 것인데,
그런 얘기를 듣고, 실제로 자신들이 폄하되었다고 느끼는 수준의 개념없음이라면,
심지어 정선희씨 본인은 물론 방송사와 광고주에까지 압력을 넣는 강단을 지닌 막무가내식 뒤틀린 정열가라면
더 이상 집회에 참여해주지 않으셔도 되겠습니다.
순도 높은 집회가 되었으면 하거든요.



## 촛불 '문화제'?

'집회와 시위의 양상이 예전과 달라졌다.'
'이제 그곳엔 춤과 노래, 놀이... 문화가 함께한다.'

요즘 자주 접하는 기사죠.
현장 분위기가 실제로 그렇기도 하고.

그런데 좀 웃깁니다.
달라진 집회의 양상 자체가 웃긴게 아니라
그것을 마치 '선진적인 방식', '추구해야 할 집회문화', '고급 문화'인 양 스스로 느끼는 이들이.
그리고 마찬가지로 긍정적인 시각을 담아 연일 보도하는 언론이.

언젠가는 수많은 먹거리 노점들과 곳곳에서의 술판도 보이더군요.
(일시적이었던 것일 수도 있습니다.)

좋은 것 맞습니까? 나아진 것 맞아요?

물론 평화시위는 지켜져야 합니다. 폭력시위는 안되죠. 그런 이야기가 아니라...
다시 말하지만, 달라진 것 자체가 이상하다는 게 아니고
그 달라진 모습을, 선진사회로 한걸음 내딛기라도 한 듯 자평하며 스스로들 뿌듯해 하는 모습이 전 이상한데요.


무식하게 비약하자면 어떤 의미에서의 문화사대주의 같기도 하고
살짝만 비약하자면 역시나 '겉멋' 냄새가 풍기기도 합니다.

사실 저는, 애초에 촛불시위라는 것 자체에도 '겉멋'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아무래도 맨주먹 흔드는 것보다 촛불 흔드는 게 왠지 그럴 듯해 보이는 게 사실 아닌가요?
냉정하게 까발리고 보면 그렇다 이겁니다.

그렇다고, 이왕 하는 거 좀 그럴듯하게, 보기 좋게 하는 것이 꼭 나쁜 것이라고 생각진 않지만
그저 뭐... 그렇다는 것이죠.



## 인터넷 생중계.

뭐니뭐니해도 가장 획기적인 변화는
인터넷을 통한 집회현장 생중계가 아닐까 하는데요.
인터넷을 통해 현장상황을 접해야 할 경우 큰 도움이 되고 있지요.

다만 한 가지.
정확히 누구신진 모르겠으나 라X오21의 여성중계자분,
중계분위기를 제발 신파로 몰아가진 말아주세요.

특별한 감정 실리지 않은 정확한 정보의 '건조한' 전달만으로도
대부분의 청취자는 제대로 판단하고 그에 따라 분노하고 마음으로의 참여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방송을 듣고 있다보면 때때로 참 거북합니다.
'어설픈 선동' 수준이라고 느꼈다면 좀 심하다고 하실까요?
극으로 치자면 억지 눈물 질질 짜내려는 신파극처럼 느껴집니다.
그렇게까지 안하셔도 될 것 같은데요. 함께 진행하시는 남자분은 상대적으로 담백하시던데.



## 욕하는 애새끼들.

간혹 대치중인 전-의경들에게 상상 이상의 욕을 해대는 초등학생쯤의 어린아이들이 있죠.
어느날은 무대에 마련된 시민발언의 자리에 초등학생이 올라와 대통령의 이름을 거론하며 ‘욕설 직격탄’을 날리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두 경우 모두, 주변 ‘어른’들은 박수를 치며 재밌어하고 좋아합니다. 심지어 칭찬까지.

썅. 이게 뭡니까. 뭐하는 짓들입니까. 진짜 재밌습니까?

“야, 이 애새끼야. 이리 좀 와보렴.
저기 저 경찰 아저씨들은 말이야, 간혹 나쁜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죄 없는,
여기 촛불 든 형들하고 비슷한 사람들인데,
위에 높은 사람들이 시켜서 어쩔 수 없이 이런 일을 하는 거란다.
그러니, 너 나이도 어린 새끼가 그런식으로 형님들을 욕하면 않되는 거야, 알겠니?
그리고... 너 그런 심한 욕은 어디서 배웠어? 이 새끼가 커서 뭐가 될라고.”

이렇게 타일러야 하는 것 아닌가요? 박수를 치며 그것을 같이 즐기다니요.
(하지만 저 역시 그렇게 하진 못했습니다.
혼자였던 전 초등생‘팀’에 수적으로 밀릴 것을 두려워한 것이죠...)




- 자, 가끔씩은 뒤돌아볼 필요도 있으니 몇 가지 딴지를 걸어본 것인데...
그럼에도 너무 아군들에 대한 딴지만 건 듯한 감도 없지 않아서. -


## 종교 공화국

"앞으로는 민심에 더욱 귀를 기울이겠다."

벌써 몇 번째요. 말이나 하지를 말든가.
민심 듣겠다고 말을 꺼냄과 동시에 등 돌리고 귓구멍 막아버리고 뒤로는 헛짓거리를 이어가는,
대놓고 국민을 무시하는 개수작을 보이니까 국민들이 더 짜증이 나는 거 아니겠어요.

너무나 당연히 국민들의 분노가 증폭되면서
최근 다시 한 번 '민심 수용'을 강조하길래 이번엔 어떻게 귀를 기울일지 한 번 봤지요.

그런데,
그래놓고 한다는 짓거리가 종교지도자들을 연일 청기와로 불러대는 일이었지요.

대체 언제부터 종교지도자들이 이 나라의 어른이고 이 나라의 입이고 이 나라의 민심이 되었을까요?


국민들이 얼마나 분노하고 있는지 알고 싶으면 시민단체의 장들을 만나던지
재협상이 정말 불가한지 알고 싶으면 외교통상 전문가들을 만나던지
광우병 발병위험이 정말 있는지 알고 싶으면 [수]의학 전문가들을 만나던지
만나볼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뜬금없이 종교인들이 웬말인가요?


"여기가 강간 공화국이냐?"며 논두렁 이단옆차기를 보여주었던 박두만 형사가
"여기가 종교 공화국이냐?"를 외치며 한 번 더 활극을 보여주어야만 하나요.
(찢어발겨도 마땅찮을 XXX XX XXX XX가 대통령 옆에 앉아
국민의 뜻을 전한답시고 나불대는 모습을 지켜봐야하는 상황이라니...)


종교 이야기 나오니 생각나네요.
추X길 청와대 비서관님은 잘 계신지 모르겠습니다.
마지막 사탄 한 마리까지 깨끗이 때려잡기 위해 오늘 하루도 열심히 기도하셨을 것으로 믿겠습니다.
단, 사탄의 무리를 섬멸하실 때에는 ‘맞아서 다쳤다면 거짓말’이 되는 ‘가장 안전한’ 물대포 대신
어떤 효과적인 연장을 사용하실지 명X수 서울경찰청 경비과장님과 꼭 사전 논의하시고요.
썅.

(* ‘썅’은 제가 대화중 '관용적으로‘ 사용하는 용어로써
누구를 욕하거나 할 생각은 없었으니 오해 말아 주세요. 썅.)



sadsong / 4444 / ㅈㅎㄷㅈ
===========================
불쌍한 소들은 알고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