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없는 친구 또 하나 잃게 생겼습니다

anonymous 2009.08.18 16:04:58
전 어쩌다보니..(여기에 참 많은 사연이 있지만) 친구가 별로 없습니다.
성격탓이기도 하고 관리를 잘 안하는 것도 사실이고요.
근데 요근래 또 친구와의 문제가 생겼습니다.
참고로 저는 올해 20대중반이고 여잡니다.

걔랑은 고1때부터 친구로 지냈고 딱히 성격이 잘 맞는다기보다
그냥 웃고 떠들고 서로 얘기들어주는 뭐 그런 친구였습니다.
다들 그러시겠지만 한창 만날 때는 맨날 만나고 못 만날 때는 6개월 이상도 안 만나고 그랬죠.

그 친구에 대해 잠깐 설명하자면 일단 성격이 불같습니다.
목소리 크고, 덩치도 좀 있고, 기분파라서 자기 기분 내키는대로 하는게 좀 있죠.
반대로 저는 뭐 좋으면 좋은거지 별로 그런거 신경 안쓰고 지 기분 내키는대로 해도 그냥 냅두는 편입니다.

문제는 제가 공모전 준비하면서 벌어졌습니다.
가뜩이나 글이 잘 안써져서 신경이 온통 곤두서있는데 친구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희안하게도 걔는 공모전 준비가 한창일 때 일이 터져서 저한테 전화를 겁니다 (남친과 헤어졌다, 면접 떨어졌다 등등)
그것도 꼭 번거롭게 핸드폰도 아니고 집전화로 말이죠. (저희집엔 거실에 유선전화기 뿐;;;)
그래도 친구가 그런일이 있다는데 잠깐 작업 멈추고 한참 수다를 들어줍니다.
아시겠지만,여자들 수다... 장난아니죠. 기본 1시간이라고 생각하시면됩니다.
그런식으로 매일매일 정말 일주일이 넘도록 하더라구요...
그러던 어느 날 제 인내심도 한계에 이르러 좀 짜증이 나더라고요.
맨날 나더라 넌 나말고 친구도 없지? 이러면서 놀리는 애가, 정작 왜 지 자신은 나한테만 전화해서 이럴까;;
좀 로테이션 돌려서 수다떨면 안되나....;

그날도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전 저녁 먹을 준비하고 있었구요.
아, 또 걔구나... 솔직히 받기 싫었습니다. 한 얘기 또하고 또하는거...
"여보세요"
"어, 나다, 뭐하냐?"
"밥 먹을라고"
"그래? 그럼 니가 밥 먹고 전화해라"
"니가해"
"니가 밥 먹고 나서 전화해. 맨날 내가 전화하잖아"
"니가해"
"(버럭) 아 됐어!!! 안해!!"
"알겠어, 끊어"

이 일이 있고 다다음날인가? 문자가 왔습니다.
너한테 할말있으니까 시간되면 만나자, 알겠다고 했더니 그냥 네이트에서 보자네요;
별로 안좋은 얘기 얼굴 보고 말하고 싶지 않다고; 그래서 새벽 1신가; 기다렸어요 네이트온에서
근데 안들어오더라고요. 2시까지.. 한참있다가 문자와서는 컴퓨터 고장나서 안들어가진다고
다음에 얘기하겠데요.
그래서 다음날 제가 전화를 했습니다. 할 말이 뭐냐고 물었더니 지금 바쁘다고 다음에 얘기하자네요.
너무 답답해서 저녁에 문자를 했습니다. 도대체 뭐냐. 대충 짐작은 가는데 만나서 맥주한잔하면서 얘기하자.
그랬더니 자기가 너무 예민했다면서 별거 아니라고 다음에 보자. 이 문자가 끝입니다.
이게 7월말에 얘긴데 오늘 제가 문자를 보냈습니다. 최대한 아무렇지 않게. 오늘 안바쁘면 만나자. 근데 씹네요;

사실, 가뜩이나 공모전 마감때문에 시간도 없는데
하루도 안 빼놓고 집전화로 전화해서 똑같은 얘기(헤어진남친얘깁니다) 1시간 넘게 듣고 싶지 않았고,
지 기분 풀려고 떠는 수다를 왜 내 전화비 내가 면서 들어야하나 싶어서 저렇게 했는데
그게 그렇게 분노할 일인가요?;
분명 제가 나 요즘 공모전 기간이라 바쁘다 언지를 줬건만... 지 기분이 풀릴 때까지 얄짤없습니다.
이 일이 있기 전에 내가 내 시간 다 뺏겨가면서 지 얘기 들어준건 생각도 못하고 참... 그렇습니다.
그래도 친구라고 정 들어서 어떻게 풀어주려고해도 저런 식인데.. 그냥 끝내는게 맞을까요?
혹시 주변에 저런 친구 있으세요? 그럼 어떻게 대처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