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도 영화 인천상륙작전을 가지고 역사와 영화의 그 민감한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었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나의 예상대로 무더기로 역사 영화(정확히 말하자면 역사가 배경 혹은 소재뿐인 영화)가 쏟아졌고 스크린 독점 논란과 역사 왜곡 논란으로 류승완 감독의 <군함도>가 도마에 올랐다. 나는 이 글에서 그 영화의 역사 왜곡이나 스크린 독점으로 인한 국내 영화 시장 구조에 대해 비판하기 보다는 대중들이 역사 영화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역사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 픽션을 가하는 것이 윤리적으로 옳은가?
개인적으로 나는 픽션을 가미한 것에 윤리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 자체가 과하다고 생각한다. 극영화는 단어 그대로 극이다.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사용한 것 뿐 연출자의 의도는 재미있는 서사를 통해 개인적인 사유를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것뿐이다. 특히나 상업 영화의 특성상 더욱 그러할 것이다. 그렇다면 역사를 소재로 한 영화 내 과도한 픽션에 대해 비판을 가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일까?
나의 생각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이다. 애매모호하지만 이것이 나의 입장이다. 류승완 감독이 역사 왜곡 논란의 도마에 오른 이유는 시사회에서 자신이 철저한 고증을 통해 이 영화를 제작했다고 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철저한 고증이라는 역사 영화의 홍보 문구나 감독의 홍보를 질리게도 들었을 것이다. 그들의 홍보는 결국 대중들의 기대와 요구이다. 대중들은 늘 철저한 고증을 원하고 리얼리티를 원한다. 특히나 역사물에서 말이다.
즉 대중들은 역사 영화를 단순 오락매체로 수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중들에게 역사물은 우리의 아픈 역사를 사회의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매개체 혹은 그 이상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물에 조그마한 오류나 과한 픽션, 역사 영화를 비판하는 비평가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날리는 이유도 그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사 영화가 개봉할 때마다 나는 이 지겨운 전쟁이 꼭 대중들의 태도 만에 있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제작하는 이들도 대중들의 끓어오르는 애국심을 자극하며 그러한 것들을 기대하며 영화를 제작하고 배급하기 때문이다. 우리들의 신성불가침 영역이자 모두의 존경심을 한 몸에 받는 독립 운동가들을 소재로 한 영화가 개봉할 때마다 우리는 ‘대한민국의 아픈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해서 영화를 보러 간다.’ 졸지에 이러한 영화를 제작한 이들은 애국자가 되고 대중들의 찬사를 한 몸에 받는다. 설령 영화가 후에 나쁜 평가를 받는다 해도 이미 많은 관객들의 관심으로 영화의 손익분기점은 쉽게 뛰어 넘은 후이다. 그러니 영화 제작자들은 이 매력적인 소재들을 거부할 이유가 전혀 없고 그리하여 지금처럼 영화계 트렌드가 곡 아니더라도 늘 꼬박 꼬박 극장에 내 걸린다.
즉 이러한 현상들은 어긋난 애국심에 의해 역사물을 매체 그 자체로 받아들이지 않는 대중들의 태도와 그러한 애국심을 자극시켜 이윤을 남기려는 제작자들의 관계가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결되어 매번 역사, 특히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가 개봉할 때마다 뜨거운 감자로 부상된다. 나는 이 논쟁에 누가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싶지도 않고 그러할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않는다. 다만 나의 바람은 제발 역사 영화에, 소재가 어떻든 다양한 메시지 혹은 스토리가 담겼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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