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영화사 공모에 얽힌 한들 2탄!

anonymous 2003.09.08 00:05:58
공모전 결과의 당혹스러움  김XX  2003-09-01 조회:128

  
얼마전 태창영화사의 1억원 상금이 걸린 시나리오 공모전이 영화계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한동안 큰 이슈가 됐었다.

본인 또한 1억원이란 큰 상금에 혹한 것 사실이며 3작품을 응시했었다.
개인적으로 당선을 기대하기 보단 본선진출작에 대한 중간발표가 있다는 소식에 내 작품의 수준을 알고 싶어 응모했었다.

그렇다고 기대를 안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당연히 적지않은 기대를 가졌고 내 작품이 본선에도 오르지 못했을땐 꽤나 실망감을 느꼈었다.

지난 27일 수상작 발표가 있었다. 본인은 뒤늦게 수상작 발표소식을 듣고 엊그제 태창엔터테인먼트의 홈페이지를 살펴봤다.

당선작 없는 가작 2편에 각각 상금 3천만원의 상금이 책정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 글을 보는 순간의 기분 나쁜 기분은 정말 말로 표현이 힘들것 같다.
나와는 이미 상관없는 일이 되버린 수상결과인데도
무엇이 나를 그렇게 뒷통수 얻어 맞는 듯한 멍한 느낌으로 몰았을까?

이어서 게시판의 글들을 살펴 보며 눈으로 확인 할 수 있었다.
영화사 측이 의도적으로 가작 두편을 선정할 것을 염두해 두고도 1억원 상금을 걸어 놓은 것 아니냐는 의혹과 반론으로 글들이 오고가고 있었다.

본인도 많은 생각을 해봤다.
우선 상금 1억원을 걸지 않고 6천만원을 내걸었다 해도 국내 최고 금액이며 비슷한 적지않은 수의 작가들이 몰렸을 것이다. 그럼에도 1억원이란 금액의 상금을 건 것은 "주고싶었다" 라는 가정도 할 수 있을 것도 같다.

그런데 왜 가작 두편의 상금은 각각 5천만원이 아닌 3천만원일까?

태창영화사 측의 해명은
당선작이 없는 가작 선정의 이유는 취지인 "곧바로 영화화 될 수 있는 시나리오"가 없었다는 것이며 당첨금의 책정이 3천만원으로 책정된 것은 나머지 4천만원은 각색료에 쓰일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여기서부터 내가 느낀 당혹감이 더욱 커지며 분노로 이어진다.
태창영화사를 손가락질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이 것이 태창 영화사 하나가 아닌 전체 영화판의 시나리오 작가에 대한 안일한 작태와 시선이기 때문이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위의 결과는 다음과 같은 추측을 가능케한다.

영화사의 입장에선 어차피 1억원이란 지출비용을 책정했다면
궂이 한편만 선정해서 그 돈을 다 줄 이유가 없다. 도덕적인 이유를 빼면 말이다.

같은 비용으로 가장 괜찮은 작품과 그 다음으로 맘에 드는 작품 그리고 각색비용까지 쓸 수 있는데 말이다. 어차피 작품은 다 받은 상태에서
영화사 대표가 이런 짱구를 굴리는 것은 당연할 수 있다고 본다. 뭐 나라도 작가들의 입장은 제쳐두고 돈을 벌어야 겠다면 이것은 당연한 장사치적 발상이다.

이런 결과는 단지 태창영화사의 공모전만이 문제가 아니라는데 큰 문제가 있다.

중소영화사들이 단지 트랜드를 조사하기 위해 자체 공모전 소식을 공공연히 퍼트리고 나중엔 당선작 없이 쉬쉬 넘어가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최근의 공모전 결과 역시 당선작 보다 가작선정으로 상금을 배분하는 일이 많은 것 또한 사실이다.

혹자는 하향 평준화된 작가들의 질을 운운 하기도 하지만

과연 이 세상에 각색이 필요없는 시나리오가 존재한다는 것인가?
어떻게 개인이 쓴 시나리오가 다수의 마음에 토씨하나 안틀리고 눈에 쏙들어올 수 있는가?

이 생각에 대한 답의 증거를 제시하라면 다음 예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태창의 경우 왜? 각색을 원작자에게 맡겨 상금을 오천만원씩 책정하지 않고 당첨금 3천만원에 각색료 2천만원을 따로 책정했는가?

신인작가의 초고를 각색없이 제작 진행한 영화가 있었던가?

이후에 태창공모전에 심사위원으로 참가한 이들의 인터뷰 기사를 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내년에 흥행돌풍을 주도할 두 작품을 선정했으며 그것이 가장 큰 수확이라는 내용이다. 흥행돌풍을 주도할 두 작품이 당선작이 아닌 4천만원이란 비용을 들여 각색해야할 작품이며
원작자의 필력 수준이 다른 각색자에게 맡겨야 할 정도로 미흡하단 얘기인가? 참으로 모순된 답들이다.

이런 안일한 발상들의 시작은 영화계 전체에 팽배한 작가들에 대한 무시가 담겨 있다. 작가가 현장에 오는 걸 반기지 않는 영화제작의 현실 만큼이나 그들은 시나리오작가를 같은 배를 탄 이들로 생각하고 있지 않는 것이다.

당선자도 아닌 내가 이렇게 흥분해 글을 써내려 가는 것은
이런 이유와 함께 수상자가 누가 되든
1억원의 상금을 타는 작가를 바라보며
나도 언젠가 억대 작가가 될 수 있겠지 라는 상상을 하는 수많은 작가들의 기대를 아무렇지 않게 무시하고 짓밟은 그들의 작태가 가증스럽기 때문이다.

이런 안일한 생각을 가진 잡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다.
잡배들은 꼭 아래의 글을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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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같이 놀이터에서 개미를 잡고 놀던 꼬마가 있었다.
이 작은 생명들이 찢겨지고 불에 타고 하는 것들이 꼬마에겐
그저 신기할 뿐 아무렇지 않은 일들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꼬마는 놀이터 앞에서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하게 되고
식물인간이 되어 병원에 입원하기에 이른다.

식물인간이 된 꼬마를 가장 괴롭힌 것은 다름 아닌 개미들이었다.
작은 개미들이 움직이지 못하는 꼬마의 살들을 매일같이 파먹고 있는 것이다.

꼬마는 개미들이 자신의 살을 파먹는데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에서 한가지를 깨닫게 된다.

바로 "이 세상엔 영원한 강자도 약자도 없다"는 사실이었다.

작가들 모두가 실력으로 잡배들 위에 서는 것 만이 영화계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