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하다

anonymous 2010.01.25 03:46:08
방금 나는 영화 일을 그만두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돈이 없어서다. 나올 구멍도 없고 손 벌릴 데도 없다. 인터넷으로 고시원을 검색하고 있었다. 적어도 창문 있는 방에는 들어가야지, 그런 생각을 처음엔 했는데 문득 다달이 들어가는 월세를 어떻게 감당할지가 막막해졌다. 창문 있는 방은 삼십만원 정도다. 아르바이트. 아르바이트를 하면 되겠지. 얼마전에 일당 8만원 짜리 인형탈 쓰는 아르바이트에 지원했는데 떨어졌다. 그게 됐더라면 좋았을텐데... 나이가 많아서 그랬을 거다. 쓸쓸하다. 생산직 쪽은 '연령무관'이 더러 있는 것 같다. 돈이 되는 일은 힘이 들테고, 종일 힘든 일을 하고 나면 체력뿐 아니라 생각할 힘도 희미해진다. 일 하고 먹고 자고로 끝나겠지. 그게 나쁜 것은 아니다. 단순한 삶을 나는 동경하고 좋아한다. 그렇게라도 몇 달 눈 딱 감고 열심히 일 해서, 이후에는 글쓰기에 집중할 수 있다면 좋겠다. 그러나 지금 시기를 놓치고 나서 몇 달 뒤 식어버린 창작욕에 다시 불을 붙일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한편으로는 든다. 주변을 보면 오랫동안 매달려 쓴 시나리오가 후지게 나왔다는, 그런 악몽 같은 케이스가 있다. 웃기지만 나만은 그럴리가 없다고 믿어왔다. 자신감도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내가 그렇게 될 것만 같다. 우울이 불안이 되는 것일까. 나는 원래 냉정하다. 재능/실력 없는 사람이 백날 열심히 해봐야 좋은 영화 안나온다고 믿는다. 그런데 점점 내가 거기 해당되는 것 같다. 내가 할 줄 아는 것이 있기나 한가. 그런 생각만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