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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에 대하여

eyethink
2001년 12월 06일 21시 14분 20초 6501 18
이따미 주조 감독의 영화 '담뽀뽀' 중 한 장면입니다.
제대로 의식을 치르듯 그렇게 라면을 즐겨보고 싶네요.



어느 맑은 날 나는 한명의 노인과 함께 훌쩍 시내로 나갔다.
노인은 라면인생 40년.
이제부터 나에게 라면을 바르게 먹는 법을 전수해주겠다고 한다.

나:  아 뜨거워
     선생님 처음에는 스프부터 먹습니까? 아니면 면부터 먹습니까.

선생님: 처음에는 우선 라면을 잘 봅니다.

나:  아 ..네

선생님: 그릇의 전모(내용물)를  라면의 수증기를 빨아들이면서,
              잘 감상해주세요.
              스프의 표면에 반들반들하게 떠 있는 수많은 기름 덩어리에         젖어서  빛나는 죽순,
              빠르게 젖어 들어간 김, 뜨지도 가라앉지도 않은 잘게 썬 파,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들이 주인공이면서 조용히 자신을 숨기고 있는        3장의 돼지고기,
               그러면 먼저 젖가락 끝으로 라면의 표면을 젖는다고 할까, 어루만         진다고나 할까.. 그런 동작을 해 주세요.

나:  이것은 무슨 의미이죠?

선생님: 라면에 대한 애정의 표현입니다.

나:아하

선생님: 다음에는 젖가락 끝을 돼지고기 쪽으로 가져가 주세요

나: 네?? 갑자기 돼지고기부터 먹는 건가요?

선생님: 아니, 아니 이 단계에서는 건드릴 뿐입니다.
              젖가락 끝으로 돼지고기를 사랑하는 것처럼 가볍게 들추어, 천천히 들어    그릇 양쪽에 가져가 스프에 적당히 담구어 놓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부분이 중요합니다만, 이때  마음속에서 무엇인가를 빌듯이 중얼거려        주십시오. 자 그러면 이제 면부터 먹기 시작합시다.
              아.. 그때 면을 먹으면서도 면은 어디까지나 확실하게 양쪽 돼지고        기 쪽에 놓아 두세요.

나: 네 !

선생님: 이것도 애정이 담긴 시선을 주어야 해요.

드디어 노인은 죽순을 하나 입 속으로  던져 넣기 시작했다. 그것을 삼키자 이번에는 면을 한 입, 그리고 그 면이 또 입 속에 있는 동안에 또 죽순을 하나 입 속으로 던졌다. 이때 처음으로 노인은 스프를 마셨다. 계속해서 합계 3회, 그리고 천천히 몸을 일으켜 후우~라고 한숨을 쉬었다. 결심을 굳힌 듯 한 장의 돼지고기를 집어 들고 그릇의 안쪽벽에 탁탁 가볍게 털었다.

나: 선생님 지금 동작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선생님: 뭐라고? 스프를 털어내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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