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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 일기 시리즈 - 코라뮤 6

최강인절미
2020년 12월 19일 02시 17분 47초 195

https://youtu.be/7G5GWzFt5fU

 

 

좀 부끄러운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바로 약속을 어긴 것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공연, 연주를 위해 장소를 선정하고 공연장과 연주자님의 일정을 잡아 대관을 하고 공연을 위한 준비를 합니다.

그런데...

지금도 이 때를 생각하면 아찔합니다.

어느 금요일 오전이었습니다.

아침에 코로나로 인한 활동 통제가 강화되었다는 발표가 난 뒤, 공연장에서 오전에 연락이 왔습니다.

공연을 위한 대관을 취소해야한다는 연락이었습니다. 그 순간 먹먹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공연을 하기로 했던 약속이 미뤄지고 겨우겨우 날짜를 잡아 준비를 한 공연인데 또 미뤄지다니...

연주자님께 뭐라 연락드려야할지 한 숨부터 나오더군요

일단 다른 공연장을 찾아봅니다. 오전에 취소 연락을 받고 잠시 현타왔다가 정신차리고 공연장 리스트를 정리합니다. 대학로, 홍대, 신촌, 남부터미널 등 공연장이 많은 지역들 위주로 정리합니다. 공연장 소개 사진들을 보고 크기, 조명, 구비된 장비, 가능한 기능 등을 확인하고 점점 줄여갑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대략 50개 정도 연락을 드려보고 현재 운영하는 공연장임을 확인하고 10개 내외 공연장을 직접 가봅니다.

어느 부분이 맞으면 다른 부분이 안맞고

다른 부분이 맞으면 이 부분이 안맞고

헤매다가 답답한 마음에 편의점에서 탄산음료를 사서 마시면서 앉아있었습니다.

그러다가 근처에 연습실이 있으신 연주자님이 떠올라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연락해보았습니다.

이러저러한 상황이고 저희의 조건은 이건데 혹시 맞을 만한 곳을 아신다면 추천을부탁드린다고 말입니다.

막막한 상황에서 밝은 기대를 갖게되고 나서인지마음이 조금은 편하더군요.

잠시 뒤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옵니다.

"~~님 소개로 공연장 관련해서 연락드립니다"

후우...구름낀 하늘에 햇살이 한 줄기 내려온 느낌이었습니다.

공연장 대표님께서 보유 장비와 가능한 내용을 정리해주시고 저희의 조건과 맞도록 조정을 해주셔서 다행히 일정에 맞춰서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연주자님께 연락드릴 차례입니다.

아침에 있었던 발표로 예정된 공연장이 사용 중지가 되었고
다른 공연장을 확보하여 해당일에 그쪽으로 오시면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다행히 저희의 사정을 이해해주셔서 

좋은 연주, 좋은 공연을 하였습니다.

이렇게 좋게 해결된 경우도 있지만 
약속을 어긴 경우 얼굴이 뜨거워집니다. 

부끄럽기 때문입니다. 변명을 해야겠다. 이런 생각이 들기 전에 이미 저 스스로 부끄러워서 얼굴이 뜨거워집니다.

제가 해야하는 부분인데 약속을 어겨서 안해드리는/못해드리는 부분이 생기면 부끄러워집니다.

거기에 더해 제가 통제불가능한 원인으로 인해 못해드리는 부분이 생기면 정말... 그저 죄송하지요.

오늘은 그저 부끄러움에 대해서 써보았습니다.

무언가를 하면서 매번 좋은 결과만을 얻거나 기대할 수는 없지만
정말 정말 어려운 시기를 버티게 해주는 긍정적인 경우도 존재한다는 것을 위안삼아 버티는 중입니다.

모두 파이팅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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