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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집필에 도움 되는 책

앙투안로캉탱
2025년 03월 03일 18시 32분 53초 41

안녕하세요 로캉탱입니다. 

오늘은 시나리오 집필에 있어서 도움이 되는 책을 소개할까 합니다. 

사실 집필에 있어서 도움되는 독서란 소설, 미학, 비평, 철학, 희곡 등등

다양한 분야의 다양한 서적들을 읽는 것이 으뜸입니다만, 

그건 두말하면 쓸모  없을 정도로 자명한 이야기이기에 어느 정도 독서량이 갖추어져 있고,

작문 기초가 갖추어진 분들에게 도움이 될 책들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책을 엄선한 기준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번째는 시나리오(대본)의 성격을 명확히 소개하고, 그 기준 안에서 소개하는 책인가

두번째는 잘된 예시를 중심으로 지향해야할 방향성을 설명하는 책인가

 

적지 않은 책, 또는 강사들이 극작의 특성을 무시한 채 여타 다른 문학 장르와

그 기준을 혼용하여 설명하는 우를 범합니다. 다시 말해서 시 소설 에세이 등의

문학 장르와의 구분을 명확하게 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마치 시나리오라는 매체가 아니라

스토리라고 하는 모호한 기준으로 뭉뚱그려 설명하곤 합니다. 

 

그러나 소설과 극작은 시작부터 다른 문학 장르이며

그 둘은 절대로 같은 기준에서 논의될 수 없습니다. 

가공의 이야기를 전달한다는 점에서만 같을 뿐이지 전달하는 방식은 굉장히 상반됩니다. 

마치 떡과 밥이 같은 쌀로 만들어졌지만 전혀 다른 음식인 것과 같이 말이죠. 

 

기본적으로 극작은 물리적인 글입니다. 장면화 되어야 하죠.

그 자체로는 불완전한 문학입니다. 

물론 레제드라마라고 하는 실험적인 형식이 존재하긴 하지만 

여하간 극작은 상연 또는 상영 되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소설과 다른 이야기 전개 방식이 필요한 글이지요. 

 

그리고 많은 작법서들이 집필에서 피해야할 요소들에 대해서만 이야기할 뿐 

이야기 전개의 우수한 예시에 대해서는 잘 언급하지 않습니다. 

혹은 우수한 시나리오의 예시를 언급하지만 

그것이 왜 우수한지에 대해서 기계적으로 따져보지 않죠. 

왜 세일즈맨의 죽음은 잘 쓴 대본인지

왜 시민케인은 영화사에서 기념비적인 스토리텔링 기법이 되었는지

등등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따져보질 않죠.

 

요컨대 시나리오 (대본)은 기계적인 글입니다. 

감정과 감성을 전달하는 것은 연출의 영역이지요.

너무나 분명한 방법론이 있고,

시나리오에 어울리는 이야기 소재가 한정되어 있습니다. 

 

제아무리 피네간의 경야, 율리시즈, 제 49호 품목의 경매와 같은

소설들이 걸작이래도, 영화가 되면 그 아우라가 줄어들 수밖에 없죠.

왜냐하면 이것들은 소설에 적합한 스토리와 주제의식을 지녔기 때문입니다. 

 

이제 도움이 되는 책들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로버트 맥기의 <시나리오>는 너무 유명하기도 하고 사실 초보-중급자들에겐 도움이 되지 않는

책이라 뺐습니다.)

 

 

 

1. 드러머의 해부 - 마틴 에슬린

 

부조리극, 드라마의 해부 등으로 유명한 연극 비평가, 서사이론 전문가 마틴 에슬린의

책 <드러머의 해부>입니다. 

시퀀스 - 플롯 - 비트 순으로 이야기의 단위를 매우 세밀하게 쪼개서 

이야기에서 다음 이야기로 전개하는 법

스토리를 짜기 위해서 설정해야할

'주인공의 목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행위'

'행위를 방해하는 요소' '행위를 방해하는 인물' 등

시나리오 전개를 위해 필수적인 요소들을 매우 명확하게 설명합니다. 

 

 

2. 시학 - 아리스토텔레스

 

뭐 두말하면 잔소리인 고전이죠. 하지만 명성과 달리 집필을 시작하는 

작가 지망생들이 잘 읽지 않는 책입니다. 

하지만 희곡부터 동시대 헐리우드 시나리오까지 

여전히 통용되는 이야기이고, 그 어떤 (리얼리즘) 스토리도 이 책의 법칙을 피해갈 수 없습니다

3일치 법칙부터, 개연성, 등장인물의 수등 효율적인 스토리 제작을 위한 요소들의 기초를 다진 책입니다. 

 

 

 

3. 자기 반영의 영화와 문학 - 로버트 스탬

 

이야기를 더 잘 알기 위해선 '이야기가 아닌 것'에 대해서 알아야 합니다.

이야기의 조건을 이해하기 위해선 이야기로 성립되지 않는 조건들을 당연히 알아야죠. 

자기 반영의 영화와 문학은 영화와 문학에서 메타극을 다룹니다. 

다시 말해서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 안티 리얼리즘에 대해서 다루죠.

여기서 책을 좀 읽어보신 분들이라면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를 읽어보시거나

공연을 관람해보셨을 겁니다. 

흔히 언급되는 '부조리극'의 고전이죠. 

왜 고도를 기다리며는 부조리극의 대표로 언급될까요?

왜 고도를 기다리며는 반-리얼리즘 서사일까요?

그렇다면 리얼리즘 서사, 개연성 있는 서사란 무엇일까요?

 

이야기를 잘 쓰기 위해선 이야기란 무엇인가에 대한 메타적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이 책에서 이를 매우 잘 설명해줍니다. 

 

 

 

4. 오이디푸스 왕 - 소포클레스 

 

이번엔 작법서가 아니라 문학입니다. 

희곡의 고전이자, 대본의 역사는 소포클레스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근현대 스토리텔링의 초석과도 같은 대본이죠. 

3일치 법칙, 극중 시간의 법칙, 개연성, 캐릭터, 플롯 전개의 순서

아리스토텔레스 시학과 같이 읽으면 매우 매우 도움이 되는 책입니다. 

 

 

 

 

이 책이 전부는 아니지만 글을 쓰기 위해서는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입니다. 

우리나라의 예술대학 한예종과 서울예대에선 반드시 한번은 짚고 넘어가는 책들이죠.

훗날 기회가 닿는다면

중급자 이상, 전공 졸업자 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심화 서적들을 한번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홀로 외롭게 시나리오를 쓰면서 꿈을 꾸시는 작가 지망생 여러분들께서

좋은 자양분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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