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만약'을 끼워넣지 마

anonymous 2003.11.13 23:11:22





야마모토 후미오의 소설 <연애중독>의
제멋대로 남자 이츠지 고지로가
인생을,
조금도 앞으로 내딛지 못하는 여주인공 미나즈키에게
충고한다.

"과거에 만약을 끼워넣지 마"


그 때, 만약 그랬다면...
그 때, 만약 그러지 않았다면...
그렇다고 해서
인생이 지금보다 더 마음에 들게 변했을거라고..
그렇게 확언할 수도 없는데
어떤 이들은
계속해서 '만약'을 끼워넣으며
수많은 과거를 만들어나가느라
'지금' 이나 '앞으로'에도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자신도 모르게
그 수많은 '만약'이 가지치기했을지도 모를
어떤 덧없는 희망에
발을 걸치고 싶어한다.

과거는 지나갔고
후회는 늘 너무 늦게 찾아온다.
단 한 번만 후회하고..
후회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과거는 과거대로 남겨둬야 한다.

덧칠하지 말고
새로운 무늬를 보태지도 말고
스스로를 동정하지도 말고
남탓 할 것도 없고
무엇보다 스스로에게 너그러워지기 위해
달콤한 소리에만 귀 기울이는 바보짓하지 않고
자기 잘못은 잘못한대로 인정하고

그렇게.







photo : "Castle in a Bottle" by Barbara F. Gundle
music : 임현정 "사랑은 봄비처럼 이별은 겨울비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