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뭐가 크리에이티브냐.
anonymous
2008.07.26 01:20:50
답답하단 말이다 답답하단 말이다.
내가 여자로 태어난 것이 답답하단 말이다.
온실속 화초처럼 별탈없이, 반항없이 대학생활 잘 마쳐주고
졸업하자마자 영화판에 들어오게된게.
그게 내가 그렇게 잘못한거란 말이냐.
부모님 정말 너무하세요.
맨날 썩은얼굴로 스모그냄새 풍기며 집에 들어가는 딸래미가 안쓰러웠겠지만.
점점 나이를 먹어가는 당신들이
이런 딸을 먹여살리기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건가..
그래도 이건아닌것 같다.
그 딸래미는 지금 부모님과 2년간 싸우다
정신병이 생겼고. 탈모가 생겼고, 불신이 생겼고, 영화에 대한 미련은 더 커졌다.
난 글하나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영화가 좋단말이다!!!!!
이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머리는 점점 굳어갈것이고.
돈에 노예가 되어 영화는 다시 못하게 되겟지.
젠장이다정말...
나도 돈이 많았으면 좋겠다.
유학다녀와서 실력없이도 입봉하는 그사람들이 부럽단말이다!
그냥 영화 그자체가 하고싶다고.
실력이고 모고 그냥 저지르는 그사람들이 부럽단말이다!
난 지금 구두신고 정시에 출근하고 퇴근하며 토요일 일요일은 쉰다.
햇볕에 타서 물집잡힐일도 없고.
스모그에 취할일도 없고.
비맞으면서 세팅할일도 없다.
열라 편하게 일하는데 왜이렇게 서글프단 말인가.
하루종일 이렇게 대체 뭐가 크리에이티븐지도 모르는 그놈에 레이아웃을.
앞으로 몇년,,, 그렇게 하다보면....
바보가 되어가거나. 아니면 편집디자이너라는 사람이 되어있지 않을까생각한다.
내가생각하는 크리에이티브는 레이아웃이 아니라고.
그냥. 딱 . 기술자일뿐이지. 절대 예술가는 될 수없다.
이렇게 손만 빨라져서 나중엔 컴퓨터학원을 차려야하나... 젠장...
당신들이 부럽다.
부모에게서 떨어져서 독립해잇는 당신들이 부럽다.
영화를 하며 처음으로 부모라는 존재가 장애가 되었다. 그 이유가 어쨌던간에...
비록 돈에 찌들고 배가 고플지언정 영화를 하는 순간의 희열을 즐기는 당신들이 부럽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고 그랬단 말이다.
내가 얻은것보다 당신들이 얻은것이 더 크다.
적어도 정체성은 흔들리지 않으니 말이다.
부럽다.
취업사이트를 전전하며. 영화를 왜 안하냐고 묻는 면접을 보러다니며.
그리고 거짓말로 답하며..
그때마다. 그때부터. 지금도 계속 떠나지 않는다.
'영화만한게 없다.'
없다 정말.
더 강해질수 없는 내가 싫다. 싸우려면 뿌리를 뽑았어야 했는데...
지금 얼토당토 안하고 대학가기 싫고 당장 현장에서 배우고 싶다는 사람들은 들어라.
너네가 성적이 정말 대학을 갈 수 있는 성적이면서 안가는것이냐.
아니면 현장서부터 배운다는 핑계를 대고있는 것이냐.
이것저것 돈이고 모고 다 떠나서 실력으로만 볼때
대학을 안나오고 막내부터 일을 해서 잘된 사람들 손에꼽힌다.
그리고 그사람들은 죽을듯이 자기수련을 했거나 천재. 둘중 하나다.
너네가 죽을듯이 자기수련을 할수있다면 안가도 된다.
하지만 핑계대는 아이들은 죽을듯이 자기수련을 못하는 인재들이다.
너넨 언젠가 튕겨져 나간다.
니가 천재라도 막내부터 너에게 그런 일이 맡아지게 될거라고 착각하지마라.
공부해라.
그리고 대학다니면서 미친듯이 돈모아서 종자금을 마련해라.
그리고 독립해라.
그리고 영화해라.
돈이 많다면 유학가라.
그리고 인맥만들어서 입봉해라.
현장에서 일배우면 된다하지.
맞는말이긴 하지만 실질적으로 잘나가는 사람 대부분 유학파 아닌사람 없다.
유학다녀오면 막내부터 하는것보다 훨씬 쉽다.
인맥이 없어 입봉이 힘들다고 하지.
막내부터 시작해서 입봉하는것보다 쉽다.
돈벌어서 현장돌며 쓸생각말고
돈벌어서 공부할 생각해라.
필커에서 떠도는 말들 너무 신봉하지 마라.
학력무관, 성실하게 해주실분들 다 오케이라고 하지?
막상 내가 그걸 하게되면 내가 모자란 부분들이 어느순간 한계로 다가온다.
그리고 생각해봐라. 니가 머리를 쓰고 싶은일인지 몸을 쓰고 싶은일인지.
영화를 하는 개개인마다 느끼는게 달라 이 말에도 다들 할말들이 다를것이다.
하지만 내가 느끼는 바로는 그랬다.
쉽게갈수 있다면 쉽게가라.
병신같이 끌려가지말고 약게 살수 있음 약게 살아라.
그것도 니 능력이고 니가 더 빨리 치고 나갈수 있는거다.
어쨌든 필커사람들도 다 니 경쟁자들.
밥그릇 싸움하는 사람들이니까..
크리에이티브 얘기하다 여기까지 와버렸네...
익명게시판이라는걸 활용하고 있는거지..
아뭏튼. 어쨌든.
아직도 스탭모집란 뒤져보는 내가 한심스럽고.
현장경험하고 싶다고 외치는 사람들도 부럽고.
지금 비맞으며 세팅하고 있는 팀원들도 부럽고.
막간을 이용해서 필커뒤지다 이 글을 보고있는 사람들도 부럽다.
난 이제 기술자일 뿐이다.
예술가는 없다.
비참하게 목구멍에 풀칠하기 위해 정체성을 팔아먹었다.
영.화.인.
다시 가지고 싶은 내 타이틀이다.....
요새 귀신같이 날씨예보를 잘맞추는 기상청때문에 다들 고생이 많으십니다.
일도없고. 돈도없고. 여러가지로 심란할테지만.
하고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것에대해.
상황이야 어찌되었건 그일을 할수있는 환경에 대해 큰 위안을 삼으십시오!
밖에 무진장 비가오는군요.
작년 이맘때쯤 장대같은 비를맞으며 제 몸보다도 더 큰 의자를 나르던때가 생각이납니다.
지독한 감기에 걸려 목소리는 두달간 주파수가 안맞고 피부엔 기미가 잔뜩생겼지만.
빗소리를 들을때마다 현장에서의 추억들이 생각이 많이 나네요.
사람들도 보고싶고...그렇네요...
평생을 추억만 하고 살게될까 두렵네요.
언제쯤 복귀가 가능할지...
아니면 영영 못할지...
아니면 안할지...
어쨋든, 한국 영화인들 화이팅입니다!
위엔 그간 너무 속상한것들땜에 반말로쓰다 여긴 존대라 어색하겠지만.
아뭏튼!
다들 힘내십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