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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송일곤 감독의 <마법사들> 보고^^

for1004iy
2006년 05월 19일 14시 39분 43초 9794 2
자은, 재성, 명수 그리고 하영 이들은 마법사라는 이름으로 밴드활동을 했었다. 그러나 자은과 재성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했고, 명수와 하영은 서로의 아픔을 보듬어 주지 못한 채, 다시 상처를 주고, 또 받았다. 그리고 그들이 헤어진 지 3년 만에 자은의 기일 날 재성이 운영하는 카페에 모이게 되면서 영화, <마법사들>은 시작 된다. 송일곤 감독이 이 영화는 지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인 이야기라고 직접 말한 것처럼, <마법사들>은 상처와 그 치유에 대한 이야기를 ‘원 테이크 원 컷’ 이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풀어간 영화이다.

- 기억, 상처와의 반비례법칙

이 영화에서 가장 중점적인 것은 시간의 배치이다. 한 공간에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배치해 놓았고 특별한 효과 없이 카메라의 이동과 배우들의 연기만으로 시간을 넘나든다. 여기에서 기억과 상처의 반비례법칙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자신에게 큰 상처를 주었던 기억을 자꾸 생각할수록 상처는 아문다고 한다. 그 나쁜 기억이 점차 무뎌지기 때문이지만 그런 기억을 자꾸 생각하는 것은 인간에게는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영화 속 주인공들이 아픔을 남긴 과거와 현재 사이의 실을 놓지 않으면서 과거 속에서 살고 있다. 그런 영화 속 주인공들의 모습은 현실 속에서 인간이 아픈 상처를 극복하고 싶어 하는 욕망을 반영하고 있다. 시간을 마음대로 드나드는 주인공들의 모습만큼이나 그들의 분장, 소품 그리고 연기는 영화의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기에 충분했다. 도심에서 떨어진 외딴 곳의 배경, 그리고 그 속의 인물들은 알 수 없는 무언가를 하나씩 얼굴에 묻히고 있다. 재성과 명수의 날카로운 까만 선, 하영과 자은의 눈물 같은 분장은 단지, 현실과는 차별되는 인물을 묘사하기 위함이 아니라, 네 명의 주인공들의 가슴 속에 있는 상처들을 은유적으로 나타냈다. 그리고 네 명 배우들의 연기는 등장인물들의 성격과 영화의 자체가 가지고 있는 신비로운 이미지에 리얼리티를 더해주었다.

-마법사를 찾아라!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네 명의 멤버들이 스님 앞에서 명수가 작곡한 ‘실비아’라는 노래를 다 함께 부르면서 끝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이 무대는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자은이 없기 때문에, 아무리 하영이 노래를 다시 시작했다고 하더라도 밴드 음악에서 기타 없이는 곡을 완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는 이 영화에서 마지막 장면을 일구어 낸 마법사는 누구인가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영화, 중간 중간 인물들 사이로 비춰진 마법사상이 부린 그 네 명에 대한 마법인가? 아니면, 아무런 효과 없이 다시 과거로 돌아간 것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자은의 기일을 맞이하여 목탁을 치면서 우스꽝스럽게 중얼거린 스님의 ‘수리수리’ 주문의 결과인가? 그러나 스님을 마법사라고 생각하기에는 스님은 네 명과의 유기적 관계가 적고, 자신의 과제도 풀지 못하고 산에서 내려온 약한 존재이다. 그래서 나는 그들이 부른 노래 제목인 ‘실비아’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실비아’, 우리가 흔히 ‘깨꽃’으로 알고 있는 꽃의 영어 이름이다. 빨간 색, 우리가 너무나 흔히 볼 수 있는 꽃이다. 단지, 낯선 이름이기 때문에 생소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나는 바로 여기서 마법사를 찾아냈다. 단순하게도, 네 명이 서로에게 마법사이다. 서로에게 상처받고 상처를 주어서, 그리고 너무나도 가까이 있어서 무심코 지나갔던 사람들이 바로 나에게 마법을 걸어 희망을 던져 줄 사람들이다. 이 네 명의 주인공들이 자신들의 마법사를 찾음으로 영화는 끝난다. 그러나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인간은 한 발 늦는 다는 것이다. 소중한 사람과 젊음의 시간을 놓치고서야 상처치유라는 희망의 빛을 찾아내기 때문이다.




-경계의 붕괴, 그리고 삶... ... .


어떤 이들은 ‘원 테이크 원 컷’의 촬영방식이 관객과 영화자체 내에 설득력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 방식이 영화를 통해 감독이 말하고자 했던 의도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었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연극적 요소가 가미된 독특한 촬영기법은 역설적이게도 평범한 우리의 삶을 가장 잘 묘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영화를 촬영하면서 NG가 나면 처음부터 다시 찍었던 것처럼 우리의 삶이 라이브, 현재이고 또 중간에 컷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촬영방식은 영화와 연극의 스펙트럼을 희미하게 만든다. 바로 이점으로 하여금 현재 연극이 가지고 있는 공간의 한계나, 영화가 플롯에 극단적으로 집중하고 장르의 틀에 얽매인 지루함을 서로 상호보완 해나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Profile
unanee
2006.05.19 20:38
연극과 영화의 한계성을 상호보완 해줬군요. 감상평 잘 읽고 갑니다. ^^
hose0403
2006.05.28 02:16
감상평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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