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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원" 예전의 이연걸은 보이지 않더라...

cinema
2002년 01월 23일 19시 08분 14초 3321 30
더 원 (The One, 最後一强)

"매트릭스"에서는 가상의 현실공간을 깨뜨리고 기계가 지배하는 세상을 전복할 'the one'이 바로 키아누 리브스였다.
이 영화가 재미있었던 이유는 적절한 시각효과, 시원스런 액션에 맛깔스런 음악, 편집, 미술 등의 기타 요소들이 잘 어우러졌기 때문이겠지만, 다른 무엇보다 짜임새 있는 내러티브 덕분이었다.
모두가 인식하고 있는 현실이 가상의 현실이고, 사람들의 육체는 기계의 자양분이 되어 양식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그리 새로운 소재는 아니었지만, 뒤틀린 가상의 현실을 바로 잡기 위해 '절대자(the one)'를 찾아가는 과정이나, 절대자 자신이 자아에 대한 불안을 떨쳐내지 못해 갈등하는 모습, 그리고 수련과 단련을 통해 깨달음을 얻어내는 과정을 스피디하면서도 그럴 듯 하게 그려냄으로써 굉장한 흥미를 느낄 수 있었던 영화였다.  

"더 원"은 제목에서부터 "매트릭스"를 벤치마킹한 느낌이 든다.
시각효과 역시 "매트릭스"에서 보여준 시각효과를 진일보한 느낌이었다.(그러나 새롭거나 놀랍지는 않았다. 오히려 신선함이 떨어지는 듯...)
이처럼 "더 원"은 매트릭스의 영광을 뒤쫓으려(혹은 다시 쓰려) 노력했지만, 단순하고 헐렁한 때론 억지스런 내러티브로 인해 시시한 영화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 영화의 감독 제임스 웡(황예유) 감독은 TV시리즈 "X-FILE"로 명성을 얻었고, 각본/감독으로 데뷔한 "데스티네이션"을 통해서 재기발랄한 재능을 인정 받았던 감독이다.
나 역시 "데스티네이션"을 매우 흥미롭게 보았다.
뭔가 다른 방식으로 긴장감을 조성하여 사람을 놀래키는 능력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그래서 꾸준히 이후 작품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다 보게 된 영화가 "더 원"이었다.

솔직히 실망스럽다. ㅡㅡ;
홍콩영화에서 살아서 꿈틀거리던 이연걸은 이 영화에서 다만 잘 빠진 부품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영화 속에서 1인 다역을 하는 이연걸은 결국 마지막에 '율라우'와 '게이브'로 분해서 자신을 향한 공격과 방어를 반복한다.
매우 불만인 것은 율라우와 게이브를 너무 비슷하게 설정한 탓에 누가 누구인지 알수가 없었던 것이다.
내러티브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설정이었지만, 뭔가 다른 방법 혹은 결말을 취할 수도 있었을 텐데... 아쉽다.
이연걸의 연기톤 역시 '율라우'와 '게이브'를 구분지울 수 있는 어떤 특징도 없는 딱딱한 느낌이었다.

제발이지 이야기에 충실한 액션을 만들어달라.
액션에 충실한 이야기는 아무래도 재미가 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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