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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인을 꿈꾸는 입시생이 글 올려 봅니다.

무브무비
2016년 01월 28일 18시 41분 39초 565 4

영화과 준비하는 학생들이 많나 보네요..

저도 그런 학생들 중 한명 으로써 제 얘기 좀 풀어 볼까 합니다.

이제 21살 인데 우습게 느껴지실 수도 있겠지만 지금 가장 큰 고민이에요..ㅜ

나름 입시과외도 받으면서 학교 실기에 맞게 잘 준비했다고 생각했는데 결과는 다 낙방이네요

현역때도 다 떨어져 너무 아쉬워서 다니던 대학 휴학하고 이번에 다시 도전했던건데 믿겨지지 않습니다.

물론 많은 분들이 그러시잖아요. 대학 지나고보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저희 부모님도 그러시고요.

삼수를 준비한다고 돈을 대달라기에는 사실 많이 부끄럽거든요, 이번 반수 준비하면서 부모님께 마지막으로 도전하고 꼭 붙겠다고 선언한 것도 있었구요,

오늘 다 떨어지고 우울해있는데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대학의 영화과가 꼭 중요한 것인가?

차라리 이런 곳에서 단편 영화들 연출부나 제작부 막내에 들어가서 일하고 시나리오 쓰는 기관에서 글쓰는 법 배우고 하면 되지 않을까?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이 곳 글들 보니까 대단하신 분들이 많으시더라구요. 저는 아직 이 곳에 발도 못 들여놓은 초보 여행자 이지만 전문가 분들은 어떤식으로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물론 저는 진짜 어려요. 남들이 보기에는 진지하게 보이지 않을 수도 있구요. 하지만 저에게는 지금 가장 중요한 문제이고 영화에 관련된 일을 하며 영화인이 되는 것이 제가 인생에서 처음으로 가진 꿈이거든요. 길든 짧든 제 인생 내가 원하는 일을 하며 살자!!가 제 모토인데 계속 입시라는 발목이 저를 잡네요.ㅜㅜ

이상 새벽에 잠 못자는 영화를 꿈꾸는 학생이 투정 부려봤습니다. 쓴 소리든 충고든 조언이든 한 마디씩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스포일럿
2016.02.05 13:53
행진
2016.02.10 08:16
님 글을 보니 오래 전 저의 차가운 겨울이 생각이 납니다.
그때의 저와 지금의 님 모습에 연결 통로가 하나쯤 있는 거 같네요.
오래 전 저는 군 제대 후 전공을 바꿔 서울 모대학 영화과에 입학한 늦깍이 대학생이었습니다.
제대 후 겨울은 말 그대로 캄캄했고, 제대하자마자 알바하면서 입시준비를, 방송교재로 수능준비를 했습니다.
다 지나간 일이라 이젠 웃으며 얘기할 수 있지만, 아무도 모르게, 부모님조차 모르게 준비했던 터라 이 세상 나 혼자만 있는 듯한 그때 그 시간과 공간은 충분히 차가웠고 외로웠습니다.
그때 생각에 좀 감상적으로 시작하게 되네요.
암튼 님을 응원하며 글을 올립니다.

님이 궁금하신 대학의 영화과, 필요한가? 중요한가?

이에 대한 대답으로 '(상업)영화 현장 기준'을 전제로 간단하게 결론부터 말하자면,
'필요는 하지만 반드시는 아니며, 중요할 수도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도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다시 말해 (상업)영화 현장에서는 대학졸업장이라는 한줄 학력 보다는, 차라리 단편이라도 제대로 1편 프로필을 더 의미있게 보고 있으며,
학점이라는 수치 보다는 열정이나 책임감을 더 의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다만 영화는 혼자하는 작업이 아니기에,
더군다나 열정이란 것이 나만의 것이 아닌 주변 환경이나 동료들의 자극으로도 더 끓어오를 수 있으며 최소한 보온 정도는 되는 것이기에,
함께 영화를 생각하고 고민하고 행동으로 다가가는 사람들이 아닌 틈바구니에서
열정의 온도를 변함없이 유지하면서 꿈을 현실로 만드는 일이란 정말 쉽지 않은 일입니다.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더 치열하게 해야 하고
자기 자신과의 어줍잖은 타협과 유혹에서 챔피언이 되어야 하는데
매순간 극복해야 하는 상대들, 그 단단한 맷집에 결국 내가 먼저 나가 떨어질 확률이 더 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쉽지 않은 과정을 슬기롭게 잘 넘기고 현장 영화인이 된 사람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반대로 대학이라는 좋은 예비영화인 환경을 갖추고도 현장 영화인이 되지못하는 사람들도 많이 보았습니다.
그러기에 간단한 결론이 또 하나 나오게 됩니다.
그것은 바로 '자기하기 나름' 입니다.

또 하지만

냉정하게 볼 때
최소 15년 이상 전통이 있는 대학 영화과 출신과
비영화과 출신이 비슷한 열정과 능력으로 준비를 한다면
기회의 면적은 영화과 출신에게 좀 더 많은 접촉면을 허용함은 어쩔 수 없는 현실입니다.
그러기에 무조건 '자기하기 나름'이라는 말은 무책임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현장과의 연계 문제(어쩌면 상당히 중요한 문제)를 생각할 때
어느 정도 자기 포지션을 찾아가면서 준비를 하는 영화과 학생이라면 큰 문제가 될 수 없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자기 스스로 그 시작점 뿐 아니라 연결 고리까지도 찾아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영화 현장이 감히 위대하다 말할 수 있는 점은
용기내어 두드리는 자에게 결코 문전박대는 하지 않는 다는 것입니다.
현장스탭일이 프로영화인으로서 생각 외로 박봉이고 불합리한 요소도 많이 있지만
일반 직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능력 중심이고 오픈되어 있음은
나름 자부심을 갖을만 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비영화과 출신이 영화 현장에 안착하는 몇가지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① 지방 법대를 졸업한 20대 후반 직장인의 경우

모 영화제 사무국 문을 두드려 영화제 단기스탭으로 첫발을 내딛습니다.
단기스탭 과정에서 다른 영화과 출신 스탭들과 가느다란 인맥이 자연스럽게 쌓이고
영화제 행사가 끝나고 사무국 직원을 통해 모 영화사 제작부에 입사(?)를 합니다.
다행히(?) 영화는 엎어지지 않고 완성이 되고, 이러한 작품이 두세개 쌓여
어느덧 제작부 라인프로듀서(제작실장)까지 오르게 됩니다.
그리고 지금은 영화제작 현장은 아니지만
모 투자배급사 직원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② 서울 모 대학 공학부를 다니다 중퇴를 한 20대 중반 일반인의 경우

사설 교육기관에 등록을 하고 단편 작업을 통해 첫발을 내딛습니다.
본인 연출 1작품, 스탭참여 2작품을 하고 수료를 합니다.
수료 후 단편 1편 작업을 더 하고 장편 작업에 대한 열망과 욕심으로 영화아카데미 장편과정 문을 두드립니다.
하지만 합격하지 못하고 모 대학 영화과에 편입, 대학원까지 진학해서 독립 장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③ 향초 품목으로 인터넷 쇼핑몰을 하던 30대 초반 일반인의 경우

글쓰기를 좋아하던 터라 사설 시나리오 교육기관에 등록을 해서 장편 시나리오를 씁니다.
시나리오 1편, 트리트먼트 2편, 시놉 2편 정도 자기 것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영화 연출에 뜻을 품고 영화제작사 문을 직접 두드립니다.
결국 모 영화사 연출부 막내로 입사(?)를 합니다.
계속해서 장편영화 두편을 잘 마무리 하고
지금은 조감독 위치에서 감독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습니다.

이처럼 영화과를 나오지 않고서도 영화현장에 발을 들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그 시작점이 열악한 현장환경, 박봉 등 더 많은 고통을 인내하고 가야하는 힘든 자리라는 점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님께서는 현실의 처우에 대한 문제가 궁금한 것이 아니기에
적어도 평범 이상의 용기와 이를 실천할 수 있는 행동력만 있으면
진입 장벽에 대한 두려움은 없애도 된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님이 어떤 진로를 선택, 혹은 결정을 하고
어떤 파트의 스탭을 지향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입시 준비에 더 이상의 도전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고
그렇다고 영화에 대한 포기는 아니기에 현장에서 꿈을 실현하고 싶고
그래서 님이 낼 수 있는 용기 중 베스트 안에 들 수 있는 단단한 용기로 불끈할 수 있다면
대학 영화과라는 울타리 안에서 비싼 수업료 대출 받아가며 어영부영 보내는 보통의 학생들 보다는
박봉이라도 얼마 만큼의 응당한 댓가를 받으며 소중한 경력 한줄에 보탬이 되는
제작사 문을 두드리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선택 같습니다.

단, 님이 3-4년 뒤 공을 많이 들인 본인 시나리오나, 그 어떤 연출작이 있다는 등
전공자 이상의 노력 우위가 있어야 한다는 조건입니다.

님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기에,
영화 제작현장이 현실적으로 많은 인내를 요구하기에,
쉽게 가라, 마라, 말은 못하겠지만, 반드시 대학 영화과냐? 하는 질문에는 분명히 말할 수 있습니다.
반드시 대학 영화과 아니더라도 영화할 수 있는 기회는 많으며, 무엇보다 님은 무지 젊습니다. ^^
그러니 아~~~주아주 충분히 생각하고 신중하게 결정하길 바라며 글을 맺습니다.
Profile
검지공주
2016.02.11 12:06
영화 연출을 하고 싶으신 건가요, 영화 시나리오를 쓰고 싶으신 건가요?
마고
2016.03.03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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