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13,734 개

소소하게 수다나 떨자는 곳입니다. 무슨 얘기든지 좋습니다.
아무거나 한마디씩 남겨주세요.(광고만 아니라면).

영화인회의 사퇴 기자회견문

eyethink
2001년 05월 07일 09시 47분 11초 7222
(사) 영화인회의 상임집행위원회 총사퇴 기자회견문
--------------------------------------------------------------------------------
2001년 05월 06일




우리영화를 사랑하는 관객 여러분, 정말 죄송합니다.
우리영화의 내일을 위하여
현장에서 애쓰시는 영화인 여러분 대단히 죄송합니다.



38회 대종상영화제의 진행 및 심사결과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며 영화인회의의 현 집행부는 총사퇴하고,
초심으로 돌아가 백의종군하면서
우리 영화의 내일을 새롭게 준비해 나가는데 매진하겠습니다.


1. 38회 대종상영화제에 대한 관객 여러분의 분노와 질타는 당연한 것입니다. 대종상영화제는 영화인 스스로가 만들어 한해 동안 제작된 한국영화에 대해 자체 평가하는 영화제로서 39년이라는 오랜 역사를 가진 가장 큰 영화제입니다. 따라서 그 어떤 영화제보다도 우리영화를 사랑하는 관객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영화제입니다. 그러나 그간 영화인 스스로의 잘못으로 대종상의 권위를 실추시켜왔던 저간의 관행을 바로잡고자 영화계의 신구 세대가 함께 모여 공정한 심사와 관객과 함께하는 영화축제로의 전환을 통해 거듭나기를 다짐했던 이번 영화제가 오히려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심사결과와 사회자가 보기에도 낯뜨거운 진행을 '선사'함으로써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기대와 호의를 보여준 관객들에게 더 깊은 실망과 분노를 안겨드리고 말았습니다. 최근 우리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무한한 호의와 사랑에 대해 '배신'으로 답한 꼴이 된 것입니다.

모든 심사는 언제나 관객들의 예상을 뒤엎을 수 있으며, 모든 행사 진행에 실수란 있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비판하듯이 전문가의 식견을 근거로 관객들이 쇄도하고 있는 영화를 완전히 무시하는 것은 우리영화를 사랑하는 수백만의 관객 전체를 모독하는 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심사의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단심제를 두었기에 결과적으로 수상자들의 참석이 저조했다고 변명하는 것 역시 누가 보아도 궁색하기 짝이 없을 것입니다. 단순히 영화인들끼리의 자축 차원을 넘어 관객들과 함께 하는 영화축제로의 대대적 변신을 주장했기에 더더욱 그렇습니다. 의도야 어찌되었던 결과는 관객과 여론을 '기만'한 셈이며 역대 대종상에 비추어볼 때 최악이라고 할 수 있기에 어떤 변명도 구차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통감합니다.

무엇보다도 가슴 아픈 것은 우리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관심과 사랑이 수십년만에 최고조에 달한 시점에서 영화인들 스스로 관객의 호의와 기대를 짓밟았다는 사실에 있습니다. 물론 이번 결과에 대한 관객들의 분노와 실망은 '한국영화' 자체에 대한 실망이라기보다는 이번 영화제를 주도한 '영화계'에 대한 분노와 실망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한국영화는 좋은 데 한국 영화계는 문제가 아닌가'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번 결과를 놓고 '영화계가 문제'라는 식으로 매도하는 것은 관객들이 사랑하는 우리영화를 만들기 위해 현장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 대다수 영화인들의 입장에서 보면 어처구니없는 얘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관객들 못지 않게 현장에서 땀 흘리고 있는 영화인들의 분노와 허탈감 역시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2. 바로 이 지점에서 책임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모든 책임은 이번 영화제를 공동으로 운영한 영화인협회와 영화인회의의 집행부에 돌아가야 합니다. 이번 영화제를 공동 운영한 두 단체 집행부의 책임을 영화계 전체가 질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세부적으로 보면 공동 운영 결과에 대해 영화인협회와 영화인회의 그 어느 쪽이 더 큰 책임이 있는가를 따질 수도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이런 세부적인 잘잘못은 대종상 백서를 만드는 과정에서 규명되어야 할 것이며, 향후 대종상 영화제를 계속해서 공동 운영해 나갈 것인가의 여부도 그 규명과정에서 정해져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와 같은 전체적 맥락을 고려하여 먼저 밝히고자 하는 것은 영화인회의 현 집행부가 이번 38회 대종상 운영의 전과정에서 발생한 모든 실책과 잘못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며, 전원 사퇴하고자 한다는 것입니다.

현 시점에서 특히 가슴 아픈 것은 이번 대종상 결과로 인해 집행부가 책임져야할 실책에 대해 "우리 영화의 내일을 준비하는" 영화인회의 전체가 관객과 여론으로부터 지탄받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스크린쿼터사수운동을 통해 형성된 영화계 내부의 결속과 국민적 지지에 힘입어 99년 9월 출범한 영화인회의는 그동안 스크린쿼터사수운동을 상설화하고 새로운 영화진흥정책을 촉진시키며, 영화관련 낡은 법제를 개혁하고 한국영화산업 발전의 충분조건을 확보해가기 위해 미력하나마 힘껏 노력해 왔고, 낡은 관행을 타파하면서 우리 영화의 내일을 준비하려는 그 대의에 많은 영화인들의 공감해 왔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정책과 법제와 관행을 개혁하려는 영화인회의의 이와 같은 노력이 영화인협회로 대변되는 선배 영화인들에게는 선배들을 무시하는 처사로 '오인'되면서 제도 개혁의 문제가 신구세대의 갈등 또는 헤게모니 쟁탈전으로 전치되는 등 혼선이 제기된 것이 사실입니다.

이번 38회 대종상영화제를 영화인협회와 영화인회의가 공동으로 개최한 것의 핵심적인 의의는 바로 이와 같은 혼선을 바로 잡고자 함이었습니다. 문제의 핵심은 영화인협회에서 주장해 온 신구세대간의 갈등을 화합의 차원으로 올리는 것이 아니라, 대종상영화제의 실추된 권위를 바로 세우고 대종상영화제가 관객과 함께 하는 영화축제로 거듭남으로써 한국영화의 발전의 중요한 제도적 밑거름이 되도록 서로 힘을 합하자는 데에 있으며, 그럴 경우라야 진정한 '화합'도 가능하다는 점에 있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물론 영화계의 화합도 나름대로 중요하겠지만, 영화계의 화합이 그 자체로 우리영화의 발전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며, 영화계만이 우리영화의 주인인 것이 아니라 관객 역시 우리영화의 주인이기 때문입니다. 만일 영화계의 화합만이 현재 우리영화의 핵심 문제라면 관객은 영화계를 외면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누구든 우리영화 발전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것이 문제이지 영화계 내의 신구세대간의 알력이나 과거의 경력에 대한 우대 여부를 따지는 것이 문제의 본질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번 대종상을 준비하면서 본 집행부는 영화인협회와의 협의과정에서 심사규정과 심사위원회 구성 및 운영 원칙 등의 면에서 전격적인 제도개선을 이루지 못하고(신임감독상 규정, 심사위원특별상 규정을 그대로 둔 것, 심사위원장의 교체, 인기상 결정과정 등) 결과적으로는 신구세대 '화합'에만 신경을 쓰게 된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습니다. 이 점에서 본말이 전도된 결과가 초래되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이는 '우리 영화의 내일을 준비하는 영화인회의'의 기본 정신에 위배되는 것이 아닐 수 없는 바, 영화인회의의 기본 지향점은 신구세대의 갈등을 통해 신세대가 헤게모니를 쟁취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한국영화산업의 합리화와 영상문화의 다양성을 안정적으로 가능케 할 제도개혁이며, 이 제도개혁을 위해 모두에게 민주적으로 기회를 열자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본 집행부의 책임은 이번 영화제를 추진하면서 이점을 끝까지 관철시키지 못한 점에 있다고 할 것이며, 이에 집행부 전원 총사퇴는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사퇴한다는 것으로 책임이 면해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대종상 운영의 전반적 문제점에 대한 백서 발간, 향후 대종상 영화제의 영화인협회와의 공동운영 여부 및 보다 근본적으로는 대종상 영화제의 존폐 여부 등에 대해 뚜렷하고 올바른 기준 세우기 등 마무리 작업이 남아 있는 바, 공동운영에 참여했던 영화인회의 차원에서 하루 속히 이점을 분명히 하는 것이 관객들 및 대다수 영화인들의 분노와 실망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번 영화인회의 집행부의 총사퇴로 본 회의의 운영은 당분간 운영위원회가 축이 되는 비상대책위원회 형식으로 이루어질 것이며, 본 집행부는 이와 관련된 마무리 작업과정에서 비상대책위원회가 필요하다고 요구하는 모든 마무리 작업에 백의종군의 자세로 성실히 임할 것입니다.

우리영화를 사랑하는 관객 여러분과 영화현장에서 지금도 땀흘리고 있는 대다수 영화인들, 그리고 우리 영화 발전에 초미의 관심을 놓치지 않고 계신 문화계를 비롯한 각계 여러 기자분들께 다시 한번 사죄의 뜻을 전하며, 향후 영화인회의가 우리영화의 내일을 준비하는 제도개혁의 대의에서 한치도 어긋남 없이 전진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백의종군의 자세로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아울러 영화인회의 집행부를 믿고 38회 대종상영화제의 심사위원직을 수락해주신 네분의 심사위원에게 깊은 사죄를 올립니다. 14일간의 심사 기간동안 그들이 당한 고통과 실추된 명예를 위로해 주긴 커녕 더한 짐을 지우는 것 같아 더욱 마음이 아픔니다. 어려운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주신 네분께 감사드리며 부디 상처받은 그들의 마음과 명예를 관객여러분들의 넓은 가슴으로 보듬어주기를 부탁드립니다. 다시한번 우리영화를 사랑하시는 관객 여러분들께 머리숙여 사죄의 인사를 올리며 새롭게 거듭나고자 하는 영화인회의의 새출발에 격려와 애정어린 질책으로 함께하여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죄송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2001년 5월 6일

사단법인 영화인회의 상임집행위원회 일동


이춘연 (사단법인 영화인회의 이사장) 명계남 (사무총장)
심광현 (정책위원장) 이 은 (기획위원장)
권영락 (권익복지위원장) 양윤모 (편집위원장)
최용배 (배급위원회 위원장)
원용진 (통합시청각 특별위원회 위원장)
김현택 노종윤 문성근 양기환 이현승 임종재
조영각 정도상 채윤희 황철민 허기호 김수미


1 / 687
다음
게시판 설정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