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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플랑드르 거장의 그림>

vincent
2002년 06월 03일 04시 48분 12초 4739 3
-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 저, 정창 역, 열린책들

눈을 편안하게 하는 밤색과 미색이 체스판처럼 하드커버 위에 씌워진 표지를 가르고 있습니다.
요즘엔 하드커버로 출간하는게 유행인가봅니다.
열린책들에서 <장미의 이름>같은 책들도 하드커버로 재장정해서 다시 출간하고 있거든요.
물론, 책을 오래 간직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반가운 일이지만,
올라가는 책값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을 위해 문고판이나 값싼 종이로 인쇄하는 다양한 인쇄 방법을 고려해줬으면 좋겠어요.
솔직히 하드커버로 장정된 책들은 버스나 지하철에서 들고 읽기엔 조금 부담스럽죠. 가방에 넣어다니기도 무겁고....

책의 내용은... 요즘 추리소설 출간이 붐이긴 한가봐요. 이 작가의 책들도 그 붐을 타고 출간되었습니다.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는 이미 엄청난 베스트셀러로 기록되고 있나봐요. 스페인의 움베르토 에코라고 불린다는군요, 저자는. 읽고보니 그럴 만도 해요. 특히나 <뒤마 클럽>을 읽으면 '딱'입니다.
로만 폴란스키의 <나인스 게이트>로 영화화 된 <뒤마 클럽>과 이 책(이 책도 영화화 되었답니다. 예전에 ocn에서 <비밀의 그림>이라는 제목으로 방영된걸 본 적 있는데... 정말 엉성한 영화였지요. 그 영화의 주인공인 커트머리의 아리따운 여배우가 바로 케이트 베킨세일이었더군요)이 '시공사'와 '열린책들'에서 각각 출간 되었네요.

<뒤마 클럽>은 영화 <나인스 게이트>로 먼저 만나서 그런지 조금 김 빠졌구요, <플랑드르 거장의 그림>은 영화가 워낙 엉망이었던터라 더 반가웠습니다.

15세기 플랑드르화파의 거장 반 호이스의 <체스 게임>(실제로 있는 그림인지 전 모르겠네요)을 복원하던 여주인공이 그림속에 감춰진 "누가 기사를 죽였는가"라는 문장을 발견하면서 벌어지는 일이 소설의 뼈대입니다.

500년전에 살았던 그림 속 주인공들 사이에 있었던 살인사건.
그 살인사건의 열쇠를 푸는 단서인 그림속의  체스게임.
함께 단서를 풀어가는 골동품상 세사르와 무명의 체스 플레이어 무뇨쓰.
그림의 경매를 앞두고 그림의 비밀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살해되는 사람들.
다시 이 현실의 살인사건의 범인과 희생자를 추적하는데 단서가 되는 체스게임.
음악과 미술사, 체스, 유럽의 역사, 전쟁, 그리고 스페인....

이 모든게 이리저리 얽히고 설키며 종국을 향해 치달아가는데 대중문학으로서의 추리소설의 '품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는군요. 물론, 마지막 범인의 정체가 밝혀진 후의 일장연설은 김이 좀 빠지지만요.

읽고나면.... 체스가 두고 싶어지는 책입니다.
체스의 규칙을 모른다고 해도(저도 모릅니다) 읽으면서 규칙을 알아가는 재미도 쏠쏠해요. 물론, 아는 분들은 더 재미 있겠지만요.

추신 1. 소설의 재미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대중소설의 친근함을 가지고 품위를 잃지 않는 시도가 그립구요.
최근에 발간된 김경욱의 소설 <황금사과>의 시도가 궁금해집니다. 히라노 게이치로의 <일식>을 읽었을 때의 충격을 다시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중세의 유럽은 여전히, 특히나 동양 사람들에겐 허구로나마 여행해보고 싶은 호기심의 대상이니까요.

추신 2. 체스..에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슈테판 츠바이크의 <체스>도 추천합니다. 분량이 짧고, 간결하고 밀도 있는 문장으로 이뤄진 소설입니다. 체스를 두는 두 사람의 내면에 집중하는게 이 책과 아주 큰 차이군요.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Profile
sandman
2002.06.03 18:40
이궁... 적을 책이 왜이리 많아...
오늘 책 4권 샀는 데 또 사야 되겠다... (책방을 차리던가 해야지..)
전에 그런 책이 있다고 이야기는 얼핏 들은 듯 한데...
님께서 추천하시니 또 한번 봐야 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떠 오릅니다.

(pda용 체스를 두며 체스 기본 룰은 알았는 데...
정말 체스가 민주주의 같다고 느끼는 단 한가지 룰은
장기에서 말하는 '졸'이 상대편 진지 마지막 칸 까지 가면
자기가 원하는 말(퀸이던 나이트든 뭐든)로 바꿀 수 있더군요.
즉 '졸'이 그 칸 까지 살아가는 것이 무지 힘든 데, 가는 데 성공한다면,
서양의 신분 상승처럼 원하는 대로 해주는...
장기의 '졸'은 영원히 '졸'인 것과 비교해보니..
고것 하나는 정말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
........
그리고 에코 책을 이해 하신다니... 슬프다...
전 왜 에코 책은 몇년이 지난 지금 완독한 책이 한권도 없어요....
(<푸코의 추>.. 정말 미쳐...)

님.. 혹시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안읽어 보셨다면
한번 추천 하네요... 천원 판매 코너에서 노벨상 수상작이라 사놓고
한 구석에 먼지 만 쌓여 있다가... 몇 개월 전에 읽었는 데
근래에 읽은 책 중에 젤 좋았습니다....
꼬옥 읽어 보세요.. 님 취향에도 맞을 듯... ^^;
vincent
글쓴이
2002.06.04 00:41
1. <푸코의 추>는 저도 읽기 힘들었습니다. --;;;

2.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제목이 마음에 드네요. 읽어보겠습니다.
참고로, 노벨상은 '작품'에 수여되는게 아니라 '작가'에게 수여되는거라네요.
학교 다닐 때 그닥 우리와 연관없는 이 문제로 친구와 옥신각신 싸웠답니다.
그러니까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는 노벨상 수상작이 아니라
문학상 수상작가의 작품 중 하나가 되겠지요.
이 작품이 그 상을 받는데 큰 역할을 했는지 모르겠지만요.
추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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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dman
2002.06.04 16:27
그러니까 노벨상 수상작.. 에다가 "가"를 빼 먹은 것이군요... 흠
난 학교 다닐 때 왜 그 문제로 옥신각신 안 했을까?
생각해보니 술 먹는 다고 바빴네요..
(고교시절 부터도... ㅋㅋ 요즘 아이들 넘 불쌍해..
허접..
그건 자업자득 이라는 생각.
술 먹어도 숨어마시고 어른 보고 예의 갖추면
귀엽게 봐줄텐 데.. 바보들 처럼 까불다 금지 당한 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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