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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진로에 대한 고민입니다.

흙내음
2016년 09월 07일 21시 18분 33초 494 5

안녕하세요 진로에 대해 고민이 많은 이십대 여성입니다.

저는 영화 연출을 꿈꾸지만 영화 전공자는 아닙니다.

 

약 2년전에 어떻게해서든 현장을 경험해보고 싶어 무작정 필름메이커스에 뜬 모집공고에 지원했었습니다.

아무 연줄도 인맥도 없었고 영화 현장에 대한 기본적인 것들도 모르는 상태로 첫 현장을 경험했구요.

심지어 아주 열악한 현장이었기에 무척이나 힘들었어요.

첫 작품이 끝난 이후 1년간 영화를 계속해야하나 정말 많이 고민했구요.

(비록 그 1년간은 현장 일은 하지 않았지만 영화에 도움될만한 강의를 듣고 단편 시놉을 쓰면서 보냈습니다.)

 

심적으로 힘든 1년을 보내고 다시 마음을 다잡고 연출부 현장 일을 몇 작품 했습니다.

두번째 작품도 물론 힘들었지만, 좋은 분들을 만나서 영화 현장에 대해 있었던 안 좋은 인상을 어느정도 지울 수 있었습니다.

세번째 작품에서는 또 쓴 맛을 봤구요.

 

제가 그리 많은 현장을 경험했던건 아니지만, 제가 몇몇 현장에서 연출부로 일하면서 들었던 생각으로는

'기본적으로 현장은 다 힘들고 맞는 사람이 있기도 하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구나.'입니다.

또 하나로 나약한 소리일 수도 있겠지만, 제 체력으로 연출부 생활을 하면서 시나리오를 쓰기는 불가능 하다는 것입니다.

 

더구나 저는 제 첫 작품을 개인적인 아픔을 극복하기위한 작품으로 만들고 싶어합니다만,

영화는 노동집약/자본집약적인 예술인데 제 개인적인 욕망을 투영하고 싶어한다는게 직업적인 영화감독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개인적인 아픔을 극복하기위해 영화를 만든다는 생각자체가 이기적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너무 두서없이 제 고민을 늘어놨네요...

제 고민을 짧게 간추리자면

 

 

1. 졸업 후 현장생활하면서 시나리오 쓸 자신이 없다.

+ 차라리 직장생활하며 돈 모은 걸로 단편을 찍는게 낫지 않을까

 

2. 개인적인 아픔을 극복하기위해 영화를 만든다는 것 자체가 영화라는 산업적 특성을 무시하는 것 같다고 생각이 들고

직업적인 영화감독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이 든다.

(하지만 개인적인 아픔을 극복하는 영화를 만들면 다른 다양한 것들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파란아게하
2016.09.07 22:31
1은 하고 싶은대로 해야죠. 물론 그렇게 해서 성공할 것인가는 별개입니다.
2는 개인적인 아픔을 극복하고 말고는 그냥 감독 본인의 개인 사정입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관객은 별 신경 안 씁니다. 영화가 잘 만들어졌냐가 관건이죠.
앙투안로캉탱
2016.09.08 12:50
윗분 말씀대로 1은 본인이 선택하는 것이지만 개인 자비로 영화를 만드는 것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고 누군가의 투자 없이 개인이 취미처럼 만드는 영화가 극장 개봉은 물론이고 영화제 수상을 노릴만한 수준인가 스스로 냉정하게 자문해 봐야하는 문제이겠네요.

두번째 질문은 질문이 너무나 추상적이고 두루뭉실해 개인적인 아픔을 극복하는 영화라는 것이 무엇인지, 영화의 내용이 그렇다는 것인지 영화 자체가 질문자 님의 아픔을 극복해 준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뭐 깊이 유추 해 본다면 내용이 아니라 그 영화 자체가 질문자 님의 아픔을 극복한다는 뜻인 것 같은데 김기덕 감독처럼 영화의 도를 튼 작가주의 감독이라면 <아리랑>같이 자아성찰적이며 작품성 또한 뛰어난 영화를 만들 수 있지만 아직 초보자가 본인의 아픔을 어루만져주는 영화를 만드는 것은 그저 내가 보고 즐기기 위한 영화 정도 밖에 되질 않을 것 같네요.
sba
2016.09.08 14:23
peganhaven
2016.09.09 00:56
clampaos
2016.09.09 09:32
지금 1이건 2건 고민하는건 정말 웃긴일 같습니다.

실제로 첫 단편 만들어 보시면
개인의 욕망이건 노동과 자본의 영화건
완성 자체가 무척 어렵다는걸 느끼실 겁니다.

대부분 영화과 학생들도 4년동안 영화만 공부하지만
졸업작품조차 어떤 철학이나 메세지는 커녕
내러티브 조차 제대로 이어가지 못합니다.

필름 메이커스에서 오래 활동하시는 배우분들 보면
단편 50개 참여해서 10개 받는경우도 거의 없습니다
나머지 40여개는 너무 엉망이라 감독이 못주는거죠.
그나마 받은 10개도 어디 보여주기 부끄러운 수준 인겁니다.

지금 2번을 고민하는건 마치 수능을 이제 시작하기 위해
알파벳을 땐 사람이 서울대와 카이스트중 어디를 갈지 고민하는것 같습니다.

그냥 아주 지극히 개인적인거든 사회 악적인거든
고민할 땐 아니라 봅니다.
일단 만들어 보는게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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