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소설.
anonymous
2003.06.20 12:14:32
나는 하루키 소설이라면 무조건 읽는다. 물론 그의 모든 책을 읽지는 못했다.
하루키 소설의 지독한 매니아는 아니지만, 그래도 중간은 되는것같다.
그가 써내려간 인물의 모습은 (주인공이라 불리는 그들은) 항상 비슷하다. 행동과 어투에서 느낄 수 있는 성격이 대게 비스무리한 분위기를 풍겨댄다. 예를 들자면, 있는 듯 없는 듯 느껴지고 자신의 존재감을 남들에게 굳이 각인시키려하지않지만 언젠간 한번정도는 어떤 사건으로 타인의 인상에 깊게남는 사람. 중고등학교 시절 그런 아이 한 두명씩은 있지않은가.
그들이 읖조리는 언어들은 시니컬하다. 그리고 지적이다. 매우 논리적이라 그 냉소적인 말들이 이해가될수밖에는 없는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하루키 소설은 소설이 가져다주는 지적만족감이라든지 교훈 등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혹은 소극적인 인간상은 그만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라는 의견을 내비친다. 난 이런 의견들을 말하는 사람들이 꽤 많은걸로 알고있다.
그래도 난 하루키의 편에 서고싶다. 하루키의 소설 책장은 잘 넘어간다. 소설이 얼마나 흥미진진한지를 떠나, 그의 문체는 사람을 마음을 이끄는 무언가가 있다. 그 무언가는, 그의 소설의 문제점이라 지적되는 것들을 죄다 무시할 수 있는 것이다. 난 그렇다.
그런 그의 소설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스푸트니크의 연인" 이다. 언젠가는 각색하여 영화로 만들어보고싶다는 욕심을 갖게 했던 최초의 소설이었다. 얼마전 트뤼포의 "아메리카의 밤" 을 보며, 그래 나도 할수있어...라는 마음을 먹으면서 하루키의 이 소설을 떠올렸던 것은, 트뤼포의 따뜻한 시선에서 접근한 영화 만들기에 대한 기록을 접한 탓이기도 하지만, 하루키의 영향도 크다. 그의 소설은 나의 창작욕을 마구 불태웠다. 정말이지 언젠가는 영화로 만들고싶다...라는 생각을 접지 못하며 오늘도 "스푸트니크의 연인" 에 빠져든다...