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우 감독의 미스테리

anonymous 2004.10.09 22:29:03
장선우 감독, 유목민 다룬 영화로 컴백

[스타뉴스 2004-10-09 22:16]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부산=이규창 기자]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이후 2년간 침묵했던 장선우 감독이 '천 개의 고원'(제작 이스트필름)으로 컴백한다. '마두금'이라는 전설의 악기와 몽고 초원의 유목민의 삶을 소재로 한 장선우 감독의 차기작 '천 개의 고원'은 부산프로모션플랜(PPP)에 참가해 일본과 프랑스 등의 투자사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2002년 최고의 문제작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이후 "무조건 1년은 놀겠다"며 잠적했던 장선우 감독은 휴식을 위해 찾은 몽고의 초원에서 새 영화의 단서를 찾았다. 지난 40일간 로케이션 매니저와 함께 몽고 각지를 돌며 초원을 질주하는 유목민의 자유로움을 내내 머리속에서 지우지 못한 장선우 감독은 앞으로 한달여간의 시나리오 작업을 마친 후 내년부터 촬영을 시작할 계획이다.

'나쁜 영화', '거짓말' 등 매 작품마다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장선우 감독은 새 작품만큼은 어린이도 볼 수 있는 영화로 만들겠다는 각오다. 그러나 "문제작을 만드는 것보다 더 어려운 도전"이라며, "만들다 보면 또 어찌될지 모르는 일"이라고 말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 아래는 1문 1답.

- '천 개의 고원'에 대해 PPP에 참가한 투자자들의 반응이 좋다던데? ▶ 아직 시놉시스 밖에 안나온 상태라 투자사들은 "시나리오를 내놔라"고 난리다. 한달 안에 시나리오를 내놓겠다고 했는데..

- 어떻게 아이디어를 얻었나? ▶ 작년 여름에 몽고에 쉬러 갔다가 초원이 하도 좋아서 그곳에서 영화를 만들겠다고 생각했다. 그 광활함에 반한건지 하늘이 하도 커서 반한건지 나 자신도 헷갈린다. 뭐랄까, 마치 옛날에 내가 놀았던 곳 같은 느낌이었다. 초원에서 말을 타보니 정말 '베터 댄 섹스'다.

- 몽고에서 올로케 촬영을 할 것인지? ▶ 아직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그럴 생각이다. '몽고의 임권택' 발진얀 감독이 수퍼바이저 역할로 도와주기로 했다. 특히 전쟁신에 대해서 도움을 많이 받을 것 같다. 2천년전 만리장성을 쌓을 무렵 한족과 훈족의 다툼을 다룬 거니까 전쟁신을 들어갈 건데, 영화의 배경설명 정도로만 넣을지 비중을 두고 갈지 정하지 못했다.

유목민의 전술이 기가막히다. 만리장성 너머에서 보면 오랑캐지만 문명과 훌륭한 전술을 가진 민족이다. 문헌상으로나 풍습으로 볼 때 우리와 같은 뿌리이기도 하고. 유목민들의 자유로운 삶과 사랑도 놓칠 수 없는 포인트다.

- 유목민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이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 1년 남짓 쉬다가 즉흥적으로 느낌이 와서 시작했을 뿐 특별한 이유는 없다. 어쩌면 몽고에서 만난 '새로움' 때문에 더 매력을 느끼는 게 아닐까 싶다. 일단 마음이 끌리니까.

- 매 영화마다 이슈나 특별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데, 이번 영화의 화두는 무엇인가? ▶ 굳이 화두를 찾는다면 '노마디즘'에 대한 관심이다. 몽고에 갔을 무렵이나 혹은 그 후에 생긴 것 같은데, 90년대 서양에서 많이 이야기되었던 노마디즘이 갖는 아름다움이랄까. 혹은 "말을 타면서 느끼는 그 '쾌감'은 어디에서 올까" 하는 문제들.

- 전쟁신과 판타지, 역사물의 요소도 있는데, 이 영화의 장르는 무엇이 될까? ▶ 아직 그것을 정하지 못했다. 이야기는 이미 정해져 있는데 어떤 스타일로 할지 결정을 못해서 시나리오가 안되고 있다. 지적한대로 역사물 맞다. 그렇지, 역사물이네. 그런데 유목민들의 삶과 그들의 열정, 결국은 사랑이야기다. 이번에는 어린이들도 볼 수 있는 영화로 만들어 볼 생각이다.

- 그 동안은 뭐랄까, 센세이션을 일으키는 작품들이었다. 전쟁신도 있는데 '어린이들도 볼 수 있는 영화'가 될 수 있을까? ▶ 사실 그래서 더욱 '아이들도 볼 수 있는 영화'에 갈증을 느꼈던 것 같다. 어쩌면 나에게는 가장 큰 도전인지도 모르겠다.

- 과연 이번 영화는 논란이 없을까? ▶ 글쎄. 애들도 볼 수 있는 영화로 만들려고는 하는데.. 또 만들다 보면 나도 어찌될지 모른다.

- 제작비와 제작일정 등 계획이 어떻게 되는가? ▶ 틈틈이 쉬면서 준비해 왔는데, 예정대로 되면 내년 5월부터 10월까지 촬영할 것 같다. 황사가 불고 보릿고개처럼 풀들이 죽을 때, 눈도 내려야 되고.. 이런 장면들 담으려면 그때까지는 찍어야 된다.

또 이 영화는 음악이 굉장히 중요하니까(악기에 대한 영화) 편집, CG까지 포함한 후반 작업이 오래 걸린다. 내후년이나 되어야 하지 않을까. 몽고와 합작을 하니까 생각보다 제작비는 적게 들 것 같다. 아이들도 보는 영화니까 조금은 줄여야 하지 않겠나.

- 영화가 '유목민'에 대한 이야기로 압축된다. 설명을 듣다 보면 장선우 감독 자신의 이미지와 비슷한 것 같다. ▶ 유목민은 많이 가질수록 불편하다. 이동하면서 사니까. 나도 역시 많이 가지면 불편하다. 지난번에도 좀 그랬고('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내가 원하는 편하게 사는 것은 자연과 같이 사는건데, 그러고 보니 나와 비슷하다. 자연과 함께 사는 것은 굉장히 영적이다. 영적인 것에서 사랑이 생기고 또 슬프게 잃고, 결국 거기서 마두금이 태어나 마음을 울린다.

- 많은 요소가 포함되어 영화의 성격을 짐작하기 어렵다. 어떤 영화가 될까? ▶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은 두 가지로 나뉠거다. 슬프거나, 행복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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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다 힘들다 하는데 대체 이런 사람은 어떻게 또 투자를 받을까??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은 최소 3년의 용서기간이 필요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