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13,754 개

소소하게 수다나 떨자는 곳입니다. 무슨 얘기든지 좋습니다.
아무거나 한마디씩 남겨주세요.(광고만 아니라면).

(詩)봄날은 간다...같은 제목이지만... 함 읽어보시라구여...

ssy0625
2001년 10월 10일 09시 02분 15초 5582 1
햇빛은 분가루처럼 흩날리고
쉽사리 키가 변하는 그림자들은
한 장 열풍(熱風)에 말려 둥글게 휘어지는구나
아무 때나 손을 흔드는
미루나무 얕은 그늘 속을 첨벙이며
2시반 시외버스도 떠난 지 오래인데
아까부터 서울집 툇마루에 앉은 여자
외상값처럼 밀려드는 대낮
신작로 위에는 흙먼지, 더러운 비닐들
빈 들판에 꽂혀 있는 저 희미한 연기들은
어느 쓸쓸한 풀잎의 자손들일까
밤마다 숱한 나무젓가락들은 두 쪽으로 갈라지고
사내들은 화투패마냥 모여들어 또 그렇게
어디론가 뿔뿔이 흩어져간다
여자가 속옷을 헹구는 시냇가엔
하룻밤새 없어져버린 풀꽃들
다시 흘러들어온 것들의 인사(人事)
흐린 알전구 아래 엉망으로 취한 군인은
몇 해 전 누이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고, 여자는
자신의 생을 계산하지
자신의 생을 계산하지 못한다.
몇 번인가 아이를 지울 때 그랬듯이
습관적으로 주르르 눈물을 흘릴 뿐
끌어안은 무릎 사이에서
추억은 내용물 없이 떠오르고
소읍(小邑)은 무서우리만치 고요하다, 누구일까
세숫대야 속에 삶은 달걀처럼 잠긴 얼굴은
봄날이 가면 그뿐
숙취(宿醉)는 몇 장 지전(紙錢)속에서 구겨지는데
몇 개의 언덕을 넘어야 저
흙먼지들은
굳은 땅 속으로 하나둘 섞여들는지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Profile
image220
2001.10.10 14:10
기형도, <봄날은 간다>.
글 등록 순으로 정렬되었습니다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대상이 특정되는 비방,폭로 등의 글은 삭제합니다 10
새글 영화음악 illllililil 2024.07.26 13
새글 방송미디어 비정규직·프리랜서 노동자들이 마음 편히 모일 공간이 필요하신 분들! 수리수리9090 2024.07.26 18
새글 [단편영화 펀딩] 다슬기마스터 도시로 가다 (스토리보드, 타투 관련 선물 포함되어 있습니다 묵수 2024.07.26 726
새글 연극 공연 춘향전에 필름 메이커스 회원분들을 초대합니다 연극배우 서형윤 올림 형윤 2024.07.25 3869
새글 배우가 되고싶다는게 참 어렵네요... 1 화니81 2024.07.25 3938
새글 미스터리의 서기 4세기 부여 기마민족의 한반도 정복과 식민지 설치_책사풍후 제작 역사 다큐 책사풍후 2024.07.25 5272
새글 영화 미술팀 근무 환경에 대해 궁금합니다 3 ㅈㅈ 2024.07.25 5786
부산 웹드라마 크루 ‘ 우아 스튜디오 ’ 에서 웹드라마 '그대는 괜찮으세요? ’ 태네코디 2024.07.24 10656
촬영할 때 참고하는 날씨 사이트 LEEPDSP 2024.07.24 11210
청소년 영화팀에 들어가고 싶은데 2 2024.07.24 11738
질문이 있습니다! 유승범 2024.07.24 11769
디자이너 필요하신분 있을까요? jinada 2024.07.24 12073
신생 유튜브 및 단편영화 제작 팀 모집 (배우 포함) 박성훈03 2024.07.24 12335
영화 미술감독이 되려면 방송국 세트디자이너 은자씨 2024.07.24 12408
영화 분장, 미술 아트독 2024.07.24 13200
구인구직 글에 올라오는 모집공고에 1 은자씨 2024.07.24 13553
보통 뮤비 찍을때 스텝구성이나 비용이 궁금 합니다 1 마린1 2024.07.24 13732
메이저 영화제 수상은.. 2 jjgr8 2024.07.24 14598
오징어게임 시나리오는 어디서 구할수 있을까요? 1 이솝비쥬얼텔러 2024.07.23 18111
이거 혹시 전세사기인가요..? 1 유란나 2024.07.23 18192
1 / 688
다음
게시판 설정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