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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모 시나리오 작가의 사망 소식을 보고...

yunbal2000
2011년 02월 08일 12시 21분 21초 7369 5

아~~ 로그인 해서... 글을 쓰게 만드는... 사건이 벌어졌네요!!

휴~~~ 눈물이 앞섭니다....

그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이웃에게 밥을 구걸해가며(정확한 사실일까? 솔직히 믿기지 않지만)

목숨을 연명하던 한 시나리오 작가가.... 끝내 차디찬 방바닥에서 생을 마감했네요...

사실... 그 지경이 될 때 까지 도움을 구할 사람도 없나? 싶었습니다. 처음엔.......

하지만 제 경우를 비춰 보니....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생각합니다.

저는 지금.... 결혼 해서 아이 둘을 낳고 평범한 주부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이를 낳기 전까지는 저도 영화계에 몸담고 있었습니다.

청운의 푸른 꿈이 있었죠. "잘 나가는 시나리오작가가 되리라...."

27살 늦은 나이에 정말 운이 좋게 영화계에 발을 들여 놓은 후 나름 열심히 일했습니다.

제작부 막내로 시작해서.... 그저 촬영현장에서 staff로 일할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 행복하게 여기며

즐겁게 일했죠. 정말 행복했습니다. 사무실에 오고가는 연예인들 얼굴 보면서 신기해 했지만

겉으로는 태연한 척 하며 설레임을 감췄죠. 집에 와서는 엄마한테 연예인 누구누구 봤다며 자랑하면...

엄마도 신기해 했으니까요.

한편의 영화가 만들어지기까지 정말 엄청난 고통과 에너지가 소비된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고

이렇게 힘든 직업을 왜 계속 하려는지 제 자신이 한심스러웠지만 그래도 좋았습니다.

근데...... 참.... 아이러니한게....... 마음은 행복하고, 머리는 상쾌하고, 가슴은 뜨거운 열정으로 가득찼지만

지갑은 항상 텅텅 비었었죠. 다들 아시겠지만 제작부 막내.... 아니 그 이상 직급을 가진 분들도...

사실 괜찮은 월급을 받기란 하늘의 별따기였죠. 저 역시 따지고 보면 계약금 이백 갖고 1년을 버텼으니까

말 다했죠. 잘 다니던 직장 때려 치고 영화계에서 기웃대니까 탐탁치 않으셨던 부모님은 당연히 저에게

용돈 한푼도 주시지 않으셨습니다. 처음 몇달은 그동안 차곡차곡 모아놓은

비상금(받은 월급은 모두 부모님께 드렸어요...)으로 차비도 하고 그랬지만....

계약금을 받기 전까지 몇달동안 정말 거지같은 생활을 경험했습니다.

하루는 집에 갈 차비가 없어서 버스 정류장에서 하염없이 앉아 있다가... 마침 지갑 안에 있던 문화상품권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얼마 전에 교회에서 받은 문화상품권(만원권 5개) 이걸 어떻게 현금화 할 방법이 없나 고민했죠.

퍼뜩 드는 생각..... 레코드점에 가서 tape를 사자!!!그리고 남은 돈으로 차비를 하자!!!

tape 7천원 이나 8천원 짜리 사고 남은돈 이삼천원으로 집에 오고가는 차비는 건질수 있었죠.

하지만 그것도 며칠동안은 괜찮았습니다. 문화상품권이 바닥나니까..... 와~~ 정말... 아침에 사무실로 출근할.... 차비가 없어서.....

집안에 있는 잔돈 박박 긁어 모아 겨우 출근!!

그지경이 될 때 까지 주변에 도움 구할 사람도 없나 싶으시죠? 근데~~ 참 그게 안됩디다....

당상 사무실 식구들도 서로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지라 손 벌릴 사람이 없고......

친한 친구들에게 말 해서 돈 좀 빌리자니 자존심 상하는것 같고... 나름 영화계에서 일한다고 목에 힘주고 다녔는데

돈 꾸면 스타일 구겨질까봐 꾹꾹 참았죠. 근데.... 정말 내 자신이 궁핍해지니 겉으로 티가 났나 봅니다.

친하게 지내는 한 친구가... 가끔씩 3만원, 5만원..... 손에 쥐어줬습니다.

대충 들어보니 그 바닥.. 참 힘들게 일한다고 하더라.... 학벌도 인맥도 아무것도 없는 니가 거기서 얼마나 힘들겠냐.... 하며

가끔씩 쥐어준 돈은 저에게 일억 이상의 돈이었죠. 다행히 몇달 지나지 않아 계약금도 받고 형편이 좀 나아지긴 했지만....

영화계를 떠나기 전까지 그리 윤택한 생활은 아니었습니다.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그 작가의 상황에는 비교할 것이 못되지만 저도 나름 힘들게 일했던 터라..... 그냥 눈물이 나네요.

 

 

에휴~~~ 그래도... 다시 돌아가고 싶어서........ 요즘 습작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결혼하고 애 낳고도...... 기웃거리며 독립영화 한편 staff로 활동했구요.

올해 막동이 시나리오 공모전은 언제 마감이지? 다른 시나리오 공모전은 없나?????

 

이바닥~~ 참 중독성 있는 곳입니다. 꿈과 열정으로 똘똘뭉친 사람들이 제발 돈 앞에서 궁색해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Profile
리들리 레이미
2011.02.08 17:22

정말 끔찍한 일입니다.

이 나라 영화판의 한계(물론 이는 그 판을 휘어잡고 있는 인물들이 제 욕심을 채우기 위해 자행한 것이지만)가

제대로 드러난 사건입니다.

기사를 읽어보니 영화사로부터 푸대접을 받았다니

시나리오의 계약금도 일부만 준다니 등등...

영화의 영자도 모르는 지나가는 개도 웃을 일입니다.

이 나라의 문화 예술 발전의 희망이 될지 모르는

저를 비롯한 어린/젊은 영화학도들이

더 이상 희생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mamia78
2011.02.09 00:40

스텝들은 마구부려먹어도 된다는 사고방식은 누구 머리에서 나온 생각인지...

영화하는 사람은 사람도 아니란 말인가? 돈 없고 힘 없으면 억울하면 성공하라는 한마디로 묵살해 버리는 이 사회가 정말 혐오스럽네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고생많이 하셨어요, 이제 편히 쉬세요.

shocker
2011.02.09 01:41

저도 뉴스보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이나이에 아직까지 부모님 밑에서 빌붙어 사느라 밥은 먹고 살지만 저역시 독립해서 살았다면 집세는 당연히 내지 못했을것이고 하루에 밥세끼 절대 먹지 못했을겁니다.  

 

 언젠가 고액의 출연료를 받는 배우가 된다면 반드시 개런티를 쪼개서 참여한 스탭들의 임금으로 지급하겠다는 결심을 다시한번 상기하겠습니다.

 

최작가님 명복을 빕니다.

이재현
2011.02.13 22:04
최고은 작가님 서거 소식을 듣고 최고은 작가님이 안장되신 세종시 어느 공원에 갈려다가 말 정도로 가슴이 아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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