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 11월 1일.
어색하게 맞춰 입은 교복 새로 스며들던 찬 기운이 기억나네요.
교실보다 더 추운 방송실에 모여 선 친구들도 보이는 거 같고..
새벽에 비명에 갔다는 젊은 가수.
이제 막 알려지기 시작했던 그의 노래.
어떤 노래가 오늘 같은 날 적당할까... 들어보면 다 어쩐지 서글퍼.
잘 모르는 사람인데... 그냥 아는 사람 같애서...
스산한 창 밖의 앙상한 나무가지들 때문이었나,
우리는 조금 울었어요.
큐 시트를 고쳐 쓰고...
지도교사한테 허락도 안받고 튼 노래.
'우울한 편지'..였지요, 아마.
그의 죽음을 알리는 멘트를 하고 노래가 나오는 동안 혼자 박스 안에서 몹시 우울해졌었는데..
박스 밖에 서 있는 친구들도 뿌옇게 보이고...
자율학습도 빼먹고 스탠드에 오래 앉아 있었던... 아주 뿌연 기억.
90년 11월 1일.
아마 아직도 동아리방 캐비넷에 남아 있을 낡은 일기장들 중,
어느 한 페이지에 있을...
왜 가수가 죽어서 울면 창피한 일인거냐구..
혼자 성 내던 몇 줄.
그 날은 하루 내내 어딜 가든 '넋두리'랑 '내 사랑 내 곁에'랑 들을 수 있었는데...
그 때 캠퍼스에는 서둘러 겨울이 오고 있었는데...
내 서툰 신입생 생활도 막을 내리고 있었는데...
그냥, 반가워서 몇 자 적는다는게 길어졌네요. ^^
벌써 하루도 넘어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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