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 이번 주 씨네21에도 김봉석기자가 추천을 해놓았다.
<연애중독>의 야마모토 후미오의 나오키상 수상작 <플라나리아>와 이 책을 두 권의 일본 소설로 묶어 소개했는데, <플라나리아>를 아직 못읽어봤으니 왜 둘을 그렇게 묶었는지는 알 수 없다. 일본소설이라는 것, 여성작가라는 것이 공통점이라면 공통점일까.
여튼... 이 책을 처음 읽어보기로 작정했을 때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은 소설에서 처음 던져지는 사건이었다.
집 밖에도 나오지 않고 먹지도 않고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 마치 콘센트에서 플러그를 뽑아놓은 전자제품처럼 죽어버린 주인공의 오빠. 그리고, 그 죽음의 수수께끼. 그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여자.
사실, 난 스즈키 코지의 소설에나 나올 법한 이 설정이 꽤 마음에 들었고, <링>의 구조를 연상했다. 그러나, 섯부른 예상을 뛰어넘는 파격은 몇 곱절의 감응을 선사한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이 풀어가야할 수수께끼는 사실, 인간과 인간의 관계다. 단절이 불러오는 오해와 오해를 풀지 못해 고립되는 악순환. 그 모든 악순환의 고리를 풀어갈 힘도 의지도 잃어버리게 만드는 대답받지 못하는 자아.
수수께끼를 푸는 과정에서 등장하는 심리학이니 정신분석학이니 샤머니즘 같은 제 분야는 그닥 부담스럽지 않고, 주인공이 자아와 맞닥뜨린다는 설정도 재미 있다. 결론이 조금 당혹스럽긴 해도.
오히려, 지나치게 경박스럽지도 지나치게 무겁지도 않으면서 독자를 흡입해가는 일본 대중소설의 저력을 다시금 확인하는 것이 두려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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