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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 공연연기예술학부 고승수교수님 칼럼

sadkys
2015년 09월 03일 03시 50분 13초 199

- 1. 우리말의 리듬과 성조는 어디로 갔을까?

적막한 어둠. 조그만 방에서 불빛이 새어 나온다. 한 선비가 앉아 글을 읽고 있다. 가볍게 리듬을 타고 집안 전체에 좋은 소리를 뿌린다. 석양이 내려앉은 산사. 마치 산이 내는 소리마냥 스님의 염불소리가 들려온다. 자연과 참 닮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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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때의 일이다. 연극을 전공하는 세계의 대학생들이 슬로바키아의 수도 브라티슬라바에 모여 공연을 하는 이스트로폴리타나 프로젝트라는 것이 있었는데 우연히(사실을 이야기하자면 무지하게 노력했다.

공연 팀이 되기 위해서^^) 한국대표 비슷하게 참여한 적이 있다. 낯선 곳에서 낯선 언어들을 접하며 굉장히 혼란스러웠던 생각이 난다. 물론 익숙한 영어를 사용하는 미국과 영국팀들이 있었지만 실제로는 그 두 나라의 언어 차이도 심했고, 유럽 여러 나라들과 남미, 동양의 나라들도 참가했기에 시쳇말로 언어의 전시장에 온 느낌이었다.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를 내뱉는 무리들 틈에서 공연도 보고, 파티도 했다. (공연이 끝나는 밤 10시부터 새벽까지 술 마시고 춤추는 곳이 제공되었다. 장소는 오래된 성이 되기도 했고, 호수 위의 배가 되기도 했다. 물론 젊은 청춘들이기에 약간의 실수들도...^^) 당연히 서로에게 관심이 생겼고 이야기하고 싶은 욕망들이 생겼다.

하지만 언어가 다르기에 영어를 사용하여 서로의 뜻을 이해하거나 혹은 말 그대로 뉘앙스나 말의 느낌만으로 서로의 의사를 이해해야 했다. 그런 일들이 반복되고 익숙해 질 무렵 굉장히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는데, 다른 나라에서 온 친구들이 우리말에 대한 느낌을 잘 알아채지 못한다는 사실이었다.

우리가 그들이 이해할 수 있게 과장할 때를 제외하고, 한국 학생들끼리 대화할 때 더욱 그러는 것 같았다. 그런 상황들을 몇 번 직면한 후 그들에게 우리말의 느낌을 물어봤을 때 그들의 대답이 아직도 기억난다.

무미건조하고 막힌 듯 한 소리가 그저 나열되는 느낌이라고... 그런 이야기를 듣고 다른 나라 친구들의 언어를 소리로만 들으려고 해 보았는데, 실제로 굉장히 다이나믹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왜 우리말이, 우리소리가 그저 변화 없이 반복되는 소리, 비슷한 소리로만 느껴지는 걸가? 그렇다면 왜 이런 것일까? 원래 그랬던 것일까?

우리네 말과 소리는 본시 변화무쌍 하였다. 얼마 전 텔레비전에서 지방 언어학자가 우리말은 원래 3성으로 되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을 보았다. 말 자체의 다이나믹이 있었다는 것이다.

장단이 있고 고저가 있고 같은 단어를 다른 소리로 다르게 표현할 수 있는 그런 언어였다는 것이다. 그런 우리말이 지금은 왜 이렇게 차가운 느낌을 가지게 되었을까?

첫 번째 원인으로는 매체가 아닐까 생각한다. 뉴스를 전달하는 아나운서의 말에 표준어라는 대표성을 부여함으로써 정서의 도구가 아닌 정보전달의 도구로서 강화된 말을 보편타당하게 받아들인 것이다.

아름답다, 좋다, 그립다가 그저 정보로만 전달되게 된 것이다. 둘째로는 표준어에 교양 있는 사람의 언어라는 속박을 걸어 방언을 천시하게 한 것이다.

실제로 옛 고어의 느낌을 많이 가지고 있는 방언들은 정서의 느낌을 더욱 뛰어나게 전달하기도 하고, 말의 리듬이 음악을 닮기도 한다. 세 번째 이유는 글자생활의 혼란을 들 수 있다. 줄여 말하거나 무질서한 외래어의 수용으로 어휘체계가 문란해 진 것이다.

그렇다면 표준어를 쓰지 말라는 얘기인가? 그렇지 않다. 정확한 발음으로 표준어, 즉 우리말을 잘 구사하자는 것이다. 표준어를 처음 정리한 학자들의 저서에는 음의 고저와 리듬, 강세가 무뎌지지 않았다.

세대가 진행되어 가면서 무너져가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배우로서, 자국의 언어로 연기하는 배우로서, 바른 말을 구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다음 시간부터는 한국어의 표준발음에 대해 차례로 배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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