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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이슨 X ]

좀비
2003년 01월 08일 14시 47분 57초 4314 12
[제이슨 X] Directed by 제임스 아이작



이제 "제이슨"이라는 캐릭터는 호러영화계에 있어 절대지존의 존재임에 분명한것 같다. [ 13일의 금요일 ]이라는 (꽤나 유명한)시리즈명을 내팽개치고 (감히! 또는 당연히!) 드디어 "제이슨"이라는 타이틀만으로 극장가에 우뚝 설 생각을 했을정도니. 뉴라인시네마는 오랜시간의 활약상과 그동안 주목할만한 호러캐릭터가 부재했다는 데이타에 근거해 제이슨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왠만큼 본전치기 이상의 장사가 될거라는 통박과 계산이 나왔었을테고 그것은 곧 오래전부터 제이슨을 애증과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보던 호러팬들과 영화광들을 위한 식욕촉진제와도 같은 프로젝트가 되었다. 개인적으로도 과거 어린시절의 짜릿했던 호러영화의 매력을 보여주었던 제이슨이 다시 살아돌아왔다는 소식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었고 또한 그의 무지막지한 활약상을 기대하고 있던 터였다.

그 활동무대를 2450년의 미래, 어느 우주선으로 옮겨 SF액션극으로 탈바꿈시킨 [ 제이슨 X ]는 역시나 예상했던 것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실소를 참을 수 없게하는 어이없는 이야기와 엉성한 배우들의 뻘짓으로 허전한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냉동보존된 제이슨과 여자박사의 이야기도 그렇지만 전혀 현실적이거나 과학적이지 못한 근거로 사건을 부풀려가는 과정은 억지설정의 초필살기를 섭렵하지 않고서는 감히 시도하기 힘든 것들 투성이다. 아무래도 영화는 중학교 수준의 어느 미숙한 시나리오 작가에 의해 쓰여지지 않았을까하는 의심까지 들게될 정도다.(이 시나리오는 철저하게 [ 에일리언 ]을 모방하고 있다) 하지만 뭐 그럴수 있다. 언제는 제이슨이 시나리오 보고 출연했던가! 하지만 영화는 안타깝게도 SF영화로서의 매력을 충분히 살려주었어야할 미술부분에 있어서도 주체할 수없는 썰렁함의 진수를 보여준다. 마치 80년대 초 인형극을 보는듯한 원시적인 수준의 세트와 시각적으로 감당하기 민망한 의상, 유아기적인 수준의 조명은 아무래도 듬직한 체구의 제이슨이 활동하기엔 너무나 "외소"한 느낌이다. 간혹 홀로그램을 이용한 특수효과와 허를 찌르는 유머(홀로그램의 두 여자를 몽둥이찜질하는 제이슨의 순발력은 가히 이 영화에서 최고의 명장면이다)는 괜찮은 편이었다. 하지만 [ 제이슨 X ]는 그런 재치가 커버하기엔 너무나 뒤쳐진 싸구려 영화일 뿐이다.

호러영화 매니아들이 좋아할만한 멋들어진 사지절단 고어씬들이 간간히 선보인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 제이슨 X ]의 장점은 찾기 힘들다. 이것은 순전히 영화를 보면서 오랫만에 돌아온 제이슨에 대한 반가움이나 또는 다음편이 계속되길 막연히 바라는 기대감에서 봐줄 수 있는 그저 여느 시리즈의 한편에 불과하다. 별똥별이 되어 지구에 다시 안착한 제이슨!

쓉탱아! 이제 그만 정신차리고 다시 한번 제대로된 너의 무지막지함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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