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우석감독-배우 돈 너무 밝혀요

tls0714 2005.06.26 12:10:24
강우석 감독 "배우들, 돈 너무 밝혀요"
실명 거론하며 비판… "이러단 영화계 공멸"
기획·시나리오 기여한 것 없는데 출연료 받으며 수익 50%까지 요구
'선생 김봉두' 최민식도 그래서 교체 설경구만 "지분 요구 않겠다" 다짐



[조선일보 어수웅 기자]

“대한민국 배우들, 돈 너무 밝혀요. 이건 영화계 전체가 돈 벌어서 몇몇 스타들에게 갖다 바치는 꼴입니다. 이러다가는 영화계 전체가 공멸할 겁니다. 내가 배우들의 ‘공공의 적’이 되더라도, 내가 2~3년 영화 못 만드는 한이 있더라도 이건 고쳐야 합니다.”


‘실미도’ ‘공공의 적’ 등 한국 영화계 최고의 흥행 감독 중 한 명이자 ‘충무로의 파워맨’으로 꼽히는 강우석(45·사진) 감독이 23일 밤 기자들을 만나 톱스타들의 최근 몸값에 대해 직격탄을 날렸다.


강 감독이 가장 목소리를 높인 부분은 최근 충무로의 현안으로 등장한 배우와 매니지먼트사의 공동제작 문제. “출연 말고는 특별히 기여한 바도 없는데 ‘공동 제작’이라는 미명하에 많게는 제작사 수익의 50%까지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본지 6월 7일자 A2면>. 강 감독은 구체적 사례를 거론하며 “이대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모두 4억~5억원의 출연료를 받는 충무로 최고의 연기파 배우들이다.


강 감독은 재작년 차승원이 주연했던 영화 ‘선생 김봉두’ 때의 사례를 예로 들었다. 원래 최민식씨에게 시나리오를 주었지만, 그가 개런티뿐만 아니라 추가로 제작사 수익 지분까지 요구해 배우를 교체했다는 것이다. 또 송강호씨의 경우는 “배우에게 제작지분 안 준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어 아예 나를 안 만나려 한다”는 것.


강 감독은 “소위 연기파 빅3 중에서는 설경구씨 정도가 유일하게 지분 요구를 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면서 에피소드 하나를 소개했다. “하루는 설경구씨도 지분을 요구하고 있다는 소문에 당장 그 자리에서 전화를 걸어서 확인을 해봤죠. 아니랍니다. 그러더니 얼마 후 문자메시지가 왔어요. 그런 소문이 돌았다는 것 자체가 ‘잘못 산 것 같다’는 요지였습니다.”


이에 대해 배우 최민식씨의 소속사인 브라보 엔터테인먼트의 박재형 대표는 강하게 반박했다. ‘선생 김봉두’는 최씨측이 시놉시스와 아이템 회의도 함께 참여했고, 마지막 장면에 대한 아이디어도 내놓았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전혀 한 게 없다면 지분 요구는 말이 안 되겠지만, 우리는 시나리오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고 생각한다”며 “역시 제작사의 수익지분을 받기로 하고 출연한 ‘주먹이 운다’도 기획 때부터 함께 참여했으며 다른 배우의 캐스팅과 투자까지 우리가 책임졌다”고 설명했다. 배우 송강호씨는 자신의 매니저 최민석씨를 통해 “이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고 밝혀왔다.


한국의 대표급 감독이 대표 스타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맹비난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 이처럼 ‘공동 제작’ 문제에 대해 제작자나 감독이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것은 충무로에 닥치고 있는 위기의 징후 때문. ‘역도산’ ‘주먹이 운다’ ‘남극일기’ 등 대작영화를 포함, 올해 한국 영화들의 약 80%가 흥행 실패를 거듭하고 있고, 영화펀드 손실로 인한 자금난 등이 겹치면서 충무로의 돈줄은 극도로 말랐다. 제작사와 배우들의 소속사인 매니지먼트사도 손실이 적잖다. 일부 배우들의 경우 소속사에 이름을 걸어주는 조건으로 ‘커미션 0%’를 관철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 감독은 “배우와 매니지먼트 회사들도 영화계의 한 축인 만큼 직접 제작을 하거나 함께 참여할 수는 있지만 기획·시나리오에 기여한 것 없이 스타 출연만으로 지분을 요구하는 건 한참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영화계는 미국처럼 스타의 개런티를 더 올리는 한이 있더라도, 제작사 지분과 부가수입까지 나눠갖는 ‘스타·매니지먼트사와의 공동제작’은 더 이상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제작자 모임인 영화제작가협회(회장 김형준)는 24일 긴급 총회를 열고, 배우와 매니지먼트사의 공동제작이나 과도한 지분요구 등 영화계의 불합리한 관례를 시정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김형준 회장은 “현재 활동 중인 영화사의 대부분인 31개사가 회의에 참석했다”면서 “28일 기자회견을 통해 구체적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어수웅기자 [블로그 바로가기 jan10.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