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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뒷이야기3. <포스트 봉준호법>이 뭐에요? 세 번째.

보현산지기
2020년 03월 22일 00시 45분 12초 379

한국영화 뒷이야기3. <포스트 봉준호법>이 뭐에요세 번째.

 

포스트 봉준호법의 두 번째 내용은 특정영화 스크린 독과점 금지즉 스크린 상한제에 관한 내용이다.

 

 

세계에서 유례없는 스크린 독과점이 왜 우리나라에만 생겨날까?

 

 

성수기 때 영화관에 가면 당혹스러운 일을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씩 경험하게 된다

복합상영관 스크린을 한 영화가 전부 도매하다시피 하는 경우를 자주 보아왔다

단언컨대이런 현상은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기이한 풍경이다.

결과적으로 우리 사회가 약 15년의 긴 시간동안 공정한 시장과 경쟁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영화시장의 독과점을 지금까지 방치해왔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다.

 

 

스크린 독과점은 한 영화가 극장 스크린을 40%~80% 이상 독점하는 현상을 말한다

스크린 독과점에 의한 폐해는 고질적이고 심각한 문제이다.

 

 

2005년 스크린 점유율 30%대를 점유하기 시작한 영화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이래로

2007년 [캐리비안의 해적 세상의 끝에서]가 약 50% 가까운 수치를 기록하면서 

스크린 독과점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었다

2011년 [트랜스포머]가 72%로 기록하면서 논란이 더욱 가열되었다.

2012년 [도둑들]이 한국영화 첫 50%대를 돌파하고,

2016년 [검사외전]은 70.3%로 첫 한국영화 70%대를 기록하였다

2016년 69.4%를 기록한 [부산행]에 이어 

2017년 [군함도]는 무려 85%로 역대최고 스크린 점유율을 기록하였다.

 

20118년과 2019년 천만 영화에 국한해 본다면

헐리우드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워](77.4%) [알라딘](28.0%],

[어벤져스 엔드게임](79.3%), [겨울왕국2](73.9%) 4편이고

한국영화는 [신과 함께 인과연](59.0%), [기생충](53.1%), [극한직업](54.7%) 3편이다.

 

 

간략히 살펴본 것처럼 스크린 독과점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영화의 다양성은 사라져가고 중급 상업영화의 몰락은 영화의 부익부 빈익빈을 심화시킨다

최근 한국 대형영화의 연이은 흥행부진은 전체 영화 수익률을 악화시켜

한국영화의 위기론의 근원이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영화 문화의 근간이 되는 예술독립영화가 설 자리를 잃게 되고

나아가 관객의 문화 향유권을 축소시키고 영화 선택의 권리를 강제적으로 빼앗고 있다.

 

 

그렇다면 외국사례는 어떨까미국일본프랑스에서는 이런 일이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미국은 1948년 파라마운트 판결로 영화 배급사가 극장을 소유하는 걸 금지하고 있다

이후 여러 논란이 있지만미국사회의 독과점에 대한 반감과 여러 강력한 반독과점 규제로 

스튜디오들이 스스로 자발적으로 준수한다

따라서 미국의 스튜디오 영화들은 총 상영관 수 30%를 넘지 않는다.

일본은 대형배급사가 극장을 소유한 수직계열화된 국가이다

그러나 대형배급사가 소유한 극장이 우리나라처럼 97%에 이르지 않고 약 30% 정도이다

자사영화는 자사 체인에만 상영하기 때문에 스크린 독과점은 발생하지 않는다.

프랑스는 법에 의해 한 영화가 한 극장의 상영관 30% 이상을 확보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다

당연하게도 스크린 독과점이 설 자리는 애당초 없다.

 

한국은 수직계열화도 금지하지 않고 스크린 독과점도 방치한다

극장수익에 몰아주는 수직계열화 된 대기업은 당연하게도(?) 자율적으로 무엇을 하지 않는다

상생의 가치는 그들의 이윤압착에 사라졌다

세계 10대 영화강국이라고 자부하지만 한국 영화산업과 제도는 사실 가장 후진적이다.

 

 

스크린 독과점 논의에서 특히 주목할 것이 있다

가장 큰 수혜를 받는 곳은 헐리우드 영화이고 앞으로는 더욱 그럴 것이다

2018-2019년 천만 영화만 보더라도 이젠 헐리우드 영화가 앞지르고 있다.

헐리우드 입장에서 보면 한국 영화시장은 최대시장은 아니지만 최고의 시장이다

그들의 시각으로 한국시장은 어떻게 보일까

빗자루로 현금을 쓸어 모을 수 있는 이상한 나라이지 않을까

고속도로는 우리가 만들고 무임승차는 그들이 한다

한국의 극장 사업자가 자기 눈 앞 이익만 바라볼 때

산업은 더욱 기형화되고 그 이득은 헐리우드가 가져간다

고난의 행군은 결국 영화창작자들의 몫이다.

 

 

그렇다면 건강한 영화시장을 만들기 위해서 스크린 상한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미 해답은 나와 있다.

스크린 독과점이 생기기 전, 2003년 [실미도]는 전국 51개 스크린으로

2005년 [왕의 남자]는 전국 313개의 스크린에서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최근의 사례로는 [알라딘]과 [보헤미안 랩소디]을 살펴봐야 한다.

2018년 [보헤미안 랩소디]는 21.7% 점유율과 91일의 장기상영으로 995만의 관객을 동원했다

2019년 [알라딘경우, 28.0% 점유율과 53일 동안 상영으로 1,200만 관객이 이 영화를 관람했다.

[실미도]와 [왕의 남자]는 말할 것도 없고

최근 두 영화는 상영점유율 30% 미만으로 1,000만 영화를 달성하였다

영화의 힘과 관객의 호평으로 천 만 흥행을 이루었던 것이다

반면에 그 외 천 만 영화들은 11-19일 동안의 짧은 기간 동안 저인망식 배급전략인 

스크린 독과점이란 힘의 바탕 위에서 이룬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이 표현이 해당 작품을 폄하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포스트 봉준호법은 스크린 독과점을 방지하기 위해 

한 영화의 점유율을 30% 미만으로 하는 스크린 상한제를 법적으로 명시하자는 것이다

이미 살펴본 것처럼, 30% 점유율만으로도 천 만 영화는 언제든지 가능하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관객에게 사랑받는 좋은 영화가 흥행하는 구도로 만들어진다

관객의 영화 선택도 그 만큼 다양해 질 것이다

그럴수록 '관객이 좋아하는 영화는 살아남는다'라는 시장의 원칙과 질서가 형성될 것이다

비로써 영화의 공정한 경쟁이 시작된다.

 

 

왜 우린 이런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영화 시장을 가지면 안 되는 것일까?

 

 

영화 창작자들과 영화 관객들은 공정 경쟁 구도의 제도화를 불가능한 이상으로 생각지 않는다.
실용적이고 현실 가능한 꿈이다

2019년 3월 반독과점 영화인 대책위원회에서 의뢰한 

리얼미터 대국민 여론조사에서는 스크린 상한제의 법제화에 75.8%가 찬성하고 있다

영화인과 국민들의 현실인식이다.

 

 

따라서 지속적인 관심과 연대가 있다면, ‘포스트 봉준호법은 결코 불가능 하지 않다고 본다

이를 가능토록 하는 것은 한국영화의 미래를 위하는 일이고 후세대 영화인들에게 희망을 만들어주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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