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정말 답답합니다.

chun51s 2007.06.15 01:07:09
답답한마음에 글 올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21살에 영화에 대한 열정만 가지고 무작정 상경한 철없는 어린애입니다.
자퇴하고 꿈없이, 패기없이 그냥 시간만 때우며 하루하루 살던 시절
레옹이라는 영화를 보고 반해서, 다시 학교를 다니게 되었습니다.
지방사람들은 아시겠지만 마땅히 영화찍는 곳도 없고,
수능치는 기계를 배출해내는 인문계 고등학교,
아무런 지원도 없고 자료 조차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영화동아리를 만들어서 국어선생님께 사정사정해서 방과후
학교 도서관에서 시나리오 쓰는 방법을 배우고, 과학 선생님께 부탁드려서
과학실을 빌리고, 비디오 카메라를 빌리고
각 반마다 돌아다니며 고개숙여 청소년영화제에 작품을 내고 싶은데
같이 영화 찍을 사람이 없다고, 관심있으면 제발 같이 찍어보자고
말하고 다니면서 영화에 대한 꿈을 키웠습니다.
그리고 작은 축제나 지방공연, 청소년 공연 같은 무대 연출등을 하면서
경험도 쌓고 현장일을 하고 싶다는 꿈을 키우면서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그렇게 영화에 대한 열정으로
푼돈과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모아 지방보다는 훨씬 기회가 많은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저는 정말 가슴이 설레고 벅차서 하루하루가 행복했습니다.


생각했던것 보다 서울은 굉장했습니다.
제가 맘만 먹으면 단편영화- 인디영화에서 막내일을 하는 것이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동아리도 영화 동아리를 들면서 저는 정말 가슴이 터져 죽을 것 같았습니다.
꿈이 실현되는 순간이었으니까요.


그렇게 적은 일이나마 영화에 관련된 일을 하고,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하루하루 배운다는 기쁨에 젖어 있던 도중,


K모 대학의 졸업작품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영화라는게 특히 상업영화가 아니면 돈벌기 쉽지 않다는 것은 경험으로 알고있습니다만.
저는 돈보다는 경험이라는것에 더 비중을 두고 있었고,
여러 사람을 만난다는것에 더 비중을 두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먼저 그쪽에서 연락이 와서 일을 하게 되었다는 것에 기분이 더 좋았습니다.
필커라는 홈페이지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고 하더군요.
뭐 미술쪽에 대한 경험도 없고 잘 모르니 도와달라고 하더군요.
몇작품 안되지만 겨우 미술팀 막내로 밖에 지낸 적이 없어서 저도 잘은 모르지만,
이제껏 제가 배워왔던 것을 써먹을수도 있고, 더 공부할 수도 있을 것 같아 저는
기쁘게 승낙했습니다.


상업영화만큼은 아니지만, 적당한 페이도 약속 받았고, 참 기뻤습니다.
교통비는 물론 식사도 잘 챙겨준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그렇게 K모 대학의 졸업작품- 단편이라고는 했지만 시나리오상 씬이 구십두개였고,
중장편의 규모였습니다. - 에 참여하게되었습니다.


5월 4일 부터의 프리기간, 5월 11일 부터 24일........ 이 촬영기간 동안 저는 정말
막돼먹은 K모 대학 제작부 쪽의 행태를 보게되었습니다.
솔직히 이 K모 대학 분들은 제대로 된 영화를 처음해보시는 분들 이었습니다.
자기들 말로는 영화를 해봤다고 했으나, 들어본 말에 따르면
진짜 학교 과제 - 그런걸로 한두번 찍어본게 다인...
아무튼, 처음 약속과는 달리 이미 미술팀 일은 거의 픽스상태.
한번도 미술일을 해보신적 없다는 경희대 졸업반의 감독과의 친분이 있는 분이
미술감독이란 자리에 올라가있더군요.


하긴 나이도 어린 제가 미감자리 오를거라는 생각도 안했지만, 처음 말과는 달리
절 제작 회의나, 컨셉회의에 조차 끼워주지 않더군요.
제 생각을 물어보고는 그건 우리가 생각하던거랑 달라, 한마디로 말을 끊고
제대로 들어주지도 않고- 하지만 어차피 프리단계 거의 끝에 들어간거고
이미 픽스되있다니 참았습니다.
'간지'나 '공간'에 대한 개념도 전혀 없으셨지만,
세트제작 하시는 분과의 대화에서 정말 그분말 하나도 알아듣는 거 없는 것도
이해했습니다.


그런데 촬영 하루전, 저보고 음향 보조를 하라더군요.
음향 감독님이 조수가 필요하시다고.
근데 보통 조수라고하면 마이크드는 붐맨 아닙니까. 그래서 붐드는거
못한다 그러니까 못하는게 어딨냐고 막 하시더군요.
그러다 붐맨은 연출부, 하루 전에 들어오신 분께서 하고
아무튼 결국 전 음향 감독님 밑에서 라인맨을 하게 됐습니다.
이런 일은 그렇다 치더라도,


그 촬영장에서 밥은 하루한끼나 제대로 주면 다행인겁니다.
끼니 대신 빵ㅡ 그것도 스탭 명수에 못미치는 갯수의 쪼끄만 것을 주질 않나,
감독이나 연출부, 제작부들도 피는 담배조차 준비해주지 않고, 그것도 모자라
자기네 피울 담배도 준비 안해서 스탭들한테 빌리질 않나.
뭐, 잠도 제대로 재우지 않고 ㅡ 물론 촬영을 하다보면
이것도 이해는 하겠지만, 하루이틀도 아니고 하루의 쉬는 날도 없이
계속 잠도 , 밥도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상태에서 혹사 시키듯 촬영을 했습니다.
그리고 자기들은 손하나 까딱하지 않는 - 특히 감독은.
이게 무슨 상업영화도 아니고 스탭이 넘쳐흘러서 그러는 것도 아니고
쓰레기 줍는 것 조차 하지 않고 XX씨, 이것좀 치우세요, 라는 명령조로
짜증만 냈습니다.


각자 할일 끝내놓고 좀 쉬고 있으면 아직 정리 덜 된 조명팀 장비 옮기라고.
조명팀 장비는 솔직히 조명팀이 아니고선 함부로 만질 물건이 못됩니다.
그런데 일 안한다고 - 물론 저희 일은 다 끝내놓은 상태였습니다만.

네 좋다 이겁니다. 이렇게 부려먹고 거의 14일의 촬영기간, 8일여간의 프리기간동안
다른 일, 알바 못하고 작품에 매달린 스탭의 페이를 주지 않는건 무슨 짓입니까?
정말 울화통이 터집니다.
돈은 그렇다 치고,
사정이 어려우면 어려운대로 연락을 하고, 수고했다. 그동안 고생많았다 한마디만
했어도 이렇게 안화날겁니다.
전화는 피하고,
안받고.


제대로 된 설명도, 수고했단 말도.
같이 밤도새고 배고파 가면서 촬영한 스탭을 이렇게 기만한건 정말 용서할 수가 없습니다.
이런 기분으론 실명과 학교이름까지 다 공개하고 핸드폰 번호까지 공개하고
어떻게든 엿먹이고
배급사에 연락한다고 했는데
그 영화 인디 영화관에서라도 설마 배급되고 상영된다면
그 영화관의 스크린을 찢어서라도
진짜 잘되는 꼴
잘사는 꼴 두번다신 영화계쪽에 발담그는 일 없게 만들고 싶습니다.
정말 짜증나고 답답합니다.


솔직히 처음엔 경험이다, 라고 위로했지만 중반 이후부턴
페이받으니까 더러워도 참자 라고 생각했었는데.
진짜 길가에서 마주치면 가만 안냅두고 싶습니다.
솔직히 좋은 성격도 아니지만 일부러 참고 그랬는데.
진짜 어이없습니다.

어떻게 해야할지 조언 좀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