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unity - 김세윤 기자의 궁금증 클리닉
[질문] 종종 화면에 붐 마이크가 나오는 걸 볼 수 있습니다. 편집할 때 못 볼 수가 없잖습니까?
어째서 이런 컷이 그냥 들어가 있는 걸까요? 윤진호 leftpunch@naver.com
[답변] 붐 마이크란 긴 막대기 끝에 매달린 어른 팔뚝 길이의 털북숭이 마이크를 말한다.
배우들 머리통 위에 45도 각도로 각잡고 버티고 선 얘들 모습을 메이킹 필름에서 한번쯤은 보았을 것이다.
감독이 일부러 보여 주지 않는 이상 얘들이 화면에 등장해서는 아니 된다. 그런데 가끔 결정적 순간에 ‘꼽사리’ 끼는
붐 마이크들이 있다. 원인은 두 가지다.
첫째, 촬영현장에서의 실수다. 영화도 사람이 하는 일인데 한두 컷 실수가 없을 리 없다. 편집할 때 못 볼 수가 없지
않느냐는 님의 타박과 달리 현직 촬영감독께서는 못 볼 수가 있지 왜 없느냐고 말씀하신다. 별로 좋지도 않은 화질의
조그만 모니터를 들여다보며 편집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단다. 그러다 나중에 시사회 때 발견하고 발을 동동 굴러봐야
때늦은 후회. 대세에 지장 없는 한 그냥 개봉하는 게 현실이다. 그래 놓고 내심 ‘옥의 티’로 봐주길 바라지만 그건
괜찮은 영화일 때 얘기지. 하찮은 영화일 땐 '대충 만든 티'로 두고두고 손가락질받게 마련이다.
확률적으로 시간과 돈에 쪼들리는 영화일수록, 혹은 빨리 찍기로 소문난 감독의 영화일수록 붐 마이크 카메오 출연이
잦다. 후자의 예는 여러분도 다 짐작하시는 바로 ‘그 감독’의 영화들이 대표적이며 전자의 예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가
대표적이다. 개봉 당시 류승완 감독은 “붐 마이크 보이는 장면이 세 군데쯤 된다”고 고백했다. 현장에서 “제작부 등 시간
남는 사람, 심지어 의상 담당이 붐 마이크를 들었기 때문에” 그런 문제가 발생했다.
그까짓 막대기, 시간 남는 사람이 들어도 그만 아니냐고 함부로 입을 놀렸다간 그 굵디 굵은 마이크에 똥침 찔려
비명에 갈 수 있다. 그 역시 숙달된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하다. 배우의 입에서 대략 90cm쯤 떨어진 위치에 42도에서
48도로 각 잡고 버틸 만한 팔뚝 힘을 키우기 위해, 붐 오퍼레이터들은 평소 장대 끝에 아령을 매달고 오래 버티는 등의
강도 높은 체력 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고 한다.
촬영감독, 혹은 붐 오퍼레이터의 실수가 아니라면 그땐 필시 영사 기사의 실수다. 미국이나 한국 극장에서 상영하는
영화의 가로 세로 비율은 보통 1.85:1이다. 그래서 극장 화면이 4:3, 즉 1.33:1 비율의 일반 텔레비전보다 좌우로 더
길어보이는 것이다(물론 요즘 유행하는 와이드 TV는 극장 화면과 비슷하다). 그런데 영화를 찍는 35mm 필름의 규격은
또 4:3, 일반 텔레비전 화면 비율이다. 고로 몹시 와이드한 극장용 화면을 얻기 위해서 제작진은 애당초 필름의
위아래를 조금씩 비워둔 채 몹시 와이드한 모양새로 찍히게끔 카메라를 세팅해 놓는다.
그러니 그걸 다시 비디오로 출시할 적에는 찍을 때 버린 위아래 외에 양 옆을 또 조금씩 잘라내 TV 화면 비율에 맞출
수밖에 없다. 사람이라면 큰 네모 얼굴이 작은 네모가 되었다며 좋아할지 모르지만 필름은 이거 좀 아깝지 않은가.
그래서 필름 면적을 다 활용해서, 즉 4:3 비율 그대로 찍어놓고 극장에서 상영할 때만 영사기 렌즈를 1.85:1 사이즈로
세팅, 와이드한 화면을 얻는 방식이 있다. 이렇게 하면 극장 상영 시에는 살짝 가려두었던 위아래 부분을 비디오에서는
다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처음부터 비디오 시장을 염두에 둔 미국 애들이 애용하는 방법이라는데 한국에서는 써먹기
힘들다는 게 현장 스탭의 전언이다.
외국보다 통제 안 되는 촬영현장에서 주변 소음이 조금이라도 덜 들어간 대사를 녹음하려면 늘어나는 세로 화면을
고려해 마이크를 지금보다 더 높게 들어 올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간혹 미국에서 쓰던 카메라가 그대로 한국에 건너올때다. 카메라는 이처럼 4:3 비율로 찍히게끔 세팅해놓고
촬영감독이 들여다보는 뷰파인더는 또 1.85:1로 세팅되어 있기 때문이다. 영사기사 보니 어라? 4:3 비율로 필름 가득
찍혀 있거든? 옳거니, 한국에서는 보기 드문 독특한 영상 미학을 추구한 영화로군, 그래서 굳이 4:3 비율로 상영하는
통에 붐 마이크가 거의 주연급 조연으로 급부상하는 참변이 빚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찍을 땐 분명 보이지 않던 붐 마이크가
떡하니 공중 부양한 채 시종일관 배우를 굽어 살피는 초현실적 시퀀스가 왕왕 연출된다.
김우형 촬영감독은 <강원도의 힘>을 찍은 카메라가 그런 케이스였다고 기억하고 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영화사가 부랴부랴 각 극장에 보내는 프린트 케이스마다 ‘꼭 1.85:1 비율로 상영해 주세요’ 라고
간곡한 청을 적어 넣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청을 따라 제대로 상영을 해도 붐 마이크가 나오는 경우가 있다.
그건 필름의 중앙과 스크린의 중앙을 딱딱 못 맞춰서 생기는 참사다. 원래 1.85:1로 찍은 놈이야 위아래 아무것도
안 나오니 그 경계를 맞추기가 쉬운데 4:3으로 찍은 놈을 자칫 맨 윗 선에 맞춰 틀었다간 아래는 뭉텅 잘리고 위는
몽땅 나오면서 붐 마이크가 출몰하게 되는 것이다. 한국영화보다 화면 비율, 필름 사이즈가 더 다양한 외화의 경우
(유럽영화는 1.66:1 화면도 적지 않다) 영사 기사가 프린트 케이스에 적힌 정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을 경우
붐 마이크의 출현은 비 오는 날 여학교 앞 바바리맨의 출현만큼이나 잦은 일이 될 수밖에 없다.
결국 영사 기사의 성격이 꼼꼼하지 못한 극장에서는 제아무리 궁극의 리얼리즘 영화라도 졸지에 극단의 실험
영화로 변신하는 것쯤은 일도 아니라 이거다.
끝으로, 혹자는 극장의 스크린에 붙어 있는 커튼이 화면을 제대로 가려주지 못해서 붐 마이크가 보인다고 주장한다.
그건 틀린 주장이라고 김우형 촬영감독은 말한다. 극장 커튼은 샤워 커튼과 달라서 보여 주기 거시기한 장면을
가려주는 게 목적은 아니라는 거다. 그럼 커튼만 싹 치우면 모든 영화에 붐 마이크가 보이게? 관객들 보기 좋으라고,
울퉁불퉁, 지저분해 보이는 화면의 네 변마다 직선으로 각 잡고 서 있는 애들에게 괜히 뒤집어씌우지는 말자 이거다.
[질문] 종종 화면에 붐 마이크가 나오는 걸 볼 수 있습니다. 편집할 때 못 볼 수가 없잖습니까?
어째서 이런 컷이 그냥 들어가 있는 걸까요? 윤진호 leftpunch@naver.com
[답변] 붐 마이크란 긴 막대기 끝에 매달린 어른 팔뚝 길이의 털북숭이 마이크를 말한다.
배우들 머리통 위에 45도 각도로 각잡고 버티고 선 얘들 모습을 메이킹 필름에서 한번쯤은 보았을 것이다.
감독이 일부러 보여 주지 않는 이상 얘들이 화면에 등장해서는 아니 된다. 그런데 가끔 결정적 순간에 ‘꼽사리’ 끼는
붐 마이크들이 있다. 원인은 두 가지다.
첫째, 촬영현장에서의 실수다. 영화도 사람이 하는 일인데 한두 컷 실수가 없을 리 없다. 편집할 때 못 볼 수가 없지
않느냐는 님의 타박과 달리 현직 촬영감독께서는 못 볼 수가 있지 왜 없느냐고 말씀하신다. 별로 좋지도 않은 화질의
조그만 모니터를 들여다보며 편집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단다. 그러다 나중에 시사회 때 발견하고 발을 동동 굴러봐야
때늦은 후회. 대세에 지장 없는 한 그냥 개봉하는 게 현실이다. 그래 놓고 내심 ‘옥의 티’로 봐주길 바라지만 그건
괜찮은 영화일 때 얘기지. 하찮은 영화일 땐 '대충 만든 티'로 두고두고 손가락질받게 마련이다.
확률적으로 시간과 돈에 쪼들리는 영화일수록, 혹은 빨리 찍기로 소문난 감독의 영화일수록 붐 마이크 카메오 출연이
잦다. 후자의 예는 여러분도 다 짐작하시는 바로 ‘그 감독’의 영화들이 대표적이며 전자의 예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가
대표적이다. 개봉 당시 류승완 감독은 “붐 마이크 보이는 장면이 세 군데쯤 된다”고 고백했다. 현장에서 “제작부 등 시간
남는 사람, 심지어 의상 담당이 붐 마이크를 들었기 때문에” 그런 문제가 발생했다.
그까짓 막대기, 시간 남는 사람이 들어도 그만 아니냐고 함부로 입을 놀렸다간 그 굵디 굵은 마이크에 똥침 찔려
비명에 갈 수 있다. 그 역시 숙달된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하다. 배우의 입에서 대략 90cm쯤 떨어진 위치에 42도에서
48도로 각 잡고 버틸 만한 팔뚝 힘을 키우기 위해, 붐 오퍼레이터들은 평소 장대 끝에 아령을 매달고 오래 버티는 등의
강도 높은 체력 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고 한다.
촬영감독, 혹은 붐 오퍼레이터의 실수가 아니라면 그땐 필시 영사 기사의 실수다. 미국이나 한국 극장에서 상영하는
영화의 가로 세로 비율은 보통 1.85:1이다. 그래서 극장 화면이 4:3, 즉 1.33:1 비율의 일반 텔레비전보다 좌우로 더
길어보이는 것이다(물론 요즘 유행하는 와이드 TV는 극장 화면과 비슷하다). 그런데 영화를 찍는 35mm 필름의 규격은
또 4:3, 일반 텔레비전 화면 비율이다. 고로 몹시 와이드한 극장용 화면을 얻기 위해서 제작진은 애당초 필름의
위아래를 조금씩 비워둔 채 몹시 와이드한 모양새로 찍히게끔 카메라를 세팅해 놓는다.
그러니 그걸 다시 비디오로 출시할 적에는 찍을 때 버린 위아래 외에 양 옆을 또 조금씩 잘라내 TV 화면 비율에 맞출
수밖에 없다. 사람이라면 큰 네모 얼굴이 작은 네모가 되었다며 좋아할지 모르지만 필름은 이거 좀 아깝지 않은가.
그래서 필름 면적을 다 활용해서, 즉 4:3 비율 그대로 찍어놓고 극장에서 상영할 때만 영사기 렌즈를 1.85:1 사이즈로
세팅, 와이드한 화면을 얻는 방식이 있다. 이렇게 하면 극장 상영 시에는 살짝 가려두었던 위아래 부분을 비디오에서는
다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처음부터 비디오 시장을 염두에 둔 미국 애들이 애용하는 방법이라는데 한국에서는 써먹기
힘들다는 게 현장 스탭의 전언이다.
외국보다 통제 안 되는 촬영현장에서 주변 소음이 조금이라도 덜 들어간 대사를 녹음하려면 늘어나는 세로 화면을
고려해 마이크를 지금보다 더 높게 들어 올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간혹 미국에서 쓰던 카메라가 그대로 한국에 건너올때다. 카메라는 이처럼 4:3 비율로 찍히게끔 세팅해놓고
촬영감독이 들여다보는 뷰파인더는 또 1.85:1로 세팅되어 있기 때문이다. 영사기사 보니 어라? 4:3 비율로 필름 가득
찍혀 있거든? 옳거니, 한국에서는 보기 드문 독특한 영상 미학을 추구한 영화로군, 그래서 굳이 4:3 비율로 상영하는
통에 붐 마이크가 거의 주연급 조연으로 급부상하는 참변이 빚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찍을 땐 분명 보이지 않던 붐 마이크가
떡하니 공중 부양한 채 시종일관 배우를 굽어 살피는 초현실적 시퀀스가 왕왕 연출된다.
김우형 촬영감독은 <강원도의 힘>을 찍은 카메라가 그런 케이스였다고 기억하고 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영화사가 부랴부랴 각 극장에 보내는 프린트 케이스마다 ‘꼭 1.85:1 비율로 상영해 주세요’ 라고
간곡한 청을 적어 넣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청을 따라 제대로 상영을 해도 붐 마이크가 나오는 경우가 있다.
그건 필름의 중앙과 스크린의 중앙을 딱딱 못 맞춰서 생기는 참사다. 원래 1.85:1로 찍은 놈이야 위아래 아무것도
안 나오니 그 경계를 맞추기가 쉬운데 4:3으로 찍은 놈을 자칫 맨 윗 선에 맞춰 틀었다간 아래는 뭉텅 잘리고 위는
몽땅 나오면서 붐 마이크가 출몰하게 되는 것이다. 한국영화보다 화면 비율, 필름 사이즈가 더 다양한 외화의 경우
(유럽영화는 1.66:1 화면도 적지 않다) 영사 기사가 프린트 케이스에 적힌 정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을 경우
붐 마이크의 출현은 비 오는 날 여학교 앞 바바리맨의 출현만큼이나 잦은 일이 될 수밖에 없다.
결국 영사 기사의 성격이 꼼꼼하지 못한 극장에서는 제아무리 궁극의 리얼리즘 영화라도 졸지에 극단의 실험
영화로 변신하는 것쯤은 일도 아니라 이거다.
끝으로, 혹자는 극장의 스크린에 붙어 있는 커튼이 화면을 제대로 가려주지 못해서 붐 마이크가 보인다고 주장한다.
그건 틀린 주장이라고 김우형 촬영감독은 말한다. 극장 커튼은 샤워 커튼과 달라서 보여 주기 거시기한 장면을
가려주는 게 목적은 아니라는 거다. 그럼 커튼만 싹 치우면 모든 영화에 붐 마이크가 보이게? 관객들 보기 좋으라고,
울퉁불퉁, 지저분해 보이는 화면의 네 변마다 직선으로 각 잡고 서 있는 애들에게 괜히 뒤집어씌우지는 말자 이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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