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인터넷판)스탭 처우문제, 더이상 시간 없다

antikoko 2004.03.29 20:06:25
여전히 70% 이상 촬영횟수 아닌 작품당 계약, 복지도 제자리
현장 스탭들의 배고픔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한국영화 편당 1천만 관객 시대가 열렸지만 조수급 스탭들에 대한 열악한 처우는 나아진 것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여전히 70% 이상의 스탭들이 촬영횟수가 아닌 작품당 계약을 하고 있는데다 계약형태 또한 도급계약이 6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출, 제작, 촬영, 조명 등 주요 부문 조수급 스탭들의 인건비 상승 또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균 순제작비에서 이들 조수급 스탭들의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고작 4.5% 수준. 3년 전에 비해 스탭들의 작품당 인건비는 108% 정도 증가했지만, 이는 실질임금의 상승이라기보다 편당 제작인력 및 촬영회차 증가와 물가상승에 따른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영화조감독협회, 한국영화제작부협회, 촬영조수협의회, 조명조수협의회 등 4부 조수연합이 156명의 현장스탭을 대상으로 조사한 ‘영화현장스탭의 근로조건개선과 전문성 향상을 위한 연구’에 따르면, 제3조수들은 편당 347만원이라는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인건비를 받고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다른 업종에 비해 노동시간이 과다하고 복지혜택이 적은 것 또한 도마에 올랐다. 4부협회는 다른 업종의 비정규직에 비해서도 직장의료, 고용, 산재, 국민연금 등의 적용비율이 현저하게 낮았으며 잠을 자지 않고 25시간 이상 촬영한 적이 있는 스탭이 88%에 이를 정도로 노동강도가 가혹하다고 밝혔다.

현장 스탭들은 이같은 문제들의 해결을 위한 방안도 함께 제시했다. △스탭들의 모임을 조합 또는 노조로 전환하는 조직력 강화 △인력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을 통한 고용환경 개선 △인턴제도 활용과 교육 프로그램 개발을 통한 인력 전문화 △직급과 상관없이 경력 및 실력에 근거해 보상하는 제작시스템으로의 개선 등이다. 이와 관련해 현장 스탭과 함께 공동책임연구원으로 이 연구사업에 참여한 김광수 청년필름 대표는 “좀더 많은 현장 스탭들이 4부협회에 결합해서 힘을 모아주는 것이 이러한 아이디어가 현실화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라고 덧붙였다.

이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