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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sw1975
2001년 04월 09일 00시 00분 51초 5504
안녕하세여?

이글을 보시는 영화계 선배님들 안녕하신지요..

제가 쓰는 이글을 읽고 여러 선배님들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고1때 터미네이터2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놀랐습니다.


왜 놀랐는지는 아시죠?


그후로 영화감독이 되겠다는 꿈을 가졌습니다.

마냥 단순한 막연한 꿈이었냐...

그건아니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지금이순간까지도 그꿈을 가지고있었으니까요..


왜 영화감독이 될려고 하냐....

돈? 명예? 지위?


아니었습니다.


그저 좋았습니다.

그저 내꿈을 영상으로 펼쳐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사람들이 좋아하기를 바라는 그런 꿈이었습니다.


제임스카메론의 손가락으로 네모를 만들고있는 촬영장에서 찍은 그사진한장
을 저는 아직도 기억합니다.


그사진을 본지 이제 11년이 되었습니다.

저는 대학을 졸업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꿈을 찾아 연출부로 들어갔습니다.


돈벌려고?

아닙니다.


친척들은 저를보고 미친*이라고 했습니다.

제까짓게 무슨 영화냐고....

니네집이 부자도 아니면서 무슨....


저는 그랬습니다.

영화를 제작하는게 아니고 영화를 만드는 스탭이 되겠다고...

내돈들어가는거 아니라고....


그렇게 설득시키고 영화를 가르치는 학원에 들어갔고,
얼마후 연출부 막내로 들어갔습니다.


제가 연출부 막내가 된겁니다!!!!!!!!!!!!


아버지는 너무 좋아하셨고,

온집안에서는 경사가 났습니다.

고향친구들도 아주 절 축하해주었습니다.

아버지는 어딜가서도 우리아들이 영화만드는 일을 한다고 자랑거리가 생겼
다고 좋아하셨습니다.


얼마후 저는 그만 두게 되었습니다.


왜 그만 두었냐구요?

생계에대한 막연한 불안감때문이었습니다.


저는 몰랐습니다.

그런 현실인지....


설마 했습니다.

딱 한편만 만들어보고 그만 둘까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그러고 나면 내 나이는 30대가 됩니다..


결국 그만두기를 결심했습니다.


나만 고생하는거, 그건 아무것도 아닙니다.


여기에 글을 남기시는 선배님들의 한결같은 목소리가 외치는
바로 그이유때문에 그만두게 된것입니다.

저에게는 꿈이 있었습니다.

당대의 감독이 되겠다...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수있는 그런감독이 되겠다


저는 "꿈만을" 키운건가요?


이런 열악하고 힘든 곳이 영화인줄 몰랐습니다.


거기에서 묵묵히 일하시고 계시는 선배님들을 보면서 저는 놀랐습니다.

저건 열정이 아니고, 하나의 믿음이라고..


한국영화의 현주소라...


저는 솔직히 한국영화 이제는 아시아의 맹주가 될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다들 아시잖습니까?


신문이나 방송 보면 한국영화 어디 진출, 흥행 몇백만 돌파..하면서...

그런 방송매채들의 현란한 수식어에 수많은 헐리우드 키드들이
나도 할수 있다.한국영화이제는 세계로 나간다.하면서 덤벼들고있습니다.

때로는 연예인처럼 유명해지기를 바라면서 말이죠...


한국영화현실이 이렇구나...


이상과 현실..
꿈과 현실...


솔직히 저는 얼마 있어보질 않은 새파란 연출부로써
말씀드린다면야..

한국영화 힘들거라 생각합니다.

말도 안되는 급료..


누가 영화 하겠습니까?


영화하는 사람은 배고프다고 그런말은 60년대 부터 있었다고 하더군요

지금이 60년대 입니까?

수개월 힘들게 일하고 단몇백만원 받는다니...


제 친구에게 물어보았습니다.

내꿈은 영화를 만드는것, 그러나 현실은 이렇다..했더니

내친구 하는말..

"노가다 뛰어..한달뛰믄 그거 보담 많응게..."


우리는 언제나 헐리우드처럼 재미있고 즐길수있는 영화를 만들수 있을까요?

제임스카메론이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세기의 대감독이 될수 있었을까요?


이런 환경에서?


가능할까?



얼마전에 비디오를 두개 보았습니다.

글래디에이터와 비천무....


아시죠?

평가가 판이하게 다른 두영화...


예전에 영화인들의 애환을 몰랐을때 두영화를 보았다면

분명히 한 영화를 찍어 이렇게 말했을 겁니다.


"장난하나? 저렇게 영화만들려면 만들지나 말지.에이 퉤퉤"


그러나 그영화를 보면서 저는 지금은 이렇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멀리까지가서 정말 스탭들 고생했구나하고........

정말로 피눈물 흘렸겠구나하고...



한국영화는 스탭들에게 힘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월급제로 바뀌던지 해서
그들에게 생계를 걱정하게 하지말아야합니다.

쉬는기간에 책이나 영화라도 볼수있는 그런 급료를 지급해야 합니다.

책 대여료는 소설이 800원이고 만화는 300원입니다.
비디오는 1000원입니다.

세세한것 하나까지 배려해줘야 합니다.



여러 제작자와 파워를 가지신 영화관계자 여러분!


스크린쿼터제를 들고 나오는 그힘이 어디서 오는지 아시잖습니까?

여러분들에게서 나오는 것입니까?

묵묵히 일하는 스태프에게서 나오는 것입니까?

누가 그런 절규를 할수있는 자격을 더 가졌다고 생각하십니까?


제 앞에는 제게 11년동안 힘이 되어준 제임스카메론의 사진이 있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수많은 젊은이들이 영화를 꿈꾸며 시간을 소비할지모릅니다.


그리고 수많은 젊은이들이 현실의 배고픔에 절망하며 떠나갈지모릅니다.


여러분들도 "헐리우드 키드"란말보다는 "충무로 아이들"이란 말이 더 낫지 않습니까?

이런 한심한 영화판에서도
혼자 어두운 곳에서 묵묵히 일하는 스탭들이 있습니다.


진정 영화관계자 여러분들은 그런 눈물나는 시절이 없었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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