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13,814 개

소소하게 수다나 떨자는 곳입니다. 무슨 얘기든지 좋습니다.
아무거나 한마디씩 남겨주세요.(광고만 아니라면).

"다왔다." 혀짧은 목소리로.....

cooki33
2000년 10월 08일 12시 37분 49초 5668 2
지리산. 너무 가고 싶어 하던 그 산에 다녀왔다.
부산 산악연맹과 영광재활원 식구들....

그들은 한고개 한고개 고개를 넘을때마다 "다왔다."
스스로를 열심히 추수리고 있었다.
난 잘 못알아 듣는 그들에게 나보다 나이가 많은 30살 먹은
구청자언니에게 자꾸만 쓸데없는 얘기를 한다.
언니 힘들죠. 그녀는 내 말을 잘 못알아 듣는다. 나인 나보다 훨씬 많지만 약간 저능. 난 그래도 계속한다.
언니 힘들죠. 이 세상 사는 건 이것보다 몇백배 더 힘들어요.
언니가 언제나 이 재활원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건 아니예요.
언니힘들죠. 그래도 이 높은 천왕봉까지 올랐는데 이세상에
못 할일이 뭐가 있겠어. 언니 대단해. 장해.
그녀는 때를 쓴다. 혀 짧은 목소리로.
못간다. 덤썩 주저 앉는다.
언니는 이 작은 가방이지만 우린 이 무거운 배낭이예요.
다 힘들어요. 빨리 일어나요.
언니는 천왕봉까지 올랐는데 이제 다 왔어요.
인간은  못할게 없어요.

그들에게 내가 그녀에게 계속 짓걸이던 말...
인간은 인간으로 태어나 못할게 없다.

오늘 비가 주룩주룩 내린다.
3박4일간의 산행...
마지막날 내려올때 비가 내렸다.
자꾸만 배낭은 무거워지고.. 그것보다 더 견디기 힘들건 그들을 기다릴때 비에 옷이 다 젖어 추위를 견디기 너무 힘들었다...
오늘 그 날이 생각난다.
그 뜻깊은 산행...

난 장애인 시설에 몇번 가 보았는데도 세면대 화장실 다 많이 낯설고 서먹했다.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는데...

사람들에게 각성의 계기가 되는 영상을 만들고 싶다.
정상인들이 장애인을 별세계의 사람으로 보지 않고 이웃집 사람들으로 대해줄수 있는 그날이 오도록 내가 앞장서야지 오늘 또 한번 생각한다.

비오느 날의 횡설수설......



1 / 691
다음
게시판 설정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