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로운 달 (과학향기에서)
anonymous
2005.12.06 23:10:17
달은 우리의 일상 생활에서도 여러 가지로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최초의 달력인 태음력은 달이 지구 주위를 도는 공전주기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비록 오늘날에는 대부분의 나라들이 태양력을 채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달이 차고 기우는 것을 기준으로 하는 음력 날짜는 곧 밀물과 썰물, 조석간만의 차이와도 직결되기 때문에 여전히 중요하게 생각되고 있다. 달이 지구에 미치는 조석력은 태양이 미치는 것보다 2배 정도 강하다. 이로 인해 인간을 비롯한 지구상 동식물들의 생체 주기 중 상당수가 영향을 받는다. 거북들이 보름달이 뜨는 때에 알을 낳으려 해변으로 올라오는가 하면, 바다생물들의 생체시계도 달의 변화에 맞추어져 있다.
월경(月經)으로 표현되는 여성들의 생리 주기가 약 28-29일 정도로 달의 공전주기와 거의 일치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구에 사는 우리들로서는, 크기가 거의 비슷한 해와 달이 하나씩 떠있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하게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사실 천문학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대단히 신비로운 측면들이 많다. 먼저 달은 반지름이 지구의 약 1/4 정도로, 지구의 위성으로 보기엔 너무 크다. 태양계의 마지막 행성인 명왕성보다 더 크다. 다른 태양계 위성들은 반지름이 모행성의 수십 분의 일 이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성과 금성은 위성이 아예 없고, 지구 크기의 반정도인 화성은 데이모스와 포보스라는 두 개의 행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반지름이 수 km에 불과하고 모양도 구의 형태가 아닌 감자와 같은 찌그러진 모양으로서, 지구의 '달'에 비하면 너무도 초라한 존재들이다. 따라서 천문학에서는 지구와 달의 관계를 행성과 위성이라기보다는, 명왕성과 카론의 경우처럼 '이중 행성계'(행성계: 하나의 항성의 인력권(引力圈) 내에 있는 몇 개의 행성으로 이루어진 천체)로 분류한다.
또한 태양의 반지름은 지구의 100배 정도가 되므로, 달보다는 400배 정도가 큰 셈이다. 그런데 지구로부터 태양까지의 거리 1억 5천만 km는, 지구에서 달까지의 거리인 약 38만 km보다 400배 가량 먼 정도여서, 지구에서는 태양과 달이 거의 비슷한 크기로 보인다. 이로 인하여 달의 그림자가 태양을 완전히 가리는 개기일식이 일어날 수 있는데, 지구에서 가장 잘 보이는 두 천체가 이처럼 크기가 거의 같아 보일 가능성은 확률적으로 보면 극히 낮은 것으로서, 우연치고는 너무도 신기한 일이다.
달에는 우리가 아직 모르고 있는 것들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달의 지진, 월진(月震)이다. 지구의 지진에 비해 매우 약하기는 하지만 그 패턴을 분석해 본 결과에 따르면 달의 내부가 텅 비어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달 공동설'이 주장되기도 한다. 또한 달의 자전주기와 공전주기가 같아서, 지구에서는 항상 한쪽 면만 보이고 뒤편을 볼 수 없는 것도 여러 가지 호기심을 자아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