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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샵의 공동 작업에 대하여

binzib
2004년 04월 30일 23시 56분 31초 6366
저는 이번 워크샵에서 1차 2차 4차 모두 연출을 희망했고 3번 연출을 했습니다.
음, 그런데도 연출이 뭔지 잘 모르겠고 막막하기는 1차 때나 4차 때나 비슷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론 첫술에 배 부를 수 없다는 걸 알기에, 혹은 서너 번 해봤다고 연출을 알면 정말 누구나
연출를 할 수 있을 것이요, 영화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될 것입니다.
희망하건데 10년 후에는 연출이 뭔지 좀 알겠다라는 깨달음을 어렴풋이나마 얻을 수 있다면 신께 감사하겠습니다.
그만큼 어렵고 영화라는 창조 작업이 주는 무한함을 먼저 안다면 우리 스스로 조금은 숙연해지고
스스로를 반성할 수 있는, 겸손함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요?

워크샵은 공동작업을 뜻합니다.
저는 연극을 공부했는데 그곳에도 워크샵에 대한 정의가 나옵니다.
그건 작품의 완결성과는 의미가 다른 차원입니다.
상업영화나 자본의 투자와 회수를 목적으로 하는 상업적 영화에선 '워크샾'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습니다.
워크샾이란 개개인의 능력계발을 위한 공동 작업에서 쓰는 말입니다.
따라서 개개인의 '동기부여'를 중요시 여기고 스스로에게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따라서 작업을 위한 작품은 있지만 공연이나 상연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다고 명기되어 있습니다.
공연이나 상연을 목적으로 한다면 철저한 리허설 과정과 작품을 위해 희생되는
부분이 너무 많아져서 개개인의 능력계발엔 소홀해지기 때문입니다.
즉 작품이 아닌 '만드는 과정'을 중요시 여기는 것이 '워크샾'의 의미입니다.

그렇다면 공동작업에서 다수가 소수를 위해 희생되었다거나,
끌려갔다거나,
의욕을 상실한 채 몇몇 소수에 의해 다수가 끌려갔다면...
그건 워크샾의 진정한 의미에서는 좀 벗어난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그런 과정 속에서 개인이 얼마나 자아계발을 할 수 있을 지 의문이 들기 때문입니다.
제 경험에 의하면 이런 갈등의 대부분의 문제는 의사소통의 문제 같습니다.

영화라는 집단 창작에서 필연적으로 나와 상대방과의 의견차이는 당연히 발생하는
것입니다. 그것을 저는 갈등이라고 생각치는 않습니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발전한다고
오히려 판단됩니다. 하지만 몇몇은 그런 과정 속에서 상대방을 이해하기 보다는
감정을 먼저 드러내는 경우도 종종 생깁니다.
영화가 수많은 변수와의 싸움임을 누구나 알기에 어느순간 새롭게 선택해야 할 것과
아쉽지만 포기해야 할 것들을 누구나 잘 알고 있습니다. 그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상대방에게 납득시키는 것은 어려운 일임이 틀림없습니다.
우리가 좀더 이성적으로 합리적으로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있었다면
견해가 다른 것은 어느순간 봄눈 녹듯 사그라지는 것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반대의 경우, 감정적인 앙금이나 상대방을 무시하거나 깔보는 태도가 있거나
하는 등 감정적으로 대한다면 괜한 고집을 부리게 되고 양보하려 들지 않거나
혹은 내가 무시당한다고 생각해서 공격적으로 행동하는 경우도 워크샾을 통해
익히 보아왔습니다.
따라서 저는 이러한 문제로 인해 워크샾이 아쉬웠다라고 말하는 부분에 있어서
그것은 워크샾이 공동작업이기에 생기는 문제라고 판단되기 보다는,
개개인의 성격과 기질 등등 개별적인 문제가 더 크게 작용한다고 보아집니다.
누구는 공동작업이면서도 즐겁고 유익하며 효과적인 공동작업을 하는 팀도 있고
그 반대의 팀도 있다는 것이 이를 증명합니다. 또한 어느 동료는 마음이 잘 맞고
또 다른 어느 동료는 마음이 잘 안 맞는 경우가 있습니다. 마음이 잘 맞는 동료는
십중팔구 인격적으로 자신을 대해주고 배려해주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는
분명 그 반대의 경우입니다. 마음이 잘 맞는 동료에게 하듯 그 반대의 동료에게도 했다면 마찰은 줄어들거나 합의점을 찾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워크샾이란 필연적으로 공동작업을 뜻합니다.
사회 생활도 그러하듯 혼자서 모든 것을 할 수 없습니다.
남이 자신과 같을 수 없듯이, 결국은 대화와 타협을 통해 절충점을 찾아야 합니다.
만약 이를 찾지 못했다면 워크샾을 통해 'Open'된 나는 발견하지 못한 것이 될 겁니다.

공동작업에서 자신의 역할에 대해 불만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집단창작 예술은 이 부분에 있어 어느정도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 존재합니다.
왜냐하면 누구나 주인공이 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주인공이 있다면 그를 받쳐주는 말없는 조연도 작품에는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현대의 리얼리즘 연기의 창조자 이면서 메소드 연기라는 방법론을 정립한 '스타니 슬라브스키'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아무리 이름없는 단역이라고 해도, 하찮은 배역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불만을 토로하는 하찮은 배우만 있을 뿐이다..."
아무리 작은 역할이라도 그것은 그 나름대로 중요한 역할이 있다는 뜻입니다.

끝으로 영화는 세계 어딜가나 공동작업입니다.
내가 만일 이곳에서 공동작업에서 스스로 극복하지 못했다면
세계 어딜가서 영화를 한들 극복할 그 무엇은, 아무것도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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